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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日 '상어 출몰 소동'…뜨거운 바다가 상어 불렀다

대지진의 전조?

[월드리포트] 日 '상어 출몰 소동'…뜨거운 바다가 상어 불렀다
▲ 지난 5일부터 일본 이바라키현에 앞바다에 출몰한 상어/요미우리 신문 자료

잇따른 상어 떼 출몰로 일본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길이 4~5미터에 이르는 상어가, 해수욕장 주변 바다를 유유히 헤엄치는 영상이 지난 주말부터 일본 tv에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일본 앞바다, 그 넓은 태평양에 상어가 서식한다는 것 자체야 무슨 놀랄 일이겠습니까만, 문제는 해안으로부터 50~100미터 정도의 가까운 바다에서 출몰했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한참 성수기인 해수욕장 주변에 상어가 출몰하면서 큰 소동이 이어졌습니다.
 
상어가 처음 발견된 곳은 이바라키현(도쿄 동쪽, 지바현 바로 위) 호코타 시 앞바다입니다. 지난 5일입니다. 7일까지 연 사흘 동안 나타났고, 7일에는 같은 이바라키현 가시마 시 인근 바다에서 16마리가 한꺼번에 출몰했습니다.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 이틀 뒤인 지난 9일에는 시즈오카현(도쿄 서남쪽) 앞바다에서 상어가 발견됐습니다. 지역 방송국이 촬영한 영상까지 공개됐습니다.(아래 사진) 그 다음날인 10일에는 저 멀리 큐슈 남단 가고시마현의 가고시마 시에서도 상어 출몰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수상 바이크를 타던 남성이 해안가 50미터 지점에 1.5미터 정도의 상어를 발견해 신고했습니다. 일본 열도 곳곳에서 상어 출몰 비상이 걸린 겁니다.
▲ 시즈오카 현에 출몰한 귀상어, 일명 망치상어 모습/NTV 자료
 
시즈오카 현과 가고시마 현에 출몰한 상어는 흔히 '망치상어'라고 불리는 귀상어입니다. 머리 양쪽이 망치 모양으로 튀어나온 상어인데, 사람을 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이바라키현에 출몰한 상어는 '무태상어'의 일종으로 보입니다. 일본 방송에 나온 전문가는, "무태상어 중에 사람을 공격하는 종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종류도 있다"면서, 이번에 발견된 상어는 "적극적으로 사람을 공격할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습니다. 상어가 출몰한 지역이 해수욕장 주변이라는 점 때문에, 불안감을 다독이려는 의도도 엿보입니다.

해당 해수욕장 상인들과 주민은 울상입니다. 이바라키현 해수욕장 9곳에 즉각 수영금지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요즘 일본은 오봉을 앞둔 휴가철입니다. 일본의 오봉은 우리 추석과 비슷한데, 대부분의 직장이 오봉 전후로 긴 휴가에 들어갑니다.

대목을 기대한 해수욕장 주변 주민과 지자체는 대책 마련에 분주합니다. 촘촘한 그물망을 해수욕장 주변 1.5킬로미터에 걸쳐 설치했습니다. 상어의 접근을 막는 충분한 안전조치가 이뤄졌다며 순차적으로 수영금지 조치도 해제됐습니다. 하지만 선뜻 바다에 뛰어들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분위깁니다.
▲ 해수욕장 '수영금지'…그물망 안전펜스 설치 이후 수영금지 해제됐지만 여전히 불안
 
문제는 상어가 왜, 해안 50미터까지 접근했느냐겠죠. 현재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뜨거운 바다가 상어를 불렀다"입니다. 일본 언론과 전문가들은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아바라키 현 해수 온도가 평년에 비해 4도 정도 올라가, 상어가 많이 서식하는 오키나와 해수 온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에 따라 플랑크톤이 발달했고, 상어 먹이가 되는 물고기나 오징어 등이 연안까지 접근하면서 먹이를 쫓아 상어도 출몰하게 됐다는 겁니다. 상어 출몰 영상을 보면 바다가 평소보다 많이 탁한데, 그게 플랑크톤 발달의 근거라는 전문가 설명도 있었습니다.

요즘 일본이 덥기는 정말 덥습니다. 최근 35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지난 한 주 동안에만 11,219명이 병원에 실려가고, 32명이 더위로 목숨을 잃었을 정도입니다. 뜨거운 바다가, 결과적으로 상어를 불렀다는 설명이 수긍되고도 남을 만큼의 더위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확산하는 또 하나의 설명이 있습니다. 대지진의 전조 설입니다. 이바라키 현은 원래부터 지진이 잦은 곳인데, 상어가 출몰한 지난 6일 저녁에도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지진에 앞서 돌고래 떼가 해안으로 올라온 전례를 들면서, 상어도 그와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추측입니다.
▲ 지난 4월 같은 이바라키 현 호코타 시 해변에서 발생한 돌고래 떼죽음…대지진 전조의 근거?
 
실제 지난 4월 10일, 이번에 상어가 출몰한 이바라키현 호코타 시 해변에 돌고래 130여 마리가 올라와 집단 폐사된 일이 있습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기상이변 또는 잠수정 초음파를 오인한 것으로 설명했지만, 대지진의 전조라는 주장이 적지 않았고, 실제로 다음달인 5월에 규모 6 전후의 강진이 잇따랐습니다.

4년 전 3·11 대지진의 공포를 기억하고 있는 일본 사람 상당수가 '기상이변·지구 온난화'라는 당국의 과학적인 설명에도, '대지진의 전조'라는 인터넷상의 주장에 흔들리는 듯합니다. 앞으로 더위가 수그러들면서 상어떼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게 된다면, 그저 그런 소동의 하나로 끝나겠지요. 하지만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 큰 규모의 강진이 한두 차례 이어진다면 상어와 지진의 상관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더 커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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