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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중국

비행기에나 있는 비즈니스 석이 일반 지하철에도 생겨 뉴스 거리가 되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는 지난 6월 28일부터 중국 광둥 성 선전 시 지하철에 비즈니스 석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中 선전시 지하철 일반석(좌) 비즈니스석(우) (중국 웨이보)
선전 시는 선전 국제공항에서 시 중심부를 오가는 황금 노선인 11호선이 혼잡해 비즈니스 석을 시범 운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요금은 일반석보다 3배가 비싼 30위안(우리 돈 약 5천 원)으로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전 시는 매일 30만 명이 지하철 11호선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들 중 12%가 비즈니스 석을 사용하고 있어 성공적이란 평가를 내놨고 반대 의견도 흐지부지됐다.

무더운 여름 베이징에는 냉방 장치가 없는 버스와 에어컨이 있는 버스가 각각 운행된다. 지금은 더 올랐겠지만 기자가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때 에어컨 없는 버스 요금은 1위안, 있는 버스는 1.5위안이었다. 좀 여유가 있는 사람은 돈을 더 내고 시원한 버스를 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더위를 무릅쓰고 싼 버스를 타는 데 불평, 불만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中 냉방장치 없는 일반 버스(좌), 에어컨 버스(우)
중국에서 길거리에 의자 한 개 놓고 보자기와 가위를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싸게 머리를 깎아 주는 무허가(?) 이발사들이다. 돈 없는 서민들이 주로 이용한다. 물론 돈 있는 사람들은 몇 백배 비싼 호텔 이발소를 찾는다.
중국의 거리 이발사
식당도 마찬가지다. 1위안 안팎의 가격으로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포장 마차 형 음식점이 지천에 널려 있는 가 하면 일반인들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싼 고급 음식을 먹는 곳도 적잖이 붐빈다. 개혁, 개방 이후 빈부 격차가 극심해졌지만 사회적인 갈등이 비교적 적다.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생활을 유지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가 중국에는 마련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中 거리 식당(좌), 中 최고 요리중 하나인 만한전석(滿漢全席)(우)
한국 사람들은 부자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정경 유착을 해서 특혜를 받았다는 둥 재산 형성 과정에서 불법, 탈법이 있었을 것이라는 둥 대부분 폄하를 하거나 배 아파 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은 그렇지 않은 편이다. 불법을 저질러 축재하거나 돈 자랑하는 졸부들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지만 대부분 부자에 대한 존경심이 크다.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어 부자들처럼 멋있게 쓰고 싶다는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일반 대중 교통인 지하철에 비즈니스 석을 설치해 돈을 더 받겠다고 하면 사회 통합과 평등에 저해되는 정책이란 비난 여론에 직면해 실행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중국은 어떤 경우든 간에 돈을 더 내면 더 대접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어 큰 저항이 없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자본주의보다 더 자연스럽게 자본주의적인 사고를 하며 정책을 펴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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