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0억 야구장 '허허벌판'…토지 보상액 논란

<앵커>

여기가 어떤 땅으로 보이시나요? 허허벌판에 대충 울타리가 쳐 있고 컨테이너 박스도 보이는 게 공사장 인가 싶은데요, 천안시가 무려 780억 원이나 들여 만든 야구장이었습니다. 이 예산 대부분은 실거래가 보다 높게 책정된 토지 보상비로 들어갔습니다.

김종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녹지 한가운데 사막처럼 펼쳐진 모래벌판, 부채꼴 모양으로 쳐 놓은 펜스만이 이곳이 야구장임을 말해 줍니다.

이제 막 공사를 시작한 것 같지만, 사실 2년 전에 완공됐습니다.

이 야구장을 만드는데 배정된 사업비는 780억 원.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야구장 시설비로 책정된 금액은 고작 80억 원에 불과하고, 토지보상비만 650억 원이 넘습니다.

토지보상비는 3.3㎡당 130만 원꼴로 책정됐는데, 천안시의회가 최근 이 보상액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며 재조사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야구장 부지 선정이 이뤄진 것은 지난 2004년.

6년 뒤인 2010년 토지보상액을 정하는 감정평가를 시작했는데, 천안시는 어찌 된 일인지 감정평가 시작 전인 2008년 말에 자연녹지이던 야구장 부지 주변 땅을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는 2종 일반주거지로 용도를 변경했습니다.

주변 땅값이 오르면서 야구장 부지 가격도 2배 넘게 뛴 겁니다.

심지어 주거지로 용도 변경된 주변 땅보다도 야구장 부지의 보상액은 더 비싸게 책정됐습니다.

[주일원/천안시의원 : 여기는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2013년에) 115만 7천 원에 거래가 됐어요. 그렇다면 천안시가 사들인 (야구장 부지) 122만 1천 원, 지금 거주지보다도 더 비싸게 천안시가 사들여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거죠.]

게다가 지금까지 실제 지급된 보상금 540억 가운데 절반이 넘는 340억 원이 원 모 씨와 서 모 씨 두 명에게 집중적으로 쏠리면서 이러저러한 뒷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220억 원에 달하는 최대 보상금을 받은 원 모 씨를 찾아갔습니다.

[원 모 씨/220억 원 최다 보상 수령 : 저희는 뭐 그거(야구장 선정된다는 사실)는 몰랐었고 나중에 그 야구장 부지 선정됐다는 얘기는 들었었죠. 그거를 뭐 행정을 저한테 상의하시겠어요? 아직 돈도 다 못 받았거든요.]

토지보상액이 정말 적절했는지 재조사한 국토부는 이달 말쯤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