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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남극 빙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빙하 아래서 따뜻한 물 흐르는 거대한 계곡 발견

[취재파일] 남극 빙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토텐 빙하(Totten Glacier), 호주에서 가까운 동남극에서 가장 큰 빙하로 길이가 65km 폭은 30km나 된다. 평균 두께가 수 km나 되는 토텐 빙하가 모두 녹을 경우 전 세계 해수면 높이는 적어도 3.5m는 상승할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학계가 토텐 빙하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유다.

최근 들어 토텐 빙하가 빠르게 얇아지고 있다. 전 세계 거대한 빙하 가운데 가장 빠르게 얇아지고 있다. 동일한 지구온난화 상황에서 유난히 토텐 빙하가 빠르게 얇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월 호주 연구팀은 토텐 빙하 가까이 접근해 바다에 떠 있는 빙하(빙붕,ice-shelf) 아래 바닷물의 온도를 측정한 결과 차가운 바다 표면과 달리 어는점보다 3도나 더 높은 따뜻한 물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자료: 호주 환경부). 서남극과 마찬가지로 동남극 빙붕 아래에도 따뜻한 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빙붕 아래에 있는 따뜻한 물 때문에 빙하가 녹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빙붕 아래에 따뜻한 물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해안과 내륙을 덮고 있는 빙하(빙상, ice-sheet)까지 빠르게 얇아지는 이유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었다.

미국과 호주, 영국, 프랑스 공동연구팀은 최근 토텐 빙하 아래에 폭이 5km나 되는 거대한 계곡(구멍)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학회에 보고했다(Greenbaum et al, 2015). 따뜻한 물이 토텐 빙하 내륙 깊숙이 흘러들어가는 통로를 찾은 것이다. 최근 토텐 빙하가 빠르게 얇아지고 있는 큰 이유를 찾은 것이다.

연구팀은 토텐 빙하가 빠르게 얇아지는 이유를 찾기 위해 레이더 자료 등을 이용해 빙붕 아래 바닷물과 맞닿은 면의 형태와 바다 지형 등을 알아보는 연구를 했다. 연구결과 빙붕 아래 400~500m 깊이의 바닷물과 접해 있는 쪽에 폭이 최대 5km 정도나 되는 거대한 계곡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특히 이 계곡이 빙붕을 지나 내륙지역 빙상에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따뜻한 바닷물이 이 통로를 따라 내륙 깊숙이 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토텐 빙하가 녹은 물은 남극 주변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바다로 골고루 퍼져 나간다. 토텐 빙하가 모두 녹을 경우 전 세계 해수면 높이는 적어도 3.5m는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극 한쪽에서 빙하가 녹고 있지만 영향은 전 세계에 걸쳐 나타나는 것이다.

연구팀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현재 토텐 빙하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지 않느냐 하는 점이다. 연구팀은 빙하가 녹는 것 이상으로 남극에 눈이 내려 쌓일 수 있도록 남극 주변의 해양과 대기 상황이 조만간 바뀌지 않는 한 빠르게 얇아지고 있는 토텐 빙하를 다시 두껍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토텐 빙하가 빠르게 얇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캘리포니아대학교 공동연구팀은 서남극 아문센 해역(Amundsen Sea)의 주요 빙하를 조사한 결과 1992~2011년까지 20년 동안 14~35km나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Rignot et al, 2014). 연구팀은 특히 현재 빙하가 녹는 속도나 빙하로 덮여 있는 지형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봐도 앞으로 빙하가 녹아 흘러내리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어떤 것도 찾을 수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아문센 해역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것을 돌이킬 수 있는 시점이 이미 지났고 빙하가 모두 녹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서남극 아문센 해역의 빙하만 모두 녹아도 전 세계 해수면 높이가 1.2m는 상승할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 서남극 아문센 해역에 이어 동남극에서도 기온 상승과 함께 빙하 주변의 따뜻한 바닷물 때문에 빙하가 급격하게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특히 전 세계 해수면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남극 빙하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는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고 돌이킬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학계는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 남극 빙하가 녹을 경우 100년에서 200년쯤 뒤에는 남극 빙하의 1/3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참고문헌>

* Austrian Government, Department of the Environment, 2015 : Warm ocean water melts largest glacier in East Antarctica
http://www.antarctica.gov.au/news/2015/warm-ocean-water-melts-largest-glacier-in-east-antarctica#v153181

* J. S. Greenbaum, D. D. Blankenship, D. A. Young, T. G. Richter, J. L. Roberts, A. R. A. Aitken, B. Legresy, D. M. Schroeder, R. C.Warner, T. D. van Ommen, and M. J. Siegert. 2015: Ocean access to a cavity beneath Totten Glacier in East Antarctica. Nature Geoscience, DOI:10.1038/ngeo2388

* E. Rignot, J. Mouginot, M. Morlighem, H. Seroussi, B. Scheuchl. 2014: Widespread, rapid grounding line retreat of Pine Island, Thwaites, Smith and Kohler glaciers, West Antarctica from 1992 to 2011.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DOI:10.1002/2014GL06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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