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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한부모 가정, 행복주택 거절당한 서글픈 사연

* 대담 : SBS 이종훈 기자

▷ 한수진/사회자:
 
'행복주택'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대학생과 신혼부부, 사회 초년생들에게 정부와 지자체가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해 주는 임대주택입니다. 그런데 어렸을 때 이혼해 연락도 되지 않는 어머니의 정보공개 동의서가 없다는 이유로 한부모가정 자녀가 행복주택 청약을 거절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사회부 이종훈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기자 안녕하세요.
 
▶ SBS 이종훈 기자: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우선, 행복주택이 뭔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 SBS 이종훈 기자:

네, 행복주택이란 서민과 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해 소득계층별로 다양한 맞춤형 주거를 지원해주는 정부 정책 중의 하납니다. ‘젊은이에게 희망을! 지역에 활기를!’ 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특히 대학생과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을 위해 학교나 직장에 가까운 곳, 또는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곳에 짓는 저렴한 임대료의 공공임대주택입니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들은 그동안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이라면서 행복주택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를 해왔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 행복주택이 19살 여대생에게 행복이 아닌 오히려 큰 상처를 남겼다면서요, 어떤 사연인가요?
 
▶ SBS 이종훈 기자:

네, 19살 김 모 양은 올해 대학에 들어간 새내깁니다. 학교가 노원구에 위치하고 있어 인천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데 2시간, 학교에서 다시 집으로 오는데 2시간, 왕복 통학 시간만 4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그런데 노원구에 행복주택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청약을 신청했습니다.

학교 근처에 집을 얻게 되면 통학시간도 줄이고, 꽤 많이 드는 교통비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우선순위를 주는 행복주택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김양으로서는 내심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류 접수 마지막 날 전화가 한 통 걸려왔습니다. 행복주택 시행사인 SH 공사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SH공사에서 전화가 왜 온 거죠?
 
▶ SBS 이종훈 기자:
 
네 제출 서류 가운데 ‘정보공개 동의서’가 있었는데 그 동의서에 아버지의 사인만 있고 어머니의 사인이 없으니 내일까지 어머니 사인을 받아서 팩스로 보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김 양은 15년 전부터 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한부모가정 자녑니다. 김 양이 4살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해 어머니와는 연락이 끊긴지 15년이 넘은 상태였습니다. 김 양은 이런 사실을 설명하면서 어머니의 사인을 받아올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어디 사는지, 알지도 못 하는데 어떻게 사인을 받느냐고 되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SH 공사는 무조건 어머니의 사인이 필요하고 만약 사인을 받지 못 하면 서류접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해가 안 가는데요. 부모님이 오래 전에 이혼하셨는데, 함께 살고 있지도 않은 어머니의 사인이 왜 필요하다는 거죠? 
▶ SBS 이종훈 기자:
 
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죠. 김양도 똑같은 생각에 SH 측에 전화를 다시 걸어 되물었다고 합니다. 왜 어머니의 사인이 필요하냐고요. 주민등록 등본 상에도 아버지만 기재돼 있고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그리고 대학 들어갈 때 까지 아버지 사인만 있어도 전혀 문제 없었는데 말이죠. 또 학자금 대출이나 국가장학금 받을 때도 아버지 사인만으로 가능했는데 왜 행복주택에만 어머니 사인이 있어야 하느냐며 따졌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돌아온 답변이 가관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을 했다고 해서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이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 또 이혼을 했다고 해서 어머니가 아닌 건 아니지 않느냐“는 등 이상한 논리를 댔다고 합니다.

개개인의 편의만을 봐 줄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서 청약 1순위 조건에 해당되는데 너무 안타깝다는 말까지 건넸습니다. SH 측은 김양에게 다음 청약부터는 한부모가정 자녀도 신청할 수 있도록 할테니 다음 번 기회를 이용하라고 친절하게 설명도 해 줬다고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왜 SH 공사는 이혼한 어머니의 사인까지 요구하는 거죠?
 
▶ SBS 이종훈 기자:
 
네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을 보면 행복주택 입주자 자격과 조건이 명시돼 있는데요. 그 중에 대학생의 입주자격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대학생 본인과 부모의 월평균 소득 합계가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는 ‘부모의 월평균 소득 합계’라는 대목입니다.

행복주택이 집안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우선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다 보니 학생 부모의 재산과 소득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SH가 아버지 어머니의 재산 정보를 들여다 봐도 된다는 동의하는 부모의 사인이 필요했던 건데요.

그런데 문구에 ‘부 또는 모’가 아닌 ‘부모’의 소득합계라고 쓰여져 있기 때문에 무조건 아버지, 어머니 양쪽 모두의 사인이 필요하다는 해석이었습니다. 예외 조항이 따로 없기 때문에 아버지나 어머니 중 한 명의 사인도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니 그럼 현재 규정대로라면 이혼한 가정, 즉 한부모 가정의 경우 무조건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인이 모두 필요하다는 거네요?
 
▶ SBS 이종훈 기자:
 
그렇습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어설픈 규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제가 해명을 듣기 위해 SH 공사를 찾아가 봤는데 SH는 스스로 한부모가정 자녀에 대한 경우까지 고려하지 못한 시행규칙임을 시인했습니다. 무조건 잘못됐다며 세심하게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걸 인정하면서 국토부에서 만든 규칙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약을 진행하면서 그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지금은 국토부에 한부모가정 자녀일 경우 아버지나 어머니 한 분의 동의서만 있으면 된다는 내용으로 개정해 줄 것을 건의했다고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요즘 주변에 한 가정 자녀가 흔치 않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경우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있는 거죠? 이해가 안 가네요.

▶ SBS 이종훈 기자:
 
그렇습니다. 이 규정만 보면, ‘대학생들은 모두 부모님이 계시다’는 가정 하에 행복주택 사업을 시작한 겁니다. 한 가정 자녀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던 거죠. 이번 행복주택 청약에 몇 명의 한 가정 자녀가 신청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만약 김 양 말고 또 다른 한가정 자녀가 있었다면, 그 학생 역시 청약을 하기란 쉽지 않았을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이가 없군요. 당사자인 김 양이 상처를 많이 받았겠어요.

▶ SBS 이종훈 기자:

네 김양은 “한 부모 가정은 국민도 아니냐”면서 “어머니가 없다는 이유로, 한부모가정 자녀라는 이유로 행복주택 청약을 거절당했다“며 속상해 했습니다. 새 집이 생긴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 한 이유 때문에 서류접수조차 못 하게 되자 어이가 없고 속상하고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한답시고 만들어진 정책이라더니 일을 이런 식으로 처리해 상처 준다는 게 너무 화나고 속상하다고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행복주택은 행복을 주는 주택이 아닌 상처를 주는 주택으로 다가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정부와 지차제는 명확히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모든 경우의 수를 좀 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예상해 한 명의 국민이라도 상처받지 않도록 하는 따뜻한 정책이 아쉽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SBS 이종훈 기자였습니다.

▶ 한부모 가정은 청약 안 돼? 상처 주는 행복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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