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5일 무수단의 사상 첫 발사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북한은 당연히 실전 배치된 무수단 50여기를 전수 조사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첫 발사에 실패했으니 원인을 분석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2주 만인 같은 달 28일 또 2발을 쐈다가 실패를 맛 봤습니다.
더 이상은 안 쏠 줄 알았지만 북한은 그제 또 쐈습니다. 그제는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수 초만에 터졌으니 무수단이 이동식 발사대 TEL을 제대로 벗어나지도 못하고 폭발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미사일은 발사 성공률이 80% 이상 돼야 전투 적합 판정을 받고 실전 배치되는데, 이미 실전 배치된 무수단의 발사 성공률은 0%입니다. 이 정도면 폐기 처분 대상입니다. 무수단을 되살리고 싶다면 몇 년이 걸리든 결함을 찾아 보완해야 하는데 북한은 ‘안되면 될 때까지’ 쏘고 있습니다. 왜 이럴까요?
● 조금씩 드러나는 치명적 결함…“손보기엔 늦었다”
무수단은 러시아의 R-27(나토명 SS-N-6) 미사일에서 유래했습니다. 무수단은 ▲북한이 R-27을 해체하며 기술을 습득하는 역설계 방식으로 개발했거나 ▲R-27을 대량 수입한 뒤 발사체 엔진을 포함한 미사일 주요 부분을 손대지 않고 살짝 개조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경우는 새롭게 미사일을 개발한 것과 다를 바 없어서 반드시 시험 발사를 거쳐야 합니다. 두 번째 경우의 무수단은 성능이 입증된 R-27 미사일 자체이기 때문에 시험 발사를 안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런데 북한은 시험 발사 없이 지난 2007년 무수단을 실전 배치했습니다. 즉 무수단은 러시아 R-27 자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1970년대 제작된 R-27의 엔진과 주요부품이 여전히 무수단에 장착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엔진이 30~40년 이상 노후화가 진행돼서 아무리 설계 변경을 한다고 해도 무기로서 기능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워낙 낡고 녹슬어서 수명을 다한 엔진이라면 엔진을 포함한 주요 부품을 완전히 교체해야 합니다. 무수단의 4회 연속 실패 원인은 ‘불치(不治)의 결함’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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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발까지는 그래도 긴가민가했지만 3발째 실패했을 때부터 무수단은 무기로서 신뢰성을 잃었습니다. 발사 버튼을 누르면 날아가서 타격한다는 확신이 서야 하는데 무수단은 그런 신뢰를 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또 쐈습니다. 군 핵심 관계자는 “머지않은 미래에 또 발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운 좋게 1발이라도 제대로 날아갈 수는 있지만 아무 의미 없습니다. 그 다음의 무수단 발사가 다시 성공하리란 보장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무수단 오기(傲氣)’의 이유에 대해서는 명쾌한 분석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1발이라도 성공하면 괌 미군 기지를 직격할 수 있다는 위력을 보여줄 수 있으니 이런다”, “계속된 실패를 통해 실패의 원인을 찾고 있다”, “무수단 실패로 위기에 몰린 전략군 사령부가 재기할 수 있는 길은 무수단 성공뿐이다”, “멀쩡한 무수단이 속한 로트 번호를 찾는 중이다”, 이 모두 풀어야할 수수께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