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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고군분투 209급 잠수함…간절해지는 '원잠'의 꿈

[취재파일] 고군분투 209급 잠수함…간절해지는 '원잠'의 꿈
우리 해군의 주력 잠수함은 배수량 1800톤의 214급입니다. 1번함 손원일함, 2번함 정지함, 3번함 안중근함에 이어 지난 달 4번함인 김좌진함까지 모두 4척이 실전 배치됐습니다. 5번함 윤봉길함, 6번함 유관순함은 진수돼 현재 시운전 중입니다. 6척이 있지만 실전에 배치된 것은 4척뿐입니다.

그래서 실제 주력 잠수함은 배수량 1200톤의 209급입니다. 장보고함, 이천함, 최무선함, 박위함, 이종무함, 정운함, 이순신함, 나대용함, 이억기함 등 9척이 실전 배치됐습니다. 209급 9척은 최신예 214급에 밀려 구닥다리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1993년부터 2000년까지 진수돼 동서남해를 지켜왔습니다. 세계 최대 해상 기동훈련인 림팩에서의 활약은 눈이 부십니다. 미국을 비롯한 외국 해군들의 항공모함과 원자력 잠수함들을 보란 듯이 가상 격침했습니다.

209급이 제법 괜찮은 잠수함이고 우리 해군의 잠수함 운용 기술이 뛰어나다는 방증입니다. 하지만 디젤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일 뿐입니다.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SLBM을 장착하려는 북한의 잠수함과 맞서고 북한의 미사일 기지와 핵 시설을 은밀히 타격하기 위해서는 '잠수하면 떠오를 줄 모르는' 원자력 잠수함이 간절히 필요합니다.
취재파일

● 림팩의 영웅, 209급 잠수함

짝수 해 여름, 하와이에서는 미 해군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의 해상 기동훈련이 펼쳐집니다. 림팩입니다. 훈련 참가국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져 20여 일간 실전을 방불케 하는 가상 해전을 벌입니다. 209급은 이 림팩에서 스타 잠수함입니다. 전장 56m, 폭 6.2m 크기로 533mm 어뢰와 기뢰, 하푼 미사일을 장착했습니다. 수중에서 시속 40km 속도로 기동할 수 있습니다.
박위함
▲ 박위함

첫 림팩 출전은 1998년 이종무함입니다. 황군 세력 중 유일하게 단 한건의 장비 고장도 없었고 미 해군의 원자력 잠수함 등 총 13척, 15만 톤을 격침했습니다. 2000년 림팩엔 박위함이 활약했습니다. 당시 훈련 참가 잠수함 중 가장 작은 잠수함이었습니다. 하지만 황군 잠수함 중 혼자 살아남았고 미 해군 헬기항모를 비롯해 11척을 격침했습니다. 박위함은 이런 전과로 'Small but Best'라는 칭송을 받았습니다.

2002년 훈련에서는 나대용함이 10척을 격침했습니다. 2004년 림팩엔 장보고함이 출전했습니다. 209급 중에서는 처음으로 위성 통신 체계를 설치하고 훈련에 참가했습니다. 그동안 림팩 참가국들 사이에 209급의 전력이 많이 노출돼 견제가 심했지만 정보 전송속도가 빠른 위성 수신 체계를 장착함으로써 림팩 전승의 역사를 이어갔습니다. 미 해군 최신예 항공모함 등 30여 척을 격침하고 훈련이 끝날 때까지도 유일하게 위치를 들키지 않아 'Perfect Submarine' 칭호를 받았습니다.

● 한계를 드러낸 디젤 잠수함…간절해지는 원자력 잠수함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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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팩을 통해 한계도 드러났습니다. 209급은 통신 능력, 기동성, 연속 잠항 능력이 원자력 잠수함에 비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이다 보니 훈련에서 할당 받은 작전 구역이 작았습니다. 전과는 화려했지만 사실 표적은 많지 않았습니다. 축전지 충전을 위해 하루 2회 정도 부상(浮上)할 때면 대잠 초계기에 들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잠 초계기의 추적을 당하면서도 전투를 치렀습니다. 디젤 잠수함의 민낯입니다.

209급보다 뛰어난 연속 잠항능력과 공격 능력을 갖췄다는 214급도 썩 나은 처지는 아닙니다. 적에게 노출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축전지 충전을 위한 부상은 디젤 잠수함의 숙명입니다. 북한 영해 깊숙이 들어가서 SLBM 잠수함을 감시하고 추적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원자력 잠수함이었다면 빈번하게 부상할 일도 없고 위치가 발각된다 해도 잠수해서 빠른 속도로 현장을 빠져 나오면 그만입니다. 적 함정의 수중 소나, 대잠 초계기도 따라 잡을 수 없습니다.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으로 원자력 잠수함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농축도 20% 미만의 우라늄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미국과 주변국 설득,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 개발 등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해도 될 때입니다. 정부의 결심이 섰다는 소식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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