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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축구 종가' 잉글랜드 50년 무관 왜?

[취재파일] '축구 종가' 잉글랜드 50년 무관 왜?
▲ 1966년 FIFA 월드컵에서 우승한 잉글랜드 (사진=게티이미지/이매진스)

1966년 7월30일 '축구의 메카'로 불리는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96,924명의 대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1966년 FIFA 월드컵 결승전이 열렸습니다. 홈팀 잉글랜드는 연장전에서 터진 제프 허스트의 결승골로 서독을 4대 2로 물리치고 세계 축구의 정상에 올랐습니다. 지금도 살아있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우승컵을 잉글랜드 팀의 주장인 보비 무어에게 전달하자 홈팬들의 환호와 감격이 유서 깊은 웸블리구장을 뒤덮었습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10살의 소년은 이제 환갑이 됐고, 당시 40대 이상의 사람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잉글랜드 축구는 자국민들에게 50년 전의 기쁨을 다시 주지 못했습니다. 월드컵이나 유럽축구선수권 같은 메이저대회에서 단 한 번도 정상에 등극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966년 이후 FIFA 월드컵에서 우승은커녕 결승에도 오른 적이 없었습니다. 월드컵 다음 가는 권위를 지닌 유럽축구선수권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64년 첫 참가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1968년과 1996년 대회에서 거둔 3위가 최고 성적입니다.

잉글랜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축구 종주국'이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국제 경쟁력은 이런 자존심과는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스타 선수가 부족했을까요? 지도자와 전술에 문제가 있었을까요? 아니면 단지 불운했던 것일까요?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전술적 낙후성과 잉글랜드 특유의 아집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잉글랜드는 자기 고집이 강했고 전술 변화에 무관심했다. '킥 앤드 러시' 위주의 스타일을 너무 오래 고수해왔다. 하지만 월드컵과 같은 단기 토너먼트에서는 수비 조직력과 전술 대응력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는 '빗장 수비', 독일은 '압박 축구' 등 나름대로 상대를 이기기 위한 전략적 고민을 해왔는데, 정작 잉글랜드는 이런 고민 대신 고루한 스타일을 고집하다 보니 전술적 진보가 없었다."

메이저대회만 나가면 번번이 무너진 잉글랜드는 2001년 큰 결단을 내립니다. 자존심을 버리고 스웨덴의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에 앉힌 것입니다. 2007년에는 이탈리아 출신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을 영입하는 등 '옛날 축구'와 결별하고 '전술적 고립'을 타개하려고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별로 신통치 않았습니다.    

잉글랜드가 메이저 대회에서 무관에 그친 또 하나의 근본적 이유는 세계 톱클래스 선수가 생각과 달리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착시 현상'입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더불어 세계 축구의 양대 산맥입니다. 그런데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잉글랜드 국적의 선수는 30%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은 25골을 넣은 토트넘의 해리 케인이었습니다. 잉글랜드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에 오른 것은 16년만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그 사이에는 외국인 선수들의 독무대였다는 것입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잉글랜드 대표팀의 맨 파워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 1980년대 게리 리네커, 이후 마이클 오언 등이 간판 스타로 활약했지만 이들이 펠레, 마라도나, 메시, 호날두 같은 최고의 선수는 아니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쉽게 말해 스타는 꽤 있었지만 세계 정상을 노릴만한 슈퍼스타들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불운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잉글랜드는 아르헨티나와 대결했는데 마라도나의 이른바 '신의 손' 사건으로 억울하게 져 탈락했습니다. 바로 다음 대회인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준결승에서는 승부차기 끝에 서독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전에서는 마이클 오언, 데이비드 베컴, 앨런 시어러 등 호화멤버가 나섰지만 승부차기에서 아르헨티나에 져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결국 잉글랜드 축구는 지난 50년 동안 전술적 낙후에다 슈퍼스타의 부족, 그리고 불운이 결합돼 메이저대회 무관에 그쳤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로이 호지슨 감독 (사진=AP)
그럼 현재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로 2016에 출전하고 있는 잉글랜드 대표팀은 어떨까요? 먼저 사령탑인 로이 호지슨 감독이 결과를 중시하는 현실주의자란 점이 눈에 띕니다. 과거 잉글랜드 축구는 당장의 성적을 내기 위해서 수비축구를 선택하지 않았지만 호지슨 감독의 철학은 다릅니다. 제이미 바디, 웨인 루니, 해리 케인로 구성된 공격 라인도 화려합니다. 전술적으로나 선수 면면으로 보나 이번에는 50년의 한을 풀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세대교체 중인 잉글랜드 축구는 지난 12일 러시아와 B조 1차전에서 1대 0으로 앞서가다 후반 추가 시간에 동점 골을 내줘 1대 1로 아쉽게 비기는데 그쳤습니다. 잉글랜드는 슈팅 16개에 유효슈팅 6개를 기록하며, 슈팅 6개에 유효슈팅 2개에 그친 러시아를 압도했지만 결과는 무승부였습니다.

잉글랜드는 오는 16일 가레스 베일이 이끄는 웨일스와 2차전을 치릅니다. 남 같지 않은 남이라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경기입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50년의 징크스를 이번 대회에서 씻어낼 지, 유로 2016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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