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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박 대통령,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

박근혜 대통령 러시아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 전문

푸틴 대통령님, 아베 총리님, 그리고 각국 정부 대표단 및 경제인 여러분! 러시아 극동지역의 중심지인 블라디보스톡에서 작년에 이어 동방경제포럼이 개최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극동 지역은 석유, 천연가스 등 각종 에너지 자원의 보고이자, 유럽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대륙의 교통 및 물류 대동맥이 시작되는 곳으로 러시아의 새로운 심장입니다.

일찌기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가 ‘러시아의 미래에서 아시아가 주요한 출구가 될 것’이라고 갈파한 것은, 이와 같은 극동의 미래를 바라본 통찰이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북한이라는 “끊어진 고리”로 인해 극동의 엄청난 잠재적 에너지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 그 고리가 이어질 때, 이곳은 유라시아 대륙을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하나로 연결하는 번영과 평화의 가교가 될 것입니다.

동방경제포럼이 이러한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포괄적인 대화와 지혜의 장으로 발전해 나가게 되길 기대합니다. 

특히, 이번 포럼에 한·러·일 3국 정상을 비롯, 많은 나라의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하였는데 역내 협력의 정치적 의지를 결집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지금 세계 경제는 성장이 둔화되고 보호무역과 고립주의 경향이 대두되면서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고 있으며, 아울러, 통합(integration)과 분열(disintegration)이라는 상반된 두 힘이 혼란스럽게 교차하고 있습니다.

가장 높은 수준의 정치·경제적 통합을 일구어 온 유럽지역은 브렉시트라는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는가 하면,
아·태 지역에서는 역내 통합과 연계 강화를 위한 노력이 힘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 지구촌이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열과 고립의 방어벽을 높이느냐,
개방과 통합, 연계의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것입니다.

보호무역과 고립주의는 결코 해답이 될 수 없습니다. 이는 역사의 교훈입니다.

지난 세기 대공황 시기에 각국의 경쟁적인 관세 인상조치는 불과 4년 만에 세계 무역규모를 60% 이상 감소시켰고, 1970년대 연평균 20%를 넘겼던 세계 무역증가율은 1980년대 보호무역 기조가 나타나면서 5% 미만으로 급격히 떨어지기도 했었습니다.

세계 경제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분열과 고립을 통해 방어벽을 높일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통합과 연계를 통해 글로벌 경제협력의 플랫폼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끊임없는 혁신과 개방을 통해 미래성장 동력을 창출해 나가야 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극동 지역이 갖고 있는 역내 국가간 경제적 연계와 인적교류, 호혜적 산업구조 등의 잠재력을 고려할 때, 이 지역은 바로 이러한 통합과 성장의 가능성을 실현시켜 나갈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푸틴 대통령님의 ‘신동방정책’은 극동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이 지역의 잠재력을 실현 가능한 비전으로 바꿔가고 있습니다.

한국도 그간 극동지역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우선, 이 지역을 통한 교역량이 한-러 총 교역량의 약 40% 정도를 차지할 만큼 긴밀한 경제적 연계성을 만들어 왔습니다.

또한, 매년 한국을 방문하는 러시아인의 60% 정도가 이 곳 블라디보스톡을 통해 한국을 찾는 등 극동지역은 한국과 러시아를 이어주는 중요한 통로가 되었습니다.

일본, 중국, 아세안 회원국들도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와 협력을 통해 극동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국이 만들어온 소기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극동지역 개발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키고 발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아직 우리가 함께 해나가야 할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께서는 지난 제1차 동방경제포럼에서 극동 지역의 사회·경제적 발전 및 아·태지역으로의 효과적인 통합의 중요성을 역설하신 바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을 고려하여 극동개발을 위한 각국의 노력과 협력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극동지역 개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 지역에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환경을 포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식량·주택·보건·의료 분야 등에서의 투자 증대와 협력강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는 농산업복합단지 조성 등 연해주 지역에 선진 영농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구체방안을 러시아와 함께 마련해 나가고자 합니다.

수산업 분야에서도 우리기업의 냉동창고 및 가공공장 건설 등 참여로 극동지역 내 수산클러스터 조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을 통해 양질의 주택공급 사업 경험이 많은 우리 기업들은 이 지역의 주거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ICT에 기반한 원격진료 등의 의료기술을 가진 우리 의료기관들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 지역의 보건·의료 수준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극동지역의 산업구조 다변화를 위해 인프라를 확충하고, 각각의 개발 프로젝트들이 경제적 논리에 따라
자생적이고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극동지역의 산업구조는 현재 에너지 및 자원개발에 집중되어 있으나, 동북아 경제권과 접해있는 최적의 물류 입지 조건 등을 감안할 때 산업구조 다변화를 통한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큽니다.

