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美 밀입국 중남미 이민자 "가족과 함께 있고 싶어요"

'밀입국 가족 격리수용'…유럽 난민사태 맞물려 십자포화

시리아 난민의 유럽 유입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중남미 난민·이민자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중남미 국가의 밀입국자를 차단하기 위한 미국 연방 이민세관국(ICE)의 '밀입국 가족 격리 수용'에 대한 비판이 들끓고 있다.

밀입국한 일가족 중 부모와 아이들을 격리 수용함으로써 밀입국 시도를 막아보겠다는 고육책이지만, 인권단체들은 "부모와 자식을 생이별시키는 비정한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이 시리아 난민 수용 확대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면서도 정작 안방에서 일어나는 중남미 난민·이민자 사태와 관련해선 이중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6월 온두라스에서 소수민족 박해를 피해 일가족을 이끌고 망명을 위해 미국에 밀입국한 조지 라미레스(32) 부부다.

이 부부는 2개월 넘도록 별도의 이민자 수용센터에서 격리 수용됐다.

라미레스는 12살·10살 된 아이들과 함께 펜실베이니아 주에 있는 이민자 수용센터로, 1주일 뒤 밀입국한 그의 아내 주디(31)는 3살짜리 딸 쌍둥이와 함께 텍사스 주의 이민자 수용센터로 각각 옮겨졌다.

라미레스는 7월 초 친지들의 도움을 받아 1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 코네티컷 주 하트퍼드의 친지 집에서 머물고 있지만, 아내와 쌍둥이들의 안부를 확인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이에 라미레스는 변호사를 고용하고 수소문 끝에 아내와 쌍둥이 딸이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 수용센터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아내는 지난달 20일 전자팔찌를 찬 채 풀려났다.

하지만, 오랜 수용생활로 인해 딸 쌍둥이 중 한 명의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미레스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와의 인터뷰에서 "이민 당국은 수용센터에서 엄마와 아이들을 격리 수용한다"면서 "하지만,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하며, 아이들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격리 수용한다고 해서 중남미 밀입국이 근절되는 것도 아니다"면서 "우리는 조국에서 폭력을 견디다 못해 넘어왔다. 우리 부부는 그저 아이들과 함께 살고 싶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ICE 관계자는 "가족들을 함께 수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침상이나 공간이 부족할 경우에는 그렇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고 해명했다.

라미레스의 변호사 캐럴 도노호는 "가족들을 격리 수용하는 것은 불법적인 처사"라며 "지난 2월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도 격리 수용이 불법인만큼 이를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부터 엘살바도르·온두라스·과테말라 등 중남미 3국에서 미성년 밀입국자와 일가족 이민자 6만2천여 명이 몰려들면서 미국 정부는 이들을 수용할 시설을 찾지 못해 전역으로 분산 수용했다.

이전까지 장기간 이민자를 수용할 수 있던 최대 시설은 침상 95개를 갖춘 펜실베이니아 주 수용센터였다.

이민 당국은 지난해 4월 텍사스 주 릴리에 침상 480곳을 구비한 1차 시설을 개관한 데 이어 연말까지 수용센터 3곳을 열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밀입국자를 수용센터에 일시적으로 수용한 뒤 법원의 난민 심사 결정이 나오면 원래 살던 곳으로 추방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