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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후변화…사회갈등 부추기나?

[취재파일] 기후변화…사회갈등 부추기나?
기원전 2,000년 전부터 1천년 이상 현재의 이라크와 시리아, 터키, 이집트 일부지역까지 이른바 근동(Near East) 지역의 광대한 영토를 다스렸던 아시리아 제국, 기원전 9세기부터는 영토를 크게 확장하면서 기원전 7세기 초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건설했다. 하지만 아시리아 제국은 기원전 612년 수도 니네베(Nineveh) 함락과 함께 멸망했다. 역사상 가장 큰 제국 건설과 함께 곧바로 멸망한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아시리아 제국이 멸망한 것은 기원전 7세기 중엽부터 시작된 반란과 봉기, 아슈르바니팔(BC 669-627 재위)왕이 죽은 뒤 발생한 내분, 그리고 바빌로니아와 메디아인 동맹군의 공격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자료:두산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이 남는 것은 근동지역에서 당시까지만 해도 역사상 최대 제국이었던 아시리아가 그리 짧은 기간에 그렇게 쉽게 무너졌을까 하는 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와 터키 코크대학교 공동연구팀은 아시리아 제국이 멸망한 것은 내분이나 외부의 침략뿐 아니라 기록적인 가뭄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 바 있다(Schneider and Adali, 2014). 당시 호수 퇴적물 등을 분석한 결과 기원전 657년 대 가뭄을 비롯해 기원전 7세기 아시리아 제국에는 극단적으로 건조한 날씨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아시리아 제국 당시의 곡창지대[Fertile Crescent]에서 수집한 곡식의 탄소 동위원소 분석에서도 7세기 아시리아에는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Riehl et al, 2014). 연구팀은 특히 극단적인 가뭄이 발생했던 시기에 반란과 봉기, 그리고 속국들이 독립을 선언하고 나섰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가뭄이 극심했던 시기에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갈등이 심했다는 것이다.
 
가뭄과 같은 이상기후와 함께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기원전 7세기에는 영토가 급격하게 넓어지면서 정복지에서 인구가 급격하게 유입됐다는 점이다. 특히 급격하게 늘어난 인구는 국가가 가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크게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결국 가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인구까지 급증하면서 국가가 국민들을 제대로 먹여 살릴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이로 인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불안해지고 갈등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이상기후와 급격한 인구 증가가 국가의 지배력을 약화시켰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갈등을 증폭시켜 제국의 멸망을 불러왔다는 주장이다.
 
연구팀이 또한 주목하는 것은 아시리아 제국 당시 발생했던 이상기후와 급작스런 인구 중가가 정치와 경제에 미친 영향이 현재 우리 시대에 같은 지역에서 또 다시 나타나고 있지 않느냐 하는 점이다. 최근 시리아와 이라크 북부지역에서 발생한 극심한 가뭄과 농촌에서 도시로의 대규모 인구 이동, 사회·정치적인 갈등이 기원전 7세기 아시리아에서 발생한 현상과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와 콜롬비아대학교 공동연구팀은 최근, 2011년부터 시리아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와 내전은 기후변화로 발생한 기록적인 가뭄의 영향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Kelley et al., 2015).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시리아에서는 기상 관측사상 최악의 가뭄이 발생했다. 최근 100년 동안의 기상관측 자료와 비교해 볼 경우 최근 발생한 가뭄은 예전에 발생했던 다른 가뭄보다 2~3배나 심했다. 연구팀은 특히 최근의 기록적인 가뭄은 자연적인 변동뿐 아니라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가뭄이 발생하면서 시리아 농업 생산량의 2/3나 담당하던 곡창지대[Fertile Crescent]에서는 곡물을 제대로 수확할 수가 없었고 농사를 짓던 150만 명의 농민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들었다. 연구팀은 특히 수확량 급감으로 인한 농업의 붕괴와 150만 명의 도시 빈민층을 만들어낸 3년 동안의 기록적인 가뭄이 2011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반정부 시위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했다. 기록적인 기후변화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력 때문에 사회적인 갈등과 정치적인 불안이 증폭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시리아를 비롯한 지중해 동부지역이 현재 뿐 아니라 앞으로도 더욱 건조해지고 뜨거워 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중해 동부지역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후변화가 사회나 정부의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물론 있다. 어디까지나 관련성을 추측한 것일 뿐 과학적으로 근거가 탄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사회적인 갈등은 기후변화의 영향보다는 가난이나 빈부격차, 정부의 무능 같은 다른 사회·정치적인 영향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특히 21세기 많은 나라들은 기후변화에 직격탄을 맞는 예전의 농업 국가와는 다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부의 능력과 기술 발달 수준 또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회적인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부인하기 어려운 것은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사회나 정부에 부담을 주는 일은 더욱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등에 떨어진 사회적인 갈등을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기후변화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다가오지만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이해와 대비가 없으면 사회적인 갈등이 더욱 더 증폭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국가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참고문헌>
 
* Adam W. Schneider, Selim F. Adali 2014:"No harvest was reaped": demographic and climatic factors in the decline of the Neo-Assyrian Empire. Climatic Change, DOI:10.1007/s10584-014-1269-y
 
* S. Riehl, K. E. Pustovoytov, H. Weippert, S. Klett, F. Hole, 2014: Drought stress variability in ancient Near Eastern agricultural systems evidenced by in barley grai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10.1073/pnas.1409516111
 
* Colin P. Kelley, Shahrzad Mohta야, Mark A. Cane, Richard Seager, and Yochanan Kushnir, 2015 : Climate change in the Fertile Crescent and Implications of the recent Syrian drought.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10.1073/pnas.142153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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