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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경제] 브렉시트, 탈퇴냐 잔류냐?

[차茶경제] 브렉시트, 탈퇴냐 잔류냐?
요즘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영국이죠. EU 즉 유럽연합을 탈퇴할 것인가, 아니면 잔류할 것인가가 국제적인 관심사인데 국민투표(23일)가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영국을 뜻하는 Britain과 탈퇴를 의미하는 Exit를 합성해서 만든 말,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가 과연 현실화될지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국제사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세계시장이 출렁이고 있고 브렉시트라는 쓰나미가 우리나라에도 곧 밀어닥칠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브렉시트가 실제로 현실화될지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살펴보겠습니다.

Q. 현재 여론의 흐름부터 살펴볼까요?

A. 결과를 예측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오차 범위 내의 접전입니다. 여론조사 기관별로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13일과 14일 이틀간 발표된 5개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모두 브렉시트 찬성쪽 우세로 나타난 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보수당이 찬반 양론으로 갈라져 있고, 야당인 노동당과 스코틀랜드 국민당은 EU 잔류 쪽입니다.
특히 스코틀랜드 국민당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분리독립 투표를 하겠다는 압박까지 하고 있습니다.

영국민들 사이에서는 저소득층이나 노년층이 브렉시트 지지 쪽인 반면, 고소득층과 젊은층은 반대 여론이 더 많습니다. 

찬반 여론이 이렇게 팽팽한 가운데 EU잔류를 주장하는 하원의원이 피습을 당해 숨지는 사건까지 일어나서 영국은 지금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일단 양측의 여론전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고 국민투표를 연기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Q. 브렉시트 논란의 배경과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우선 EU탈퇴를 주장하는 배경, 어디에 있습니까?

A. 영국과 유럽 다른 나라간의 간의 지리적,역사적 이질감과 현 EU체제에 대한 영국인들의 불만이 함께 작용하고 있습니다.

먼저 지리적,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영국은 아시다시피 섬나라입니다. 바다를 두고 대륙에 속한 유럽 국가들과는 이질감이 좀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카톨릭이나 개신교를 믿지만 영국은 국왕이 수장으로 있는 성공회입니다. 통행 제도도 유럽국가가 우측통행인데, 영국은 좌측통행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다른 문화와 정서가 영국을 유럽에서 한 발 떨어져 있게 했습니다. EU에는 가입했지만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에는 가입하지 않고 파운드화를 고수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거꾸로 영국을 바라보는 유럽의 시선도 마찬가집니다. 유럽보다 미국에 가까운 나라라는 인식입니다.그런 인식을 보여주는 게 과거 영국이 현재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 EEC에 가입신청을 했다가 두 번이나 퇴짜를 맞은 것입니다.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이 이 퇴짜를 주도했는데요, 영국은 미국이 보낸 트로이 목마다, 즉 영국을 통해 유럽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속셈이라며 가입 거부권을 행사한 겁니다.

그래서 영국은 드골대통령이 프랑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 1973년이 돼서야 EEC에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입을 하고 나서도 지금 브렉시트 논란처럼 반대 여론이 제기가 됐습니다. 영국의 고유 가치를 수호하자 이런 주장이었죠. 그래서 가입 2년 뒤에 EEC 잔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였는데 그때는 67%, 압도적인 찬성으로 잔류를 결정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두번째인 셈입니다.
Q. 현 EU체제에 대한 현실적인 불만도 크다고 할 수 있죠?

A. 우선 EU 분담금에 대한 불만입니다. 영국 몫의 지난해 EU 분담금은 180억 파운드, 우리돈 30조원 정도였습니다. GDP의 1% 수준이죠. 조금 할인을 받기는 합니다만 독일 다음으로 가장 많은 분담금입니다. 영국 국민들이 낸 세금이죠. 그런데 이 돈을 그리스 같은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에게 쓰는 것이 못마땅한 겁니다.
그 결정도 영국은 별다른 관여를 못한 채 독일 주도로 이뤄진 게 영국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습니다. 돈만 내면서 혜택은 제대로 못 받고 발언권도 없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EU를 탈퇴하고 그 돈을 복지와 경제성장에 쓰자 이런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입니다.

Q. 특히 투표일을 앞두고 탈퇴여론이 높아진 건 이민자 문제 때문 아닌가요?

A. 복지 혜택은 다 받으면서 일자리를 빼앗는 천덕꾸러기, 이게 영국민들이 이민자를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사실 영국은 유럽 내 이민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국가입니다. 무상의료 같은 복지 혜택 때문이죠. 그래서 지난해에만 영국 내 이민자 취업자는 25만 명이 늘어나 사상 최대인 220만 명이 됐습니다. 일자리를 뺏긴다는 영국인의 피해의식이 갈수록 커지는 겁니다.
여기에 시리아 사태로 인해 난민 수용 문제가 영국인들의 불만에 불을 질렀습니다. 파리 테러와 독일의 여성 성폭행 사건이 터지면서 난민에 대한 시선은 더 안 좋아졌죠. 그렇지만 EU 회원국인 영국으로서는 난민 규제 정책을 독자적으로 펼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EU를 탈퇴해서 난민규제에 대한 간섭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하는 겁니다.

