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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배 오른 땅값…'학살당한 비극 현장' 사라진다

제주 부동산 열풍에…사라지는 4·3 유적지

<앵커>

오늘은 제주 4.3 사건 68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좌익세력이 일으킨 무장봉기를 미 군정 경찰과 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많은 제주도민이 학살당했는데요, 아프지만 기억해야 할 역사가 분명한데 제주도의 부동산 개발 바람에 밀려 4.3 유적지가 하나둘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박수진 기자가 제주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제주시 한림읍의 한 주택 건설 공사장에서 기반 공사가 한창입니다.

평범한 공사장 같지만, 사실은 4.3 사건의 주요 유적지인 '뒷골 장성'의 마지막 구간이 있던 장소입니다.

4.3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1949년, 경찰과 군이 주민과 무장세력을 분리하기 위해 만든 10㎞ 길이의 담이 바로 뒷골 장성입니다.

원래는 저 끝에서부터 이쪽까지 이어져 있어야 하는 담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부분이 뚝 끊겨있습니다.

땅 주인이 개발하면서 담을 허문 겁니다.

제주도에 부동산 개발 열풍이 일면서 이곳의 땅값은 10년 새 100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토지 소유주 : 유적이 어디 있어요? 땅 파도 아무것도 없어요. 다 사유지라고 사유지.]

다른 유적지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토벌대가 주민 50여 명을 학살한 영남동 잃어버린 마을 터 일부는 펜션 부지로 바뀌었습니다.

[김은희/제주 4.3사건 진상조사단 : 4.3 유적지 대부분이 사유지거든요. 소유주 마음대로 처리하는 부분들이 많이 발생하는데…. (이를 막기 위한) 관리나 규제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3 유적지는 600곳 정도 되지만, 제주도청이 사들여 관리하는 곳은 3곳뿐입니다.

[이종훈/4.3사건 생존자 : 행정기관이고 읍사무소고 다 무관심하고…. 다 무관심하니 업자들 마음대로 (한 것이죠). 한심스러운 일이지. 역사가 사라지고….]

아직 남아 있는 4.3 유적지들도 언제 부동산 개발 바람에 밀려 사라질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윤선영, 사진제공 : 제주 4.3 평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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