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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다시 韓 축구를 웃게 한 차두리의 마지막 질주

[아시안컵] 다시 韓 축구를 웃게 한 차두리의 마지막 질주
2014년 여름 브라질월드컵, 손흥민은 그라운드에서 울었고 차두리는 중계석에서 울었다. 2015년 1월 호주 아시안컵, 차두리의 마지막 질주 덕분에 10경기 동안 A매치 골맛을 보지 못하던 손흥민이 울었고, 축구팬들이 울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한국 축구를 위해 차두리의 마지막 질주가 많은 것을 해내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2일(이하 한국시간) 멜버른 랙텡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꺾고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대회 초반 졸전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여 비난에 시달리던 대표팀은 이청용에 이어 구자철까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되는 위기 속에 8강전에 나섰다.

원톱에 호주전서 결승골을 기록한 이정협을 배치했지만 손흥민, 남태희, 이근호가 뒤를 받친 공격진은 전후반 90분 내내 결정적인 찬스를 살리지 못하며 아쉬움만 남겼다. 승부의 추가 기운 것은 후반 김창수 대신 차두리가 투입되면서 부터다.

차두리는 이번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은퇴한다. 2002 4강 신화 주역 중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마지막 선수다. 이미 오래 전 태극마크를 반납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지난해 10월 새로 부임한 슈틸리케 감독이 차두리의 마음을 돌렸다. 차두리는 후배들에게 '짐'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달리겠다며 아시안컵 출사표를 던졌다.

우리 대표팀은 남아공월드컵을 기점으로 2002 주역들이 대부분 은퇴하면서 구심점을 잃고 오랫동안 흔들렸다. 더욱이 지난 3년 간 감독교체까지 계속되면서 대표팀은 연속성을 잃고 내, 외부적으로 각종 잡음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베테랑의 존재가 절실했지만 정작 차두리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 해설자로 참여했다.

당시 2차전인 알제리전에서 대표팀이 2-4 완패를 당한 뒤 차두리는 중계석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는데 그 이유도 화제가 됐다. 경기에 진 것이 억울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서, 후배들에게 그라운드에서 힘이 되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한 마음에 그는 속절없이 눈물을 삼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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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해 한국 대표팀에 부임한 슈틸리케 감독은 11월 A매치를 모두 마치고 귀국하는 자리에서 "차두리는 그라운드 안에서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밖에서도 꼭 필요한 선수다. 그와 긴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시안컵까지 함께 할 것이다"며 34살 수비수의 은퇴를 만류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정확히 두 달 뒤, 차두리는 국가대표로 나서는 자신의 마지막 대회에서 모든 것을 해내고 있다. 우즈벡전에서 연장후반, 경기 종료직전에도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모습. 상대 선수들을 줄줄이 제치고 끝내 손흥민의 추가골을 어시스트 하는 장면은 한국 축구가, 축구팬들이 그동안 그토록 그리워했던 것이 무엇인지 소름끼치도록 정확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차두리 덕분에 슈틸리케호는 1-0의 늪에서 벗어났고, 그토록 기다리던 에이스 손흥민의 발끝이 살아났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몸을 사리지 않고 내달리는 '투혼'의 축구를 차두리는 후배들에게 손수 모두 보여주고 대표팀 유니폼을 벗는다. 아버지 차범근 감독도 이뤄보지 못한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까지 이제 남은 승리는 2경기다.

우리가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기억할 때면, 언제나 태극기를 뒤집어 쓴 천진난만한 미소와 함께 떠오르곤 했던 차두리. 차범근의 아들이라 더 힘들었을 자리, 언제나 칭찬보단 비난이 앞서는 대표팀 수비수로 뛰어온 지 13년.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 온 차미네이터 덕분에 한국 축구가 다시 웃을 수 있게 됐다.

(사진=SBS중계 화면 캡쳐)

(SBS통합온라인뉴스센터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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