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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하필 설 연휴에 스키 월드컵? 평창 비상

[취재파일] 하필 설 연휴에 스키 월드컵? 평창 비상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첫 번째 테스트 이벤트로 관심을 모은 스키 남자 월드컵이 내년 2월 초에 열리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SBS가 입수한 평창조직위원회 공식 문서에 따르면 스키 남자 월드컵이 2월 6일부터 7일까지 이틀 동안 현재 건설 중인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 대회에는 가장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며 '스키의 꽃'이라 불리는 활강(다운힐)과 슈퍼대회전(슈퍼G) 2종목이 펼쳐집니다. 테스트 이벤트는 시설과 대회 운영 등 여러 방면에서 올림픽을 제대로 치를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대회로 빙상, 설상, 썰매 등 전 종목에 걸쳐 모두 28개(올림픽 23개, 패럴림픽 5개)가 개최됩니다.

그런데 스키 남자 월드컵의 경우 대회 기간이 큰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내년 달력을 보면 2월 8일이 민족의 최대 명절인 음력 설날 당일입니다. 그 앞뒤로 이틀씩 2월 6일(토)부터 10일(수)까지가 설 연휴입니다. 통상 연휴 하루 전날인 2월 5일(금) 오후가 되면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됩니다. 5일은 또 스키 월드컵 개막 하루 전으로 대회 준비와 대회 관계자들의 이동으로 가장 바쁠 때입니다.

공교롭게도 대회 기간이 음력 설 연휴와 겹치는 것은 일종의 '재앙'입니다. 극심한 교통 체증 등 골치 아픈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설 하루 전인 내년 2월 5일 오후에는 서울부터 대회 장소인 정선까지 자동차로 8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회가 끝난 다음 날부터는 선수단과 대회 관계자들이 철수를 해야 하는데 이 날이 설 당일이라 교통 상황이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군다나 이들이 주로 이용할 영동고속도로에는 '버스 전용차선'이 없습니다. 특단의 대책을 세울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뜻입니다. 외국 선수단의 수송 문제에 비상이 걸린 셈입니다. 대회 운영 인력 확보도 난제입니다. 스키 월드컵을 원활하게 운영하려면 수백 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설 연휴라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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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평창조직위원회는 하필 설 연휴 기간에 대회 개최를 결정했을까요? 조직위 관계자들의 답변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IOC와 국제스키연맹은 처음부터 스키 종목 테스트 이벤트를 가급적 빨리 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이 국제 대회 개최 경험이 적은데다 활강 코스도 신축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스키 남자 월드컵 대회 일자는 2012년 가을부터 2013년 봄 사이에 결정된 것 같다. 서양인들이 음력 설날 한국의 사정을 알 리가 없지 않은가? 결국 평창조직위가 날짜를 잡았는데 몇 년 뒤의 일이라 생각했는지 대회 기간이 설 연휴와 겹친다는 것을 미처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 쉽게 말해 달력을 제대로 보지 않고 결정한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달은 평창조직위는 국제스키연맹(FIS)에 대회 기간 변경을 요구했지만 "이미 다른 대회 스케줄이 확정돼 있어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제4차 IOC조정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17일 강릉을 방문한 장 프랑코 카스퍼 FIS 회장에게 다시 한 번 요청했지만 역시 거절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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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기간보다 더 큰 문제는 과연 오는 11월까지 코스 공사를 완료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환경 훼손 논란으로 착공이 당초 계획보다 많이 늦어져 현재 공정률은 10%에 불과합니다. 제가 그제(1일) 현장을 방문했는데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달리 벌목도 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토목공사, 배수공사, 상수도 공사, 저류지 공사, 구조물 공사, 리프트 공사, 제설 배관 공사 등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스키연맹은 경기 코스 외에 연습용 슬로프 건설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평창 조직위는 휴일 없이 야간공사도 강행할 계획이지만 인공 눈을 본격적으로 덮기 전인 11월까지 코스 공사를 완료할지는 불투명합니다. 활강 코스는 평지가 아니라 험준한 산입니다. 경기가 시작되는 지점이 해발 1,370m이고 결승점은 해발 545m로 표고 차는 825m, 길이는 2,648m나 됩니다. 최대 경사가 65.7%이고 평균 경사도 31%나 되는 위험천만한 지역입니다. 만약 야간과 악천후를 아랑곳하지 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할 경우 자칫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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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피니시 라인) 부근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주 문제도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강원도청과 정선군청이 나서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는데 보상비를 둘러싸고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스 건설을 위해 불가피하게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하는 규모는 약 30가구 수준입니다. 이주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자연히 공사가 더 지체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프랑코 회장을 비롯한 국제스키연맹 관계자들은 여러 이유로 "내년 2월에 정선에서 스키 월드컵이 열리는 것은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습니다. 국제스키연맹은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 동안 정선 알파인 스키장에 전문가를 파견해 현장을 정밀 실사한 뒤 6월초 열리는 총회에서 월드컵 개최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입니다. 만약 첫 번째 테스트 이벤트가 끝내 이뤄지지 못할 경우 평창조직위는 물론 공사 주체인 강원도,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까지 국제적인 망신을 면하기 힘들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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