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일본에 역전", "생존이 경영목표"…조선업, 어쩌다 이 지경 됐나

-17년 만에 일본에 2위 빼앗긴 한국조선…조선 강국 퇴색

[취재파일] "일본에 역전", "생존이 경영목표"…조선업, 어쩌다 이 지경 됐나
우리나라 조선업은 한때 '세계 최고'였습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형 3사를 필두로 세계 조선시장의 70% 가까이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저성장으로 선박 수주가 급감한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경쟁적으로 진출했던 해양 플랜트의 악재가 쓰나미처럼 덮치면서 2015년 조선 3사가 8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에도 상황은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수주는 끊겼고, 구조조정이 더뎌지면서 대표적 수출 효자 업종이 골칫덩이로 전락했습니다. 앞으로 몇 년간은 시장 상황이 급반전하긴 힘들기 때문에 자산 매각이나 인력감축 등 자구계획을 마련해 실천에 옮겨가고 있습니다.

위축된 조선업의 상황은 그대로 성적표에 반영됐습니다. 중국에 1위를 내준 데 이어 17년 만에 일본에 따라잡혀 2위 자리마저 빼앗긴 것입니다. 일본은 여러 차례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 없는 중소형 조선사들을 통폐합하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한국의 수주 잔량은 1천991만 6천852CGT(표준화물선환산t수, 473척), 일본의 수주 잔량은 2천 6만 4천 685CGT(835척)로 잠정치 상으로는 일본이 한국을 앞섰습니다. 일본도 물론 수주 잔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자국 발주 물량으로 버티면서 감소 폭이나 속도가 우리나라보다 작았습니다.

과거 조선업이 호황이던 2008년 8월 말에는 한국과 일본의 수주 잔량 격차가 지금의 10배 수준으로 벌어진 때가 있었지만, 다 옛날 얘기가 돼버렸습니다. 
조선업
조선업이 밀집한 거제 통영은 지역 경제가 출렁일 정도로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두 지역의 체불 임금 근로자와 액수는 1만 2천여 명, 무려 600억여 원으로 2015년보다 2.6배나 급증했습니다.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보니 조선 3사의 올해 화두는 '생존'이 돼버렸습니다. 살아남는 것이 경영 목표가 되는 극도의 위기 상황입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매출 목표를 14조 9천 561억 원으로 잡았는데, 이는 10년 전 매출 규모로 돌아간 겁니다. 지난해 수주 목표의 14% 정도 일감밖에 확보하지 못한 대우조선은 아직 올해 목표를 밝히지 않은 채 현상 유지만 해도 다행이라는 입장이고, 삼성중공업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수주 잔량이 줄어드는 것은 비축해둔 일감이 없어진다는 것이어서, 고용을 최소한 수준이라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추가 일감 확보가 절실합니다.

고강도 구조조정 속에 퇴직한 조선소 핵심 인력들이 일본 등 타국으로 넘어갔다는 소식 역시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지난해 조선업 빅 3에서 퇴직한 직원은 4천 500여 명, 조선업 전체로는 약 2만여 명이 실직했는데, 이 가운데 설계와 엔지니어링 기술을 가진 핵심 인력 상당수가 이미 일본과 중동 등지의 해외 조선소에 재취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해외 취업을 통해서라도 실직자들의 생계가 유지된다는 것은 다행일 수 있지만, 그들을 통해 나가는 것이 국가적 핵심 산업기술이라면 얘기가 달라지는 겁니다. 어느새 세계 3위로 밀려난 조선업의 현 상황과 맞물려 서글프기 그지없는 소식입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조선업 구조조정 또한 정권을 둘러싼 각종 잡음과 조기 대선 가능성 등으로 탄력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래저래 조선업은 지난해에도 암울했고, 올해도 전망이 밝지 못합니다. 생존을 위한 절박함을 갖고 다시 도약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중국, 일본과의 격차는 날로 커질 것으로 보여 자존심도 상하고, 지역 경제와 근로자들을 생각하면 더 걱정이 커집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