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적색근은 지구력 담당입니다. 운동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는 적색근이 얼마나 제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반면 백색근은 '근육의 파워'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근육의 움직이는 속도나 힘을 관장합니다. 짧은 시간에 얼마나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는지는 백색근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이죠.
현대 과학은 이 두 근육이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100% 수행할 수 있을지를 연구합니다. 그 연구 결과에 따라 운동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근육들을 단련시켜서 경기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립니다. 이번 리우 올림픽 대표팀도 마찬가지입니다.
● "단거리 선수는 백색근 강화에 집중합니다"
한국체대 육상팀을 찾아갔습니다. 무더위가 절정인 낮 시간을 피해 아침 시간에 운동장에서 달리기 연습을 합니다. 물론 가만히 있어도 더운 날씨이기 때문에 달리는 선수들은 금방 땀범벅이 됩니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훈련은 오후에 시작되는 근육 훈련입니다. 시원한 체육관에서 진행되기는 하지만 금방 땀투성이가 됩니다.
취재진이 만난 단거리 선수들, 점차 강도를 높여가면서 자신이 들 수 있는 최대한의 무게를 드는 근육 훈련을 합니다. 순간적으로 힘을 낼 수 있는 백색근을 단련시키는 훈련입니다.
● 적색근은 붉은 근육, 백색근은 흰 근육?
사람의 근육을 단면으로 보면, 적색근과 백색근이 골고루 분포돼 있습니다.
강동성심병원 정형외과 이병훈 교수는 "지근(적색근)의 경우 혈관이 많이 분포돼 있기 때문에 혈액순환을 통해 영양분을 많이 공급받을 수 있어 장기적인 유산소 운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 "단거리 선수는 백색근, 장거리 선수는 적색근이 많다"
보통 사람의 몸에는 이런 백색근과 적색근이 절반 정도씩 분포돼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몸을 분석해본 결과는 달랐습니다.
● 자메이카 육상팀과 케냐 육상팀, 왜 잘하는게 다를까
이런 근육 분포는 유전적인 요인이 가장 크다는 것이 최근까지의 연구 결과입니다. 같은 흑인이라도 유전적 특성에 따라 잘하는 것이 다르다는 겁니다.
한국스포츠개발원 성봉주 교수는 "같은 흑인일지라도 단거리 달리기에 유리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떤 선수들은 장거리에 유리하게 태어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최근까지의 연구 결과"라며 "유전적으로 순발력 유전자, 지구성 유전자를 어떻게 어떤 형태로 갖고 태어나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게 자메이카 육상팀과 케냐 육상팀입니다.
우사인 볼트 뿐 아니라 많은 올림픽 100m 금메달리스트들를 배출한 육상 강국 자메이카. 자메이카는 인종적으로 서부 아프리카 쪽이 기원인데, 이 쪽 출신 선수들은 백색근이 훨씬 많고, 근육 속도를 높여주는 액티넨 A라는 특이 유전자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단거리에 적합한 유전적 특성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겁니다.
● 태권도 대표팀, '빠르고 강한 발차기'를 위해 "백색근 단련"
지금까지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선천적으로 타고 난 것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의 김언호 교수는 "근육의 길이가 똑같고 근육의 크기가 똑같을지라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다"라고 설명합니다. 근육을 어떤 식으로 단련시키느냐에 따라 그 근육의 운동 수행 능력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대표적인게 우리 태권도 대표팀입니다. 태권도 경기 시간이 줄어들자, 태권도 대표팀은 오래 격투 벌이기 위해 키워왔던 지구력보다는 짧은 시간에 큰 힘을 낼 수 있는 순발력과 파워를 높이는 쪽으로 훈련을 집중했습니다. 근육으로 말하자면 적색근보다는 백색근에 집중한 겁니다.
이렇게 적색근과 백색근의 특성을 맞춘 과학적인 훈련 방법이 속속 등장하면서 유전적인 차이를 극복해내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맞춤형 근육훈련'들이 메달 색깔을 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 태권도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리우 올림픽 태권도 대표팀의 '특별히 단련된 백색근'이 어떤 성과를 낼 지 궁금합니다. 땀 흘린 만큼 강해진 대표팀의 빠르고 강한 발차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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