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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병우 의혹, 곁가지 흔드는 靑…거드는 與

[취재파일] 우병우 의혹, 곁가지 흔드는 靑…거드는 與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각종 의혹을 파헤쳐온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어제 (18일) 우 수석의 범죄 의혹을 정식으로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습니다. 감찰관은 어제 오후 직권남용과 횡령 등의 혐의로 우 수석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대검찰청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감찰관은 지난달부터 가족회사를 통한 세금 회피와 재산 축소 의혹,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논란 등 우병우 수석을 둘러싼 의혹들을 감찰해왔습니다. 특히 아들의 운전병 인사 발령 과정에서 외압·청탁이 있었는지, 휴가·외박 등에 특혜가 없었는지 등을 조사했습니다. 또 가족회사인 '정강'을 통해 고급 승용차 리스 비용을 부담시키거나 세금을 회피하고 재산을 축소한 정황이 있는지, 부동산 거래·농지 관리 등에 문제는 없는지 등도 들여다봤습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위행위를 상시 감찰함으로써 권력형 비리를 방지하고 우리 사회의 청렴성을 제고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 들어 신설한 대통령 소속 독립기구입니다. 그 기구에서 실시한 첫 감찰에서 검찰의 정식 수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만큼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적어도 특별감찰관이 판단하기에 의혹의 수준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 정진석 “우 수석, 결심해야 할 시점”

그 동안 우병우 수석 거취에 대해 말을 아끼던 여당에서도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것도 초·재선 소장파 의원들이 아닌 원내사령탑에서 말입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민정수석은 정부 사정기관 지휘 책임은 물론 공직기강 확립, 공직자 검증, 국민 여론 동향 파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라며 "특별감찰관의 수사 의뢰가 제기된 상황에서 (우 수석이) 직책을 계속한다는 것은 법리상, 국민정서상 불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검찰이 현직 민정수석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며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 제도는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를 다루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낸 제도로 특별감찰관의 이번 조치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습니다. 정 원내대표는 특히 “우 수석은 대통령과 정부에 주는 부담감을 고려해 자연인 상태에서 자신의 결백을 다투는 것이 옳다"며 "우 수석이 결심해야 할 시점"이라고 자진사퇴를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정진석 원내대표와 일부 원내지도부 인사들이 전부였습니다.
● 靑, 우병우 수석 대신 특별감찰관 정조준

청와대의 반응은 이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하자 청와대는 오늘 (19일) '감찰 유출 의혹'을 부각시키며 이 특별감찰관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습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춘추관을 찾아 “이 특별감찰관이 감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찰내용을 특정언론에 유출하고 특정언론과 서로 의견을 교환한 것은 특별감찰관의 본분을 저버린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우 수석에 대한 감찰 결과와 검찰 수사라는 본질은 놔둔 채 2차적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내용 언론 유출' 의혹을 정면으로 들고 나온 겁니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당분간 검찰 수사 과정 등을 주시하면서 움직이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았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청와대의 반응은 예상 이상으로 강경했습니다. 언론보도로 촉발된 우 수석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와 특정언론에 대한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내용 유출 의혹 등이 '대통령 흔들기'의 연장선이라는 청와대의 인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명백히 현행법을 위반하는 중대 사안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떤 경로로 누구와 접촉했으며 그 배후에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 밝혀져야 한다"는 김성우 수석의 발언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습니다. 김 수석은 "묵과할 수 없는 사안으로 국기를 흔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어떤 감찰 내용이 특정 언론에 왜, 어떻게 유출됐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모든 논란의 발단이 된 우병우 수석에 대한 범죄 의혹,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습니다.
● 靑 거드는 與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우병우 수석이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된 데 대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습니다. 이 대표는 “진상 규명해서 문제가 나왔다면 1초라도 기다릴 수 있겠느냐”, “당연히 의법조치해야 하고, 그 자리에서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특히 우 수석뿐 아니라 그를 수사 의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의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사안의 전말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우 수석이 사정당국을 총괄하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직을 유지한 채 수사를 받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병우 수석의 비리 의혹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의혹에 대해 진상규명이라는 명목상 똑같은 원칙론을 내세우긴 했지만 당장 거취 결단 문제가 걸린 우 수석에게는 시간을 벌어주면서 이 특별감찰관을 직접 겨냥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 ‘본질’ 여부의 판단 기준은 국민

이번 사태를 놓고 이정현 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간에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당내 투톱 간 공조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친박계와 정진석 원내대표와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번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본질이 무엇인가 일 겁니다. 청와대는 우병우 수석에 대한 의혹 제기와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모두 특정언론의 청와대 흔들기라고 보는 것 같다는 게 현장 분위기입니다. 청와대가 그런 의심을 갖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일반 국민 입장에서 부차적인 얘기일 뿐입니다. 설사 정치 권력과 언론 권력 간 다툼이 사실일지라도 그건 민초들과 무관한 권력자들끼리의 힘겨루기에 불과합니다. 국민이 알고 싶은 건 민정수석의 각종 의혹이 사실인지, 그런 의혹을 받는 사람이 현직을 유지한 채 수사를 받는 것이 타당한지입니다. 감찰 내용의 유출 여부는 진상을 따져 처리하면 될 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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