한국의 제조기술과 자본, 러시아의 과학기술과 자원 등이 잘 합쳐질 수 있다면 세계 어느 곳보다 경쟁력 있는
산업기지를 조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러 기업들간 협력을 통해 교통·항만 등 인프라 기반시설을 확충함으로써 유라시아 대륙을 복합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물류 루트를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북극 항로는 북극자원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새로운 협력의 기회를 열어줄 것입니다.

또한, 극동지역 도시간 고속도로 건설사업과 도시 인프라 정비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폐기물을 처리하는 친환경 사업, 첨단 기술과 혁신분야 사업 등에서 한국 기업들은 극동지역의 지속가능한 경제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2013년 11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저와 푸틴 대통령님은 극동지역 개발협력의 추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투융자 플랫폼을 추진키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향후 극동지역의 협력잠재력이 큰 분야에 공동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양국 기업들은 투융자 플랫폼을 활용하여
호혜적 협력사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극동개발이 가속화되고 그 혜택이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주변 경제권과 연계를 통해 협력의 범위를 확대해야 합니다.

동북아 각국의 다양한 유라시아 구상간 연계성을 바탕으로 극동개발의 호혜적 협력의 기운을 유라시아 대륙 전역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유라시아를 ‘하나의 대륙’, ‘창조의 대륙’, ‘평화의 대륙’으로 만들어 나간다는 비전하에 유라시아 대륙과의 협력을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푸틴 대통령께서 제안하신 ‘대유라시아 파트너십’ 구상은 유라시아 대륙의 통합 비전으로서 우리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 중국, EU와 모두 FTA를 체결한 나라로서, 러시아가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과 한국 간에 FTA가 체결된다면, 유라시아 경제통합이 촉진되어 극동개발이 더욱 활력을 갖고, 개발의 혜택 또한 유라시아 대륙 전체로 확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호혜적인 바탕위에 착실히 실질협력의 성과를 만들어 나가고, 이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여 역내 소다자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로 인해, 나진-하산 물류사업을 포함하여 남·북·러 3각 협력 프로젝트들의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와 같은 장애가 제거되면 보다 포괄적인 사업으로 재점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극동지역을 매개로 한-러-일, 한-러-중 등 다양한 소다자 협력도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고, 전력, 철도, 에너지 등 동북아 지역 인프라망 연결을 촉진하여 역내 공동 번영에도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극동지역 발전을 지속가능하게 하고 아·태 지역과의 연계성을 확대·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역내 안정과 평화 유지는 필수조건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유라시아 대륙 내 핵심적 단절고리이자 최대의 위협인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금년 벽두부터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였고,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스스로를 ‘동방의 핵대국’이라고 부르며 핵선제 공격을 위협하고, 핵과 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실험 이후에도 이미 19발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이는 2주에 한 번 꼴로 미사일을 발사한 셈으로 김정일 정권 18년 동안의 총 미사일 발사 숫자를 상회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하고 있는 탄도 미사일은 이곳 블라디보스톡을 비롯하여, 동해를 항행하는 선박들의 안전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정권은 주민들의 기본적인 인권과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영위할 권리를 외면한 채, 모든 재원을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쏟아 붓고 있는데 지금 우리가 시급성을 갖고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북한의 핵 위협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려면, 북한에 단호하고 일치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과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간 확고한 북핵불용의 원칙 아래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채택 및 이행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와 국제사회의 노력에 사의를 표합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노력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극동지역을 유라시아 평화·번영을 위한 협력의 장으로 만든다는 담대한 구상이 지금 당장은 어렵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 간다면 반드시 이루어 낼 수 있고, 이는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의 중대한 책무이기도 합니다.

극동지역은 이제 러시아 뿐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약속의 땅이며,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 지역 모든 국가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창이 되고 있습니다.

한-러 양국을 비롯하여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이 함께 노력해 나간다면, 성공적인 극동개발은 물론, 평화와 공동번영의 유라시아 대륙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포럼이 평화와 번영의 하나된 유라시아 대륙을 함께 만들어 나가기 위한 의미있는 대화의 통로가 될 것임을 믿으며, 앞으로 이러한 대화를 통해 개방·변화·혁신의 기운이 동북아 지역에 넘쳐 나기를 희망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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