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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사준다더니"…고의 음주사고 내고 돈 뜯은 일당 덜미

"이 형님이 저한테 이런 일을 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던 이 모(29·회사원)씨는 형님이라 부르며 친하게 지내던 김 모(32·무직)씨가 자신에게 저지른 범죄 사실을 전해듣고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이 씨는 2년 전인 2013년 8월 17일 평소 친하게 지내던 김 씨로부터 집 인근에 있는 완주군 고산면의 한 가든에서 점심을 먹으며 술 한잔하자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계산도 자신이 하겠다는 김 씨의 말에 이 씨는 차를 몰고 약속장소로 나갔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기분 좋게 술을 얻어먹은 뒤 김 씨와 헤어졌습니다.

이후 이씨는 한적한 농촌 지역인데다 낮시간이라 대리운전도 부르기 어렵게 되자 직접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잠시 뒤 이 씨는 뒤에서 오던 승용차에 슬쩍 받히는 접촉사고를 당했고, 상대방 운전자는 음주사고를 빌미로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합의금을 요구했습니다.

이씨는 별수 없이 600만 원을 상대방 운전자에게 송금했습니다.

당시 이 씨는 운이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2년이 지난 뒤 이 모든 상황이 김 씨의 계획에 의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김 씨가 선배인 이 모(35·무직)씨와 곽 모(43)씨 등 7명과 공모해 지인들을 불러내 술을 먹인 뒤 고의 사고를 내는 수법으로 합의금을 챙겨왔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선배인 이 씨는 범행을 계획하는 '총책'이었고, 김 씨는 사람들을 유인하는 '유인책', 곽 씨 등 6명은 접촉사고를 내는 '행동책'으로 역할을 나눠 일을 저질렀습니다.

이렇게 당한 김 씨의 지인만 8명에 달했습니다.

이들은 또 주택가 옆 유흥가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사람들을 노려 고의 사고를 내는 방법으로 합의금을 받아 챙겼습니다.

피해자들이 돈이 없을 때는 금목걸이나 팔찌 등 귀금속을 받아가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음주운전이라는 약점이 잡혀 보험 처리나 사고 처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은 2년 가까이 범행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2013년 8월부터 최근까지 전주와 완주에서 이 같은 수법으로 모두 19차례 사고를 내 받아낸 합의금은 5천500여만 원에 달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피해자가 사고 경위가 너무 인위적이라는 생각에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고 2년여간 이어진 이들의 고의사고는 꼬리를 잡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김 씨와 술을 마신 뒤 사고가 났기 때문에 고의 사고를 알 수 없었다"며 "다른 피해자들 역시 음주운전을 한 입장에서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김 씨와 이 씨, 곽 씨 등을 상습 공갈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백 모(42)씨 등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또 이들을 상대로 여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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