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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김성준의 정치댓글 08 : 불붙은 당·청 갈등…유승민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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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김성준입니다. SBS가 전해드리는 팟캐스트 골룸, '골라듣는 뉴스룸' 월요일 정치편 김성준의 정치댓글 순서입니다.

지루한 사설 같지만 제가 몇 말씀 좀 드리고 시작할까 합니다.
 
흑인 혐오 때문에 벌어진 교회 총격 사건의 피해자 영결식장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모사 도중에 갑자기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습니다. 돌출적인 행동이었는데 미국 국민들이 감동했습니다. 언론들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에 버금가는 명연설"이라고 칭찬했습니다. 킹 목사를 정신적 스승으로 둔 오바마에게는 극찬도 이런 극찬이 없을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부른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성공회 신부인 존 뉴턴이란 사람이 250년 전에 지은 노래입니다. 흑인 노예를 잡아다 파는 일을 했던 과거를 참회하고 그런 악한 죄까지 용서해 준 신의 은총에 감사한다는 내용입니다. 포인트는 참회와 용서입니다.
 
오바마는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취지와 마찬가지로 영결식 추모사 내내 용서와 화해, 그리고 통합을 말했습니다. 그는 죄 없는 흑인을, 그것도 교회에서, 총을 난사해 숨지게 한 백인에 대해 몇 마디 비난이라도 할 수 있었습니다. 법이 용서할 수 없는 명백한 증오 범죄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희생자 가족들이 범인을 용서한 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용서와 화해 없이는 미국이 통합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겁니다. 그 메시지에 미국인들은 감동했습니다.
 
오바마가 그렇게 존경하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사자후 같은 연설 잘 아실 겁니다. "I have a dream" 말입니다. 그런데 그다음 내용 혹시 기억하십니까? 이런 말들이 있습니다.
 
나는 꿈이 있습니다. 어느 날 조지아의 붉은 언덕 위에 노예의 자식과 농장주의 자식들이 함께 형제처럼 식탁에 둘러앉아 살게 되는 꿈입니다. 나는 꿈이 있습니다. 흑인과 백인 어린애들이 함께 손을 잡고 형, 누나처럼 함께 걷게 되는 날이 오는 꿈입니다.
 
혹독한 탄압과 차별에 대항해 싸우는 선봉장의 꿈은 "우리가 이기는" 꿈이 아니라 "우리와 그들이 함께 사이좋게 사는 꿈"이었습니다.
 
그는 연설에서 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끼리만 가서는 안 된다." 흑인 탄압이 사라진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과거 우리가 핍박받고 우리가 탄압받았다고 해서 우리만 가는 건 결국 달라지는 게 없다는 얘기입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흑인 인권운동을 주도했던 고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말도 비슷합니다.
 
"나는 백인이 지배하는 사회에 맞서 싸웠고 또한 흑인이 지배하는 사회에도 반대해 싸웠다. 나는 모든 사람이 함께 조화를 이루고 동등한 기회를 누리는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사회에 대한 이상을 간직하고 있다" 역시 함께 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제가 오늘 왜 이렇게 장황하게 흑백 갈등과 관련한 얘기를 하냐하면 말이죠, 자기 목숨을 위협하고 감옥에 가두고 이유 없이 인간을 짐승처럼 살해하고 노예로 만들고 인간으로서 존엄을 짓밟은 상대에게 조차 화해의 손을 내밀고, 또 그들을 역사의 이름으로 처단해야 한다고 아우성치는 자기 지지자들을 굳이 나서서 달래고 설득하고. 이런 거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인류의 자유와 평등과 화합이 명맥을 유지해왔던 것 아닌가 생각이 문득 들어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떻습니까? 우리가 얼굴 색깔이 다릅니까? 우리가 언어가 다릅니까? 우리 땅덩어리가 넓기라도 합니까? 그렇지 않아도 분단된 나라. 힘을 합쳐도 반쪽밖에 안 되는 나라입니다. 이 좁은 나라에서 지역을 쪼개고, 이념을 쪼개고, 그 안에서 이해관계로 또 쪼개고.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는 데만 열중할 뿐 대화하고 타협하려는 생각은 찾아보기가 힘든 오늘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언론도 그 현실의 한가운데 들어가 있습니다. 그냥 무책임한 양비론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사회 전체가 늪에 빠져있는 것 같은 현실이 답답해서 그렇습니다. 이건 마치 끊임없이 분열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암세포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 암세포는 결국 건강했던 한 인간의 몸을 망쳐서 죽음에 이르게 하겠지요.
 
오늘 아침 서울신문 1면 제목이 이렇습니다. "통하라, 정치는 협상이다" 전직 국회의장들의 정치에 대한 조언입니다. 공감합니다. 소통해야 합니다.
골룸

오늘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둘러싼 당청 간의 갈등 기류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주말과 휴일을 지나면서 진영 간의 입장이 보다 분명해졌습니다. 청와대는 유 원내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이 더 견고해진 분위기입니다. 자연히 당내 친박계의 유승민 대표 사퇴 압박도 오늘부터 본격화했습니다.

그동안 나름 유 대표를 살려보려고 애쓰던 김무성 대표의 목소리에도 힘이 좀 빠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을 정리하자면 이 팟캐스트를 들으시는 저녁 때쯤 유승민 대표 사퇴 소식이 들려와도, 또는 그대로 가겠다는 얘기가 들려와도 그리 놀랍지 않을 겁니다.

취재기자 얘기를 좀 들어보고 판단해보겠습니다. SBS 정치부 주영진 기자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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