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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휴가철, 우리가 짐이 되나요?"…버려지는 동물들

[리포트+] "휴가철, 우리가 짐이 되나요?"…버려지는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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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성행하는 실내 동물원 정도는 가 줘야 볼 수 있을 것 같은 다소 낯선 이름의 동물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동물원이 아닌 곳에 한데 모여 있습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가 관리하는 유기동물보호센터죠.
유기동물이라고 하면 개나 고양이를 쉽게 떠올리지만, 해마다 증가하는 유기동물의 수만큼 그 종류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버려지는 동물은 요즘 같은 휴가철이 가장 많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해 발생한 유기동물이 총 8만 2,082마리로, 이 중 20.2%에 해당하는 1만 6,580마리가 휴가철인 7월과 8월에 집중됐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강원도 같은 산간지방이나 제주도 같은 섬 지역에서 휴가철 유기동물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버려지는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놀러 간 민박이나 펜션 근처에 묶어 놓고 가는가 하면, 숲이나 도로에 놓아두고 떠나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짐짝처럼 가방이나 상자에 담아 버리기도 합니다.

● 유독 휴가철에 늘어나는 유기, 왜?

최근 전국의 유기동물보호소들은 여름 휴가철 전후로 보호 중인 동물 수가 평소보다 최대 50% 가까이 늘었습니다. 유독 휴가 기간에 버림받는 동물이 많아지는 이유에 대해 한 동물보호단체는 여러 가지로 분석했습니다.

휴가를 앞둔 주인에게 반려동물은 천덕꾸러기 신세입니다. 집을 떠나있는 동안 먹이를 줄 수 없는데다, 그렇다고 마땅히 맡길만한 곳도 없다 보니 휴가지까지 데려왔다가 순간적인 충동에 귀찮은 동물을 버린다는 것이죠.
작고 어릴 때는 그 모습 때문에 키우다가도 다 크고 난 모습에 변심하는 것도 동물을 유기하는 이유로 분석됐습니다. 그 중 키우던 반려동물이 평소 질병을 앓거나 건강상의 문제가 있으면 버리는 선택을 더욱 쉽게 한다는 겁니다. 사람과 달리 의료보험이 없는 동물은 병원비가 비싸서 경제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죠.

특히 산간지방이나 섬 지역에서 유독 유기가 빈번한 이유로는 이후에 찾아오거나 찾는 게 쉽지 않은 점이 꼽혔습니다. 번화가처럼 CCTV가 많지 않다 보니 유기하더라도 감시의 눈을 피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휴가지에서 의도치 않게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주인은 근처 주민에게 연락처를 남기기도 하지만,다시 찾으러 오는 경우는 적었습니다.

[ 강원도 지역 피서지 인근 주민 측 ]
“휴가 올 때 데려온 동물들을 잃어버리고 돌아갈 때 근처 가게나 주민에게 주소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가죠. 찾으면 연락 달라고요. 근데 나중에 찾고 나서 연락하면 사람들이 마음이 금방 바뀌어서는 데리러 올 상황이 안 된다고 미루거나 아예 연락을 끊어버리더라고요.”

비록 안타깝게 잃어버리는 경우더라도 결국 주인이 나서서 찾지 않는다면 유기와 다를 바 없는 셈이죠.

● 실효성 없는 과태료, 반려동물 등록제

정부는 동물 유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부터 반려동물 등록제를 시행했습니다. 이에 따라 주인이 반려동물을 등록하지 않거나 유기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립니다.

[ 동물보호법 제13조 ]
“소유자 등은 등록대상동물을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게 하는 경우에는 소유자 등의 연락처 사항을 표시한 인식표를 등록대상동물에 부착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름표를 떼버리면 그만인데다 지자체가 나서서 일일이 유기 행위를 단속할 수도 없다 보니 적발 사례는 드뭅니다.

동물보호단체는 결국 주인의 책임감 결여가 동물을 유기하는 가장 큰 원인이며, 이를 보완할 만한 제도적인 정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동물을 입양할 수 있는 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죠. 나아가, 입양 이후에도 소유주에게 강한 책임감을 부여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 동물자유연대 관계자 ]
“현재 반려동물 등록제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이 마이크로 칩을 몸속에 심는 것보단 이름표를 다는 것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마이크로 칩을 법적으로 의무화한다면 오히려 반려동물 유실문제가 줄어들 것이라고 봅니다.”

유기된 동물들은 유기동물보호센터에 옮겨진 이후에는 열흘간의 시한부 삶을 살게 됩니다. 그 기간 주인을 찾지 못하면 결국, 안락사를 당해 주인의 품은 물론, 세상과도 영원히 결별하는 것입니다. (기획·구성 : 임태우·김미화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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