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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월 3백만 원씩 준다는데…거부한 스위스 국민

<앵커>

친절한 경제입니다. 먼 유럽 나라 스위스에서 국민투표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참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게 전 국민한테 한 사람도 빠짐없이 매달 3백만 원씩 기본 소득을 보장해주겠다. 이런 엄청난 내용인데요, 이게 지금 결과가 나왔죠?

<기자>

부결될 걸로 예상이 됩니다. 3백만 원씩 준다는 건 재미있는 실험이기는 하죠. 인구가 8백만 명인데, 10만 명만 하자고 하면 스위스는 국민투표를 할 수가 있어요. 어쨌든 세계 최초로 국민투표입니다.

<앵커>

어쩌다가 이런 아이디어가 나오게 됐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기자>

이게 스위스는 물가가 비싸서 3백만 원도 기본 생활비 정도예요. 그런데 이걸 하자는 쪽에서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이걸 해야 된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1인당 GDP가 1억 원이 넘는, 우리나라 세 배입니다. 세계에서 소득이 제일 많은 나라고, 이미 1년 세금 잘 내고 일하다가 실직을 해도 월급을 거의 2년 동안 대주는 복지 천국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3백만 원 얘기는 이걸 받으면 기본적인 생활은 해결할 수가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가 저렇게 좋음에도 불구하고 싫은 일 안 하고 사람이 자기가 진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될 거라는 그런 아이디어인데요, 찬성하는 쪽, 이걸 발의한 쪽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시죠.

[체 바그너/기본소득 발의단체 : 실제로는 정말 하기 싫거나 의욕이 없는 일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생각에는 기본 소득을 주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는 방향으로 경제가 바뀌게 될 겁니다.]

실제로 만약에 실행을 한다고 치면 그동안 주던 복지 비용 이런 것 다 없애고 그냥 3백만 원 모두에게 주고 끝, 이렇게 되는 거죠.

<앵커>

그런데도 주겠다는 돈에 결국, 국민투표에 부쳤더니 반대가 더 많았다고요?

<기자>

현실적으로 당장은 어렵지 않겠냐고 국민들이 본 건데요, 이유는 우선 돈이 너무 많이 든다. 3백만 원씩 다 주려면 못해도 1년에 한 2백조 원은 필요한데 비현실적이고, 3백만 원씩 주면 일을 안 하려고 하지 않겠느냐, 오히려 일하지 말자는 법이라는 주장에 일단 손을 들어준 걸로 보입니다. 반대하는 쪽 이야기, 한 80% 가까이 반대하고 있거든요.

[나탈리 폰타넷/기본소득 반대 위원회 : 매우 많은 돈을 들여서 사람들을 일하게 하고 독립적으로 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일도 하지 않게 권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또 한가지는 걱정이, 이 돈 때문에 외국에서 난민이나 이민 들어올까 봐, 3백만 원 다 준다고 하니까, 그것도 걱정이었는데 어쨌든 부결되기는 했지만, 기본 소득이라는 개념은 유럽에서 스위스 말고도 핀란드, 네덜란드, 심지어 미국 일부에서도 거론되고 있어서 완전히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고 조만간 실현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아이디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어쨌든 잘사는 나라인데도 이렇게 삶의 질을 높이려고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는 참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기자>

OECD가 최근에 회원국들 삶의 질 조사를 했는데, 스위스가 38개 나라 중에 4위였습니다. 그런데도 뭘 저렇게 더 해보자는 분위기인데, 우리나라는 이 조사에서 최하위권을 기록을 했어요.

미세먼지를 포함한 공기 질 꼴찌, 사람들 간에 믿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느냐 공동체 건강도 37위, 일과 개인적인 삶이 균형적이냐가 36위, 건강 35위 이렇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28위에 그쳤는데, 28위 우리나라에서는 삶의 질을 높이려면 뭘 해야 되나, 눈에 띄는 토론과 논의가 없는데, 세계 4위 국가는 물론 부결은 됐지만, 저런 국민투표를 해봤다는 점에서 월 3백만 원을 받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부러운 감정을 안 느낄 수 없고요, 삶의 질 격차가 더 벌어지진 않을까, 이런 걱정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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