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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표창원 "강남 할머니 살해현장 너무 깨끗, 면식범 가능성 커"

대담 : 표창원 소장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 한수진 / 사회자 :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수십억의 재산을 가진 80대 할머니가 양손이 운동화 끈으로 묶이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아직 용의자나 범행 동기 등을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사건인지, 오늘 <표창원의 사건과 사람들>에서 짚어 보겠습니다. 표 소장님, 어서 오세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 / 사회자 :

아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CCTV가 많이 달려있다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발생한 사건인데, 범인이 CCTV에도 잡히지 않았다고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경찰의 정확한 발표 내용은 '범행현장 CCTV에서 용의자의 모습을 확보하지 못했다'입니다. 이 말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데요, 우선 범행현장에 CCTV가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위치나 각도, 화질, 녹화 등에 문제가 있어서 범행전후 정확한 영상이 담겨있지 않다 이렇게 이해할 수도 있고요, 또 하나는 CCTV 카메라나 녹화내용에 대한 조작이나 변경이 가해져서 촬영된 내용이 훼손되었다. 셋째, 범인이 CCTV 위치를 미리 알고 피해서 출입하는 등 지능적이고 계획적인 범행을 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 한수진 / 사회자 :

현재로서는 그 세 가지 가능성이 모두 열려있다고 봐야 합니까?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네, 현재까지 경찰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자면 그렇습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그런데 뚜렷한 강제 침입흔적도 없고, 집안을 뒤진 흔적도 없다면서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그렇습니다. 경찰 발표내용에 따르면 밥상이 차려져 있었기 때문에 혼자서 식사를 하려던 차에 범인이 침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예정된 방문자는 아니었다는 이야기죠. 

▷ 한수진 / 사회자 :

그럼, 할머니의 유산이나 보험금 같은 것을 노린 범행인가요? 아니면 원한이나 복수 가능성도 있을까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네, 아무래도 면식범의 범행 가능성에 무게가 많이 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면식범이라면 크게 두 가지 동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재산, 보험 등 경제적 이익, 또 하나는 감정적 동기, 원한, 복수, 서운한 게 있다든지 그런 거죠. 그런데 범행현장을 보면, 원한이나 감정이 표출된 흔적은 보이지 않고요, 주변분들 진술을 보면, 할머니께서 평소 남의 원한을 살만한 분은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6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살고 계셨고 자녀도 없고, 친척은 꽤 많고, 조카 가족들과 가까이 지내셨고요. 이런 정황들을 합리적으로 보자면, 할머니의 재산을 노리거나 무엇인가 경제적 동기와 연결된 목적으로 다른 감정표출 전혀 없이 할머니의 사망만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닌가는 조심스러운 추정이 가능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텔레마케터의 협박성 전화가 있었고, 그걸 불안해 하셨다, 텔레마케터가 투자를 권유했고, 할머니가 그런 게 어딨냐고 하다 고성이 오갔다, 이런 진술을 조카며느리가 하셨어요, 이분도 연세가 70대 정도 됐는데, 그런데 이런 사기성 범행의 특징은 다소 통화 중에 감정이 게재된다 해도 직접 만나서 폭행한다든지 이런 사례는 전혀 없었습니다. 범행 현장에도 감정의 표출은 전혀 없고, 진술에는 뭔가 착오가 있지 않을까, 아니면 진술과 다른 면식범과의 혼동이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조심스러운 추정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할머니의 재산 상속이나 할머니에게 빚을 진 사람의 채무탕감 등 '경제적인 이익' 목적의 살인 가능성에 대한 추정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죠.

▷ 한수진 / 사회자 :

말씀을 듣고 보니까 1980년대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윤 노파 사건이죠?

이번 사건처럼 돈이 많은 할머니가 살해당했는데, 경찰이 조카며느리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자백까지 받았지만, 결국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 있었죠?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그렇습니다. 1981년 8월 4일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가에서 발생한 사건이었죠. 돈 많은 재력가로 알려진 71세 윤 모 할머니와 가사도우미, 그리고 6살 된 할머니의 양녀가 모두 둔기에 맞고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되었는데요, 경찰은 당시에 외부의 강제침입 흔적도 없고 해서 면식범의 소행으로 봤고요, 할머니와 가까이 지내며 며느리 노릇을 하던 조카며느리 고 모 여인을 용의자로 특정한 뒤 체포하고 자백을 받아냅니다.

