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껏 가져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야오베이나는 자신의 각막을 시력을 잃은 두 사람에게 기증하며 떠났습니다. 그녀의 불행과 선행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함께 눈물짓던 취재진 중에는 취재 윤리를 저버린 부도덕한 사람들이 끼어 있었습니다.
선전 지역 언론인 ‘선전만보’라는 신문사는 소속 기자 3명을 병원 임시 수술실로 잠입시켰습니다. 의료진으로부터 야오베이나가 숨을 거둔 직후 각막 이식 수술을 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수술실로 잠입해 야오베이나의 시신을 촬영하도록 지시한 겁니다. 의사 가운까지 입고 의료진으로 위장해 의도한 대로 시신 촬영에 성공하자, 신문사는 이 사진들을 특종이라며 기사로 다루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수술실을 빠져나오다 유족들에게 발각됐고 유족들이 신문사에 엄중 항의하면서 이 사진들은 모두 삭제됐습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한 언론사의 특종 욕심에 망자를 욕되게 할 희대의 불상사가 벌어질 뻔 했던 겁니다.
야오베이나의 각막 이식 수술을 집도한 야오샤오밍이라는 의사는 선전시의 정협위원을 맡고 있는 야심만만한 인물입니다. 야오베이나의 아버지와도 친분 관계가 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명예회장이자 이사장으로 있는 선전시자선협회 각막은행을 중심으로 선전시 홍십자회, 선전시공익기금회, 청두 국제연합 각막은행과 합동으로 ‘아오베이나 기금회’를 출범시키고자 했습니다.
사실상 이 기금회의 운영은 야오 의사의 손아귀에 맡겨질 판이었습니다. 야오베이나의 각막 기증으로 중국 전역에서 기금회에 기부금이 쇄도할 것을 예상한 그가 발 빠르게 움직인 겁니다. 딸의 죽음 앞에서 경황이 없던 야오베이나 아버지의 동의도 제대로 받지 않은 채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 정황을 포착한 선전만보가 이를 기사화하려하자 집도의인 야오가 기사를 막는 대신 그 반대 급부로 선전만보 기자들에게 야오베이나의 시신 촬영을 묵인해줬다는 게 소문의 주 내용입니다.
앞으로 여론의 추이를 봐야겠지만, 이번 시신 도촬 사건에 대한 당국의 진상 조사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얼마 전 보도해드린 수술실 인증샷 사건에 대해서도 당국이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조사에 나서 해당 병원과 의료진을 징계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문처럼 의료진과 언론사가 특종과 개인의 사욕을 주고 받으며 망자의 죽음을 욕되게 한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언론의 취재윤리와 의료진의 의료 윤리에 대한 거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누군가는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중국 언론의 비정상적인 취재 관행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알려 준 것만 쓰고 그 외에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관변 보도 관행에 익숙해진 중국 언론들에게 유일하게 주어진 자유로운 취재영역이 바로 연예계 뉴스입니다. 일종의 숨 쉴 구멍인 겁니다. 그래서인지 연예인의 사생활이나 가십과 관련해 지나칠 정도로 선정적인 보도 경쟁을 하는 게 중국 언론들의 현 주소입니다. 그런 배경 아래 이번 시신 도촬 사건까지 일어났다는 설명입니다. 우리 언론도 이번 일을 타산지석으로 여기고 스스로를 더욱 경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듯 싶습니다. 끝으로 망자의 영전에 다시금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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