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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업체 "완제품 챙기다 맨 몸으로 돌아왔다"

북한이 11일 오후 개성공단 내 남측 인원 추방과 자산동결 방침을 발표하면서 철수작업을 벌이던 일부 입주업체 관계자들은 원부자재와 완제품을 모두 포기하고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로 황망히 내려와야 했다.

오후 10시께 CIQ를 통해 귀환한 이들은 초췌한 모습이 역력했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보다 북측이 자산동결 조치를 발표하면서 생산된 물자의 반출불가 결정을 내렸고 우리측 기업 관계자들은 빈 트럭으로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서 신발 공장을 가동했던 이경섭(59) 씨는 "오전에 다행히 4t 트럭을 이용해 물건을 반출하고 오후에 추가로 완성품을 챙기던중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관계자들이 공장으로 들어와 물건을 가지고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며 "한동안 분위기가 삭막했다"고 전했다.

그는 "공단에 남은 원단과 신발 완제품 등이 가격으로 환산하면 10억원 이상"이라며 "손실도 손실이지만,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신발 업체 법인장 강성호 씨는 "오후에 북측에서 갑자기 남측 인원 추방과 자산동결을 통지해 깜짝 놀랐다"면서 "현재 완제품이 공장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앞으로 가지고 나올 방법이 없으니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오늘 그나마 30분의 1정도 물건을 챙겼는데 너무 참담하다"며 "정부가 사전에 폐쇄조치를 알려줬으면 물건을 뺄 수 있을 시간이 있었을 텐데 너무 아쉽다"고 토로했다.

전기업체 직원 이정국(46) 씨는 "원래 오후 6시께 공단에서 남측으로 넘어오려 북측 출입관리사무소까지 나왔다"면서 "그런데 북측에서 인원파악이 안 돼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 대기하다 늦었다"고 전했다.

잡화 생산 공장에 근무하는 이모(54) 씨는 "설 연휴에 직원 2명이 공단에 남았는데 갑자기 철수 결정이 나면서 오늘 공단에 들어온 트럭 1대에 부랴부랴 완성품을 채웠다"며 "그런데 (북측에서) 갑자기 자재를 가져갈 수 없다고 해 모두 내려놓고 왔다"고 허탈해했다.

그는 "당장 자재도 없고 거래처에 납품 약속도 못 지켜 난리가 났다"며 "아무런 대책도 희망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발표에도 희망을 놓지 않았던 입주 기업들은 북한이 자산동결을 발표, 사실상 '폐쇄'로 맞대응한 데 대해 대부분 망연자실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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