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X는 기동성 면에서 공군 주력 KF-16과 유사하지만 레이더를 필두로 한 전자 장비는 KF-16 보다 뛰어난 전투기입니다. 즉 KF-X의 핵심은 레이더 등 전자장비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전자장비가 말썽입니다.
미국으로부터 F-35 40대를 도입하기로 한 차세대 전투기 F-X 3차 사업의 절충교역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레이더 등 핵심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는데 미국이 거부했습니다. 우리 기술로 개발할 수도 있지만 20~30년 걸립니다. KF-X 개발 완료 시점이 2025년으로 10년 뒤인데 이러다가는 레이더 없는 전투기가 탄생할 판입니다.
KF-X의 가장 중요한 전자장비는 AESA(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 레이더입니다. 탐지 거리가 먼데도 정확도가 뛰어나고 복수의 타깃을 자유자재로 잡아내 전투기의 교전능력을 단박에 올려주는 레이더입니다. F-X 사업의 결과, F-35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이 AESA 레이더 개발을 위한 기술 인력을 지원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도 미측이 기술 인력을 지원하기로 약속돼 있었습니다. 전자광확 표적추적장비(EO TGP)와 전자파 방해장비(RF JAMMER) 등도 인력 지원 등을 통한 기술이전을 하도록 한미 군 당국은 F-X 3차 사업에서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이 4가지 기술의 이전을 거부했습니다. 우리 군이 몇 차례 기술 이전 허가를 내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은 요지부동입니다.
지난 17일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의 관련 질의에 장명진 방사청장은 “미국에서 수출 승인을 거절했다”고 답했습니다. F-35 40대 구매하기로 계약서 썼더니 오리발 내미는 미국입니다. 물건 팔 때는 뭐든 다 해줄 듯하다가 계약서 쓰니까 딴소리하는 모양새입니다.
장명진 방사청장은 17일 국감에서 “미국의 수출 승인을 거절한 기술은 국내 개발 및 국제 협력 통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손으로 개발해 국산 AESA 레이더 등을 KF-X에 장착하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시나리오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방사청과 공군 핵심관계자들은 “AESA 레이더를 개발하는데 통상 20~30년 걸린다”고 말합니다.
유럽 몇몇 나라가 AESA 레이더 기술이전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역시 어처구니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으로부터 받기로 한 AESA 레이더 기술을 돈 주고 사오는 꼴입니다. 미국이 AESA 기술 이전 거부하는 대신 유럽 기술 사들일 돈을 대주면 몰라도 우리 돈으로는 사오면 안 됩니다. 유럽 AESA 레이더를 사온다고 해도 KF-X에 AESA를 통합하려면 미국은 또 시비를 걸 것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F-X 3차에서 미국의 F-35 대신 유럽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선정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