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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태환 CAS 제소하면 리우 간다

[취재파일] 박태환 CAS 제소하면 리우 간다
벼랑 끝에 몰린 수영스타 박태환이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광주 남부대학교 국제수영장에서 열리는 제88회 동아수영대회 겸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합니다. 지난달 3일 도핑 징계에서 풀려난 이후 첫 공식대회에 나오는 것으로 일종의 복귀 무대입니다.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던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해도 리우 올림픽에는 출전할 수 없습니다. 대한체육회 규정에 ‘금지약물을 사용해 경기단체에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선수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이중 처벌’이란 논란이 제기됐지만 대한체육회는 지난 6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현행 규정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박태환의 리우행을 원천봉쇄한 것입니다. 그럼 박태환이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국제스포츠계의 대법원으로 불리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면 됩니다. 그러면 리우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2007년 일본 오사카에서 세계육상선수권이 열렸습니다.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던 자크 로게는 ‘금지약물 복용으로 6개월 이상의 징계를 받은 선수는 다음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조항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미스터 클린’으로 불린 자신의 이미지대로 도핑으로부터 자유로운 ‘클린 올림픽’을 이루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규정을 ‘오사카 룰’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2011년에 사단이 생겼습니다. 도핑으로 징계를 받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육상 남자 400m 챔피언 미국의 라숀 메릿이 CAS에  제소를 한 것입니다. 메릿은 금지약물 복용으로 21개월간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징계가 끝났지만 ‘오사카 룰’에 걸려 2012 런던올림픽 출전 길이 막혔습니다. 라숀 메릿은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와 함께 CAS에 제소했고 CAS는 “이중 처벌은 합당하지 않다”며 ‘오사카 룰’의 무효를 판결했습니다. IOC는 이 결정을 수용해 관련 규정을 삭제했습니다. 이에 따라 라숀 메릿은 런던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 판결 이후 다른 나라 선수들도 족쇄에서 풀려났습니다. 영국 육상 선수 드웨인 체임버스는 영국 내부 규정에 걸려 올림픽에 나갈 수 없게 되자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습니다. 당시 영국올림픽협회 규정에 따르면 ‘도핑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는 영구히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고 돼 있었습니다.

체임버스를 비롯한 모두 3명의 영국 선수들은 이 규정이 ‘이중 처벌’이라고 주장하며 제소를 했는데 CAS는 미국 라숀 메릿에게 적용했던 논리에 따라 영국올림픽협회의 내부 규정이 합당하지 않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체임버스를 비롯한 3명의 선수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무대에 나온 체임버스는 남자 100m에서 ‘번개’ 우사인 볼트와 맞대결을 펼쳐 눈길을 끌었습니다.
영국 육상 선수 드웨인 체임버스(왼쪽)

박태환의 경우는 영국 선수들과 거의 똑같습니다. 도핑으로 징계를 받았고 징계 기간이 끝났는데도 자국 규정에 묶여 올림픽에 나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CAS의 판결은 전 세계 모든 국가에 공통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CAS가 현재 박태환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이 무효라고 판단하면 대한체육회로서는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CAS의 판결을 거부한 국가는 없습니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만약 CAS가 박태환의 손을 들어주면 대한체육회로서는 수용하는 것외에 다른 뾰죡한 수가 없을 것이다. 거부하기에는 너무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리우올림픽 출전 선수 명단의 최종 마감 시한은 오는 7월 17일입니다. 만일 박태환 측이 조만간 제소를 할 경우 CAS는 심의를 거쳐 2개월 안에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과거 판례가 명백히 있기 때문에 심의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이 끝난 뒤 박태환이 CAS 제소라는 마지막 결단을 내릴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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