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플러스] "김정은 원수님 덕분"…北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지난달 있었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 장면입니다. 현장에 직접 가지는 않았어도 자꾸 눈물이 끼어들어서 영상을 보는 것만도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요, 뉴스로는 워낙 극적인 만남과 이별의 순간에 치중하다 보니 이들의 대화 내용까지 오롯이 다 보여드리지는 못했지만, 북측 상봉자들은 잊을만 하면 정권에 대한 고마움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꽉 막힌 체제를 모르는 건 아니어서 충분히 낯설지 않은 현상이긴 한데, 북한 사회에서 권력이 일상을 통제하는 정도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습니다. 이경원 기자가 취재파일에 담았습니다.

북측 가족들은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게 다 김정은 원수님 덕분이란 말을 수차례 반복했습니다. 상봉을 이끌어낸 제도적인 도움에 대한 감사를 표시한 겁니다.

그런데 더 눈을 번뜩이게 했던 표현은 김정은 원수님 덕분에 내가 이렇게 오래 살아서 가족을 만나게 됐다는 말이었습니다. 80대 노인이 본인의 장수를 30대 초반 권력자의 수혜로 돌린 겁니다.

모든 걸 하느님과 부처님, 알라 덕분이라고 믿는 일종의 기도문과 별반 다를 게 없었습니다. 이를 두고 단지 전근대적이다, 미개하다고 치부하며 그저 김정은 정권의 탄압 때문이라고 해석해버리면 그만일까요?

한번 깊게 들어가 보면, 근대 민주주의의 대표적 이론가 장 자크 루소가 이야기했던 시민 종교로 거슬러 올라가 볼 수 있습니다.

국가의 권위를 신성한 종교로 보는 정치권력의 종교화가 곧 사회 통합과 유대로 직결된다는 루소의 레토릭을 북한 주민들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언론 보도로 대했던 북한의 실상은 주민들이 강압에 의해 장군님을 외치고 폭압으로 형성된 정권은 풍전등화처럼 언젠간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당위적인 시각에 불과했지만, 북측 가족들의 화법은 단순한 사회 방언을 넘어 사회 통합을 견고히 만드는 중요한 메커니즘이란 점을 다시 한 번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의 사유 체계가 어떤지, 또한 그런 사유체계를 가진 사람들이 남한을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될지 진지하면서도 체계적인 접근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는 수학이나 과학처럼 몇몇 천재 학자들의 몫이 아니라 통일 대박을 대비하는 우리 국민 모두의 과제입니다. 통일 이후 우리가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 [취재파일] 우리가 북한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