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1만 년 이상 전부터 재배되기 시작해 현재 서양인의 주식이 된 식량 작물은 바로 밀이다. 최근 들어서는 동양에서도 보조식량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평균적으로 인간은 필요한 에너지의 1/5 정도를 밀에서 공급받고 있다.
우리에게도 밀은 쌀에 이어 제 2의 주식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밀 자급률은 1% 정도에 불과하다. 2014년 우리나라가 수입한 식용 밀은 225만 6,130톤, 사료용 밀은 145만 6,213톤이나 된다. 한 해 동안 모두 371억 2,343톤의 밀을 수입한 것이다(자료:관세청,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이런 가운데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서 앞으로 지구온난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전 세계 연구팀이 다양한 주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 16개국 밀 관련 학자 53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금까지 각각의 연구팀이 연구한 결과를 검토하고 서로 결과를 비교해 과연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밀 생산량이 얼마나 줄어들 것인지 종합적인 결론을 도출하자는 것이다.
연구팀은 종합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 각국의 밀 재배지에서의 현장 실험과 함께 각각의 연구팀이 운영하고 있는 30개의 밀 생산량 예측 모형을 동시에 시뮬레이션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세계 각국의 밀 관련 연구팀이 공동 연구를 통해 종합적인 결과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험 결과 지구온난화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지구 평균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전 세계 밀 생산량은 6%씩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재배 현장 실험과 30개 모형 시뮬레이션 연구를 종합 평균한 결과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기후변화잡지 최근호에 실렸다(Asseng et al, 2015).
연구팀은 2012/13년도 전 세계 밀 생산량인 7억 100만 톤을 기준으로 할 경우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밀 생산량이 4,200만 톤씩 줄어드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전 세계 밀 교역량이 1억 4,700만 톤인 점을 감안하면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전 세계 밀 교역량의 1/4 만큼씩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밀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이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크고 생산량이 줄어드는 시기도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기온이 높아질수록 밀의 생육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이삭이 여무는데 주어지는 시간도 점점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이 상승할 경우 밀이 제대로 성장하지도 못하고 제대로 여물지도 못해 결과적으로 생산량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온이 상승하면 상승할수록 밀이 받는 열 스트레스는 커지게 되고 밀이 짧은 기간에 적응하기 어려운 이상 고온이나 이상 저온 현상은 늘어나게 된다.
2015년 현재 세계 인구는 72억 명을 넘어섰다(자료:인구시계), UN의 세계인구 전망 보고서(World Population Prospects: The 2012 Revision)에 따르면 출산율이 일정할 경우 세계 인구는 2050년에는 110억 명, 2100년에는 286억 명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말 그대로 기하급수적으로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온실가스 저감대책을 어느 정도 시행하더라도 2100년 전 지구 평균기온은 지금보다 최고 2.6℃나 올라가고 온실가스 저감대책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는 최고 4.8℃나 기온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온 1℃ 상승에 밀 생산량이 6%씩 줄어드는 것을 고려하면 최악의 경우 온난화 영향 하나만으로도 2100년 전 세계 밀 생산량은 지금보다 20~30%나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인구를 고려할 때 식량 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도 부족할 상황인데 생산량이 오히려 크게 줄어들게 된다는 뜻이다.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한 지구온난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농법과 품종 개발, 그리고 이에 대비한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99%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밀 생산량에 대비하지 못할 경우 훗날 제2의 주식으로 불리는 밀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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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S. Asseng, F. Ewert, P. Martre, R. P. Rötter, D. B. Lobell, D. Cammarano, B. A. Kimball, M. J. Ottman, G. W. Wall, J. W. White, M. P. Reynolds, P. D. Alderman, P. V. V. Prasad, P. K. Aggarwal, J. Anothai, B. Basso, C. Biernath, A. J. Challinor, G. De Sanctis, J. Doltra, E. Fereres, M. Garcia-Vila, S. Gayler, G. Hoogenboom, L. A. Hunt, R. C. Izaurralde, M. Jabloun, C. D. Jones, K. C. Kersebaum, A-K. Koehler, C. Müller, S. Naresh Kumar, C. Nendel, G. O'Leary, J. E. Olesen, T. Palosuo, E. Priesack, E. Eyshi Rezaei, A. C. Ruane, M. A. Semenov, I. Shcherbak, C. Stöckle, P. Stratonovitch, T. Streck, I. Supit, F.Tao, P. J. Thorburn, K. Waha, E. Wang, D. Wallach, J. Wolf, Z. Zhao, Y. Zhu. 2015:Rising temperatures reduce global wheat. Nature Climate Change, DOI:10.1038/nclimate2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