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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IOC, 체육단체 통합 연기 요구 파문

[취재파일][단독] IOC, 체육단체 통합 연기 요구 파문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갑자기 통합 연기를 요구한 것으로 SBS 취재결과 드러났습니다. IOC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법정 시한인 오는 3월27일까지 통합이 사실상 불가능해 파문이 예상됩니다.

대한체육회의 고위 관계자 A씨는 오늘(25일) SBS와 전화 통화에서 “어젯밤 IOC로부터 공문을 받았다. 그 요지는 통합체육회 정관을 IOC로부터 승인 받은 다음에 통합하라는 것이다. IOC가 통합체육회 정관에 정부의 과도한 개입 등 독소 조항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생활체육회 관계자가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을 방문해 IOC 주재 아래 합동 회의를 갖자고 제의했다. IOC 본부에서 통합의 3주체가 모인 가운데 정관을 최종 검토하자는 것이다. 또 선수들의 경기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오는 8월 리우 올림픽 이후로 체육단체 통합을 연기할 것을 제의했다”고 말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체육 단체 통합을 둘러싸고 1년 이상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지난 15일 발기인총회는 총 11명의 발기인 가운데 절반이 넘는 6명이 불참해 결국 무산되는 파행을 겪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17일 김종 문체부 제2차관과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이 긴급 회동을 갖고 법정 시한인 3월27일까지 통합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대한체육회가 요구했던 몇 가지 사항에 대해 문체부가 수용함으로써 합의가 이뤄진 것입니다. 이에 따라 통합체육회는 다음 달 2일 발기인 총회를 예정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출범에 성공하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통합체육회 정관의 영문 번역본을 IOC에 보낸 뒤에 분위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문체부의 요구로 대한체육회는 지난 18일 정관 영문본을 IOC에 발송했는데, IOC는 바로 다음 날인 19일 “대한올림픽위원회가 정관의 영어 번역본을 다시 신중히 체크해서 가능한 빨리 공식 최종본을 보내주기 바란다.  IOC가 정관의 모든 규정을 분명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정말로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는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대한체육회가 보낸 정관을 그대로 승인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통합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사실상 IOC의 연기 요구 소식을 접한 문화체육관광부는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국내 법률 준수를 위해 통합을 강행할 경우 IOC와 마찰이 불가피합니다. 이럴 경우 심각한 문제가 야기돼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의 쿠웨이트처럼 한국 선수단이 리우 올림픽 개회식에서 태극기 대신 올림픽 기를 들고 입장하는 최악의 불상사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IOC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사실상 통합 시한인 3월27일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 국내 법률을 어기게 됩니다. 문체부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그럼 IOC는 왜 이렇게 통합체육회 출범의 연기를 요구하게 된 것일까요? 대한체육회의 또 다른 관계자는 B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IOC는 지난 1년 동안 한국에서 일어난 일에 관한 정보를 이미 입수했다. 문체부 주도로 통합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것이다. IOC는 한국 법률의 준수 여부를 따지는 기관이 아니다. 자신들의 판단으로 정관에 문제가 있다면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이런 사태가 일어날 것을 미리 우려해 대한체육회가 그토록 자율성을 주장했는데, 문체부가 밀어붙여 결국 이렇게 됐다고 본다. 하지만 IOC가 아무리 강해도 한국 정부를 징계할 수는 없다. 징계를 당하는 것은 대한체육회이다. 리우 올림픽에 태극기가 없이 출전하면 누가 책임지겠는가?”

IOC가 대한체육회에 보내온 공문을 보면 그 기조가 단순한 건의가 아니라 사실상 명령이라고 봐야 합니다. 1개 국가의 체육단체의 통합을 둘러싸고 IOC가 이런저런 요구를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두 단체의 통합이 정부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매끄럽게 진행됐다면, 오늘의 사태는 결코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체육 통합을 이끌고 있는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책임을 뼈저리게 통감하고 현명한 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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