Q. 여론조사를 보면 그래도 영국민 절반은 EU탈퇴 안된다 이런 주장인 건데, 그 배경은 경제적 타격에 대한 우려인 거죠?

A. 영국이 현재 EU 회원국으로서 얻고 있는 경제적 혜택을 포기했을 때 받게 될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는 겁니다. EU는 5억 인구를 가진 세계 최대 단일시장이고 영국 수출의 44%가 이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자리 300만개도 EU 교역과 연관돼 있습니다. 그래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무역장벽이 높아져 수출 타격과 일자리 감소라는 손해가 더 크다는 겁니다.

또 주력산업인 금융허브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영국 내 금융기관 가운데 30∼40%가 EU내 다른 나라로 옮겨갈 가능성 때문입니다.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HSBC은행이 이미 브렉시트 때는 다른 나라로 이동하겠다고 밝혔는데 HSBC만의 얘기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영국 재무부가 밝힌 EU탈퇴 이후 영국경제 2년이라는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GDP 3.6%감소, 주택가격 10% 하락, 파운드화 가치 12% 하락 일자리 52만개 감소로 실업률 1.6포인트 상승, 이런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브렉시트가 되면 경제가 망가진다는 경고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경고를 받고도 탈퇴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죠. 그래서 이번 브렉시트 투표가 이성이 아닌 감정의 결정으로 가고 있다, 이런 분석도 나오는 겁니다.

Q. 찬반 양론이야 계속 있어 왔는데 그 결정을 국민투표로 몰고 간 건 결국 정치권 아닙니까?

A. 캐머런 영국총리의 지난해 선거 공약이었죠. 노동당에 밀리던 상황에서 EU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선거 전략으로 활용한 겁니다. 그래서 선거는 이겼는데 이제 부메랑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캐머런 총리도 브렉시트가 정말 현실화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본인은 선거에 이겨서 좋고 또 이렇게 표출된 국민정서를 이용해서 영국에 유리한 협상안을 EU로부터 끌어내겠다는 전략이었죠.

실제로 EU로부터 이민자 복지혜택 감축, EU 의회가 제정한 법률을 거부할 권한 같은 영국에 유리한 조건을 받아냈습니다. 그런데 국내 여론은 캐머런 총리의 계산과는 다르게 갔습니다.

지속되는 경제위기, 난민문제 등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실제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겁니다. 캐머런총리가 제발 우리 아이의 미래를 갖고 주사위를 던지지 말아 달라, 이렇게 호소하며 국민 설득에 나섰는데 여론의 흐름을 보면 호응을 받는 거 같지는 않습니다.

Q. 브렉시트에 대한 국제적 우려는 이게 영국만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일텐데요, 어떤 파장이 예상됩니까?

A. 무엇보다 다른 회원국들의 동요로 이어져서 EU 체제가 불안해질 겁니다. 연쇄 탈퇴 움직임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선 체코는 EU가 허용한 난민수용에 반대하면서 탈퇴여론이 고조돼 있는데,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다음은 체코의 EU탈퇴, 즉 첵시트가 될 거라는 말이 나옵니다. 핀란드도 국민 청원을 받아 유로존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가 검토되고 있는데 브렉시트가 되면 분위기가 더 고조되겠죠. 이미 국민투표로 유로존 사법체계로의 통합을 거부했던 덴마크의 탈퇴가능성도 높습니다 돈 문제도 걸려있습니다.

영국이 EU 분담금을 내지 않으면 다른 나라들의 부담으로 넘어가겠죠. 유럽 각국에서 EU에 반대하는 극우정당들이 이 문제를 선거 쟁점으로 들고 나올 겁니다. 이렇게 EU가 흔들리면 EU의 지원으로 버티고 있는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다시 커질 수 있습니다. 브렉시트로 가뜩이나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텐데 남유럽 위기까지 다시 겹치면 파장은 예상하기 힘들 정돕니다.

Q. 구체적으로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A. 우리는 영국 수출 비중이 1.4%이고 EU 수출 비중이 9.1%로 그다지 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주력 수출국인 중국의 유럽 수출 의존도가 크죠. 중국이 위축되면 우리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우리나라에서 외국 투자자금의 대규모 유출 우려도 큽니다.

실제로 우리 금융시장 며칠 동안 크게 출렁거렸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 규모도 컸습니다. 우려만으로도 벌써 돈이 빠져나가는데 현실화되면 금융시장 충격은 더할 겁니다.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국내 브렉시트의 영향은 제한적이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잘 믿지 않는 경제적 표현이 펀더멘털이 좋다,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런 말입니다. IMF때 한국은행을 취재했는데 그때 경제 위기에 대한 답변으로 가장 많이 듣던 말이 펀더멘탈이 좋다는 거였거든요. 그리고는 IMF를 맞았죠.

이번에도 우리와 영국의 교역규모가 적으니까 영향은 제한적이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괜히 시장을 불안하게 할 필요가 없다, 이런 배려도 있겠죠. 하지만 사상 유례가 없는 브렉시트입니다. 말은 그렇게 쉽게 하더라도 실제로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만큼, 철저한 정책적 대비는 하고 있는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차茶경제: 차(茶) 한잔의 여유.

향기로운 차를 음미하듯 차병준 SBS 논설위원의 친절하고 품격있는 경제 해설을 만나 보세요.

* 기획 : 차병준 / 구성 : 윤영현 / 그래픽 :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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