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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영웅 김동수씨 "자꾸 생각나는데 잊으라고만"

세월호영웅 김동수씨 "자꾸 생각나는데 잊으라고만"
"다들 쉽게 잊으라고만 한다.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면, 심지어 창문만 봐도 세월호 창 안에 갇힌 아이들이 생각나는데…"

세월호 침몰 순간까지 학생 10여 명을 구조하는 데 일조한 것으로 알려진 '파란 바지의 구조 영웅' 김동수(50)씨는 오늘(20일) 오전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로 출발하기 전 제주국제공항에서 씁쓸히 말했습니다.

김 씨의 왼쪽 손목은 어제 자해 사건 때문에 붕대로 감겨 있었고 몸은 수척해져 있었습니다.

어젯 밤 김씨는 자신도 모르게 칼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는데 칼을 보는 순간 '이 쓸모도 없는 손' 하는 생각이 들었고 화장실로 들어가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김 씨는 딸에게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응급조치를 받고 귀가했습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가족들은 아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김 씨는 "모든 생활이 끊겼다. 고등학교 3학년인 딸은 학원비를 아끼려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애들 엄마도 일을 나간다"며 "이곳저곳 병원치료를 다니느라 정부에서 달마다 나오는 108만 원도 모자라 대출까지 받아 생활하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는 "제주에 있으면서 정말 괴로운 것은 주변 사람들이 세월호가 모두 해결된 것인 듯 왜 그때의 일을 못 잊느냐고 말하는 것"이라며 "지나가는 학생들이나 창문만 봐도 안에 갇혀 있던 아이들이 생각나는데 너무들 쉽게 잊으라고만 한다"고 괴로워했습니다.

김 씨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모두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때의 충격으로 머리가 너무 아파 머리카락을 모두 잘랐고, 몸이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때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그는 "몸이 구석구석 아프고 심지어 손이 제 마음대로 움직입니다. 그런데 이걸 제가 아닌 다른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병원에 가도 정신적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설명 말고는 약만 먹으라고 할 뿐"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세월호 사고 당시 학생들을 구조하다 몸 상태가 이렇게까지 나빠진 김 씨는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의 의사상자 신청을 했으나 선정되지는 못했습니다.

정부에서 요구한 추가 서류를 제때 제출하지 못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선정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의사상자는 직무 외의 행위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들입니다.

의사자의 유족에게는 법률이 정한 보상금, 의료급여, 교육보호, 취업보호 등의 예우를 해주고, 의상자에게도 보상금이 지급됩니다.

김 씨는 "국회에도 갔고 도청에도 가서 하소연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세월호 특별법은 생존자는 뒷전이고 유가족이 먼저가 됐다. 살아남은 우리에겐 무엇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다"며 아쉬워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붙여진 김 씨의 휴대전화 번호 뒷자리는 '0416'입니다.

지난해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보여집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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