하지만 법정에서 고 여인이 경찰의 고문에 못 이겨 허위자백을 했다고 밝히면서 파문이 일었고,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게 되었죠. 다른 용의자들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못했고, 현장에서 증거도 발견 못했고, 결국 사건은 미궁에 빠졌고, 1996년 15년의 공소시효가 완성되면서 영구미제가 되었습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부유층 노인들을 노리는 사건들이 종종 있었어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네, 1999년~2000년 사이에 부산과 경남 일대에서 부유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전부 다른 경찰서 관할에서 발생하다 보니 연관성을 생각 못해, 현장에서 찍힌 족적이 있었는데, 크기가 다 다르고, 흉기가 다 다르고, 그래서 동일범의 소행이라고 못 보고, 원한이나 금품 등을 노린 사건으로 봤다가 가적들이나 지인들만 조사를 받았는데, 정두영이라는 사람이 그 집의 신발을 신고 그 집의 집기를 이용해 저지른 사건이었죠.

그리고 2004년 서울 부유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저질러졌던 유영철 연쇄살인사건도 경찰이 사건 초기에는 '면식범에 의한 원한이나 재산 상속을 노린 범행'으로 보고 피해자 가족과 친지 등 주변 인물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그래픽_할머니 살인

▷ 한수진 / 사회자 :

그럼, 혹시 이번 사건도 외형적으로는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이지만, 연쇄살인 등 낯선 사람의 범죄일 가능성도 있는 건가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앞서 설명한 사건과는 차이가 좀 납니다. 그래서 낯선 사람의 소행일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정두영이나 유영철 사건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과도한 공격 등 '이상심리'의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공격이 과하게 보였고요, 현장에 남은 범인의 동선이 있습니다. 족적이나 어지러운 흔적들... 이게 뭘 말하냐면 범인이 현장을 잘 알지 못한다, 여기저기 다닌 흔적, 피해자 공격 흔적, 범인이 남긴 어지러운 동선을 통해 집안 내부 구조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범행임을 추정해 볼 수 있는 행동증거들이 있었죠.

▷ 한수진 / 사회자 :

이번에는 다른가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전혀 다르죠. 이번 강남 함 할머니 피살 사건의 경우는 현장이 너무 깨끗하고, 어지럽거나 불필요한 이동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를 대상으로 공격 욕구나 분노 등의 감정이 투사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이상심리' 소유자의 가능성을 매우 낮추는 요인들이라고 할 수 있죠. 오직 할머니의 죽음만을 노린 깔끔한 사건이었습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낯선 사람에 의한 '이상동기' 살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인 발생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유력한 용의자는 떠오르지 않고 있는 상황, 앞으로 이 사건의 전망, 어떻게 보세요? 또 하나의 미제사건이 되는 건가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현장상황으로 봐서는 미궁으로 빠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증거를 확보하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경찰이 증거위주로 매우 신중하게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비록 용의자들을 선정해 두고 있다고 해도 유력한 증거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그런데 요즘 발생하는 사건 보도를 보면 쉽게 범행을 자백하는 경우들이 많지 않더라고요, 과거에는 지금보다 CSI같은 과학수사기법이 발달하지 않았어도 용의자들이 쉽게 자수하고 자백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말이죠.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그렇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모 제분 회장 부인의 살인청부사건, 확정판결될 때까지 끝까지 증거 내놔라 그러면서 부인했고요, 서울시의원 살인청부사건, 확보한 증거와 공범의 자백까지 있었지만 부인했고, 부산 교수 부인 살인 사건, 서울에서 발생한 의사 만삭부인 살인사건 등 증거와 정황들이 범인이라는 입증을 충분히 하는 사건에서도 피의자, 피고인들이 실낱같은 무죄판결의 가능성을 기대하면서 대형로펌이나 전관 변호사 등에게 비싼 수임료를 주고 법정투쟁을 벌이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최근에 검찰에서도 과학수사부를 신설했던데, 여전히 현장에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보도가 간간이 발생하는 이유는 뭔가요? 범인들이 한 발 앞서가는 것인가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전 국가적인 범죄수사 시스템과 정책 방향에 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머리에 해당하죠, 검찰의 과학수사부를 만드는데 많은 돈을 쓰는 반면에, 현장에 출동하는 순경, 경장, 경사, 경위, 일선 경찰관들과 과학수사요원들에게 어떤 장비가 지급되고, 어떤 훈련이 실시되며, 어떤 처우가 이루어지는 지가 관건인데요, 우리는 거꾸로 수사지휘와 기소에 전념해야 할 대검찰청에 또 하나의 국과수를 설치하는 등, 보여주기식 머리 키우기에만 매달리고 있는 모순된 상황입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머리만 키우지 말고 실용품으로 바꿔야 한다?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물론, 일선 형사들과 과학수사요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장비와 시약 등의 부족, 잘 보이지 않고 채취가 어려운 표면에서 잠재 지문을 확보해 내고 현출하는 기법 교육 및 훈련 예산 부족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부디 과학수사가 권력가진 자들의 값비싼 자랑거리 장난감이 아니라, 범죄피해를 당한 국민의 한과 억울함이 해소되어야 할 사건현장에 직접 적용되는 실용품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소장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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