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조망권 가린다" 높이 낮춘 방수벽…예고된 인재

<앵커>

18호 태풍 차바가 할퀴고 간 남부지방에 처참한 모습이 완전히 드러났습니다. 피해는 예상보다 훨씬 컸습니다. '유비무환'이라는 말이 다시 한 번 아프게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이번에도 우리의 대형 재난 대응 시스템은 먹통이었습니다. 허술했던 재난 대비의 문제를 지금부터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파도에 큰 피해를 본 부산 해운대의 고층 건물 단지는 이렇게 파도를 막아줄 수 있는 방수벽이 적정 높이의 절반 밖에 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먼저 송성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거센 해일성 파도가 방수벽을 넘어 쉴새 없이 들이닥칩니다.

파도는 해안도로는 물론 초고층건물이 밀집해 있는 인접도로로 마구 흘러들어 옵니다.

해안 도로변을 따라 형성돼 있던 초고층건물 상가를 덮치고, 달리던 차량들도 종이배처럼 휩쓸려 사라집니다.

[피해운전자 : 파도가 3층 4층 높이로 와 가지고 내 차를 완전히 덮치더라고요. 덮치니까 이 차가 장난감처럼 움직이더라고요.]

도로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움푹 팼고, 보도블록 잔해로 뒤덮였습니다.

지난 2012년부터 설치한 높이 1.2m 높이의 해안방수벽은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애초 2배 이상 높이려 했지만 바다 조망권을 가린다는 주민 민원이 제기되면서 높이를 낮췄습니다.

예고된 인재였던 셈입니다.

[양미숙/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 조망권과 생명이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따졌을 때 그 책임을 방기한 행정당국의 책임이 따를 수 있죠.]

조망권을 두고 입주민들의 의견은 여전히 갈립니다.

[상가 업주 : 탁 트인 바다 공간을 보고 산책할 수 있는 그리고 또 영화의 거리를 만든 이유도 그것을 다 같이 공유하고자 만든 것이기 때문에…]

[손석영/마린시티 입주민 : (방수벽을) 조금 더 쌓았으면 좋겠어요. 바다가 안 보이더라도. 보고 싶으면 이 앞으로 나오면 되잖아요.]

해안 방수벽과 초고층건물 사이의 거리는 불과 40여m.

부산시는 태풍피해를 줄이기 위해 마린시티 앞 해상에 예산 655억 원을 들여 해상 방파제와 완충공간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개발이익은 민간사업자가 이미 독식하고 부촌인 마린시티를 보호하기 위해 또다시 거액의 혈세를 투입하는 데 대한 반감도 적지 않습니다.

(영상취재 : 정경문)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