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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저성과자 해고지침 오늘부터 시행…노동계 '반대'

<앵커>

친절한 경제입니다. 오늘(25일) 추위 못지않게 중요한 뉴스가 있습니다. 올해부터 새해 정부가 만든 일자리 관련 지침이 시행이 되는데 이 중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조항이 일 못 하면 회사에서 그냥 해고까지 할 수 있다는 조항이죠.

<기자>

네, 오늘 파업도 한다 해서 시끌시끌한데, 사실은 들여다봐도 복잡하기 때문에 설명을 좀 드리자면, 최대한 간단하게 오늘 정부는 무슨 입장이고, 반대하는 쪽은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정리를 좀 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정부 얘기는 지금 정규직들이 한 번 회사에 들어가면 일을 잘하든 못하든 해마다 꼬박꼬박 월급 오르고 정년 보장받는 걸 고쳐야 된다.

그래서 한 번 뽑으면 기업들이 무조건 책임지는 게 아니라면 조금 사람을 뽑는 게 쉽지 않겠냐? 그래서 일하는 만큼 돈을 받아가게 하고 아주 못하면 해고도 가능하게 해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노조하고 협의를 해서 공정하게 평가 기준을 만든 다음에 그걸로 평가해서 "이 사람은 힘들다." 싶은 사람은 교육도 시키고 다른 자리에도 맞는지 배치도 해봤다가, 그래도 안 되겠다. 우리 회사엔 맞는 자리가 없다고 하면 해고도 가능하다는 조항을 만든 거에요.

그런데 정부 이야기는 자르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법원에서 인정해줬던 사례를 정리했을 뿐이다. 이렇게 하면 성과 위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회사도 잘 돌아가고 사람을 더 뽑게 될 거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네, 하지만 노동계는 반대를 하고 있고, "정부가 하는 이 말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못 믿겠다."하는 거죠?

<기자>

노동계 쪽은 그렇게 얘기를 하죠. 일 못 하면 자른다고 하는데, 일 잘하고 못하고 그럼 어떻게 평가할 거냐, 내가 수긍할 수 있게 평가한다는 게 가능하냐, 평가 기준 만드는데 노조가 참여한다고 정부가 말하는 데 노조가 있는 회사는 10%밖에 안 되고 결국은 90% 이상은 회사가 마음대로 기준을 정하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그래서 회사가 원하는 대로 당신은 저성과자, 딱 사람 찍어서 내보낼 수 있게 되지 않겠느냐, 정부 말과 달리 회사에서 쉬운 해고를 할 수 있는 면허를 주는 거라고 주장을 하는 거죠.

지금은 회사들이 희망퇴직 이런 걸 해서 퇴직금이라도 챙겨서 내보내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맘에 안 들면 그냥 저성과자로 찍어서 내보낼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그래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겁니다.

양쪽 주장이 지금 보신 것처럼 굉장히 달라요. 우리 먹고사는 문제랑 직결돼 있는 거기 때문에 정부하고 노동계한테 맡겨놓을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한번은 내용을 좀 들여다보고 각자 판단을 해야 될 그런 문제입니다.

<앵커>

워낙 민감한 문제이고요. 충분히 공론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법제화가 되는 건 좀 섣부르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외국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기자>

선진국들도 이런 노동개혁이랄까요, 이런 걸 합니다. 왜냐하면, 일자리가 특히, 청년들이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걸 늘려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나와서 이런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지금 토론 이런 것 많이 하지만 대표적으로 유럽의 경우를 볼 필요가 있어요.

유럽도 이런 논의를 하고 있는데, 사회적으로 논의가 굉장히 오래, 폭넓게 진행을 했습니다. 경제의 큰 틀을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 결과 두 가지 정책을 동시에 추진을 하는데 우선 우리 정부가 지금 하는 것 같은 걸 하긴 해요. 그걸 유연성이라 부릅니다.

사람의 능력과 상황에 맞게 일을 유연하게 시킨다. 해고도 그런 점에서 가능하게 만든 나라들이 있습니다.

다만 오른쪽, 같이 가는 게 안정이에요. 해고가 됐으면 그 사람은 그다음은 혼자 알아서 살 걸 찾으라는 게 아니라 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1년이면 1년, 수당을 줘가면서 일자리도 알아봐 주고 사회적으로 받쳐준다는 거죠. 안정적으로.

그래서 유럽에서는 노동개혁을 할 때 둘 다 강조하고, 유연·안정성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렇게 하기 때문에 동의를 해주는데 우리는 지금 이 안정성 뒷부분, 잘린 다음에 그럼 어떻게 할 거냐, 이 부분에 대한 얘기가 별로 없어요.

4, 50에 회사 그만두면 인생 끝난 것 같은 게 한국 현실이라서, 국민 걱정거리 1위가 고용불안으로 나오는 상황인데, 유럽 같은 이런 유연·안전성이 아니라 유연성만 강조하는 식으로 하면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까, 좀 더 이런 부분은 고민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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