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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교육 금지 넉 달…오히려 선행학습 '특수'

<앵커>

선행 학습을 반드시 잡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선행교육 규제법이 만들어져 지난해 9월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 정도 법으로 선행 학습을 잡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입법 때부터 제기됐습니다. 학교에서는 선행학습을 할 수 없지만, 학원은 광고만 할 수 없을 뿐 사실상 선행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법 시행 이후 첫 방학을 맞아서 공교육 현장인 학교와 사교육 현장인 학원의 실태는 어떤지 '뉴스 인 뉴스' 박아름, 정혜진 기자가 잇따라 보도하겠습니다.

<기자>

인천의 한 고등학교 앞에서 방학 보충 수업을 받고 나오는 학생들에게 무슨 과목을 배우는지 물어봤습니다.

[학생 : (지금 몇 학년이에요?) 고등학교 2학년이요. (수업은 어떤 거 해요?) 고3 진도 나가요.]  

교과서를 보니 자연 계열 3학년 수학 교과목인 '적분과 통계'를 배우고 있습니다.

개설된 과목명은 2학년 수학이지만, 실제 가르치는 건 3학년 1학기 내용입니다.

[서로 독립인지 종속인지 판별해라, 무슨 뜻일까?]  

편성된 교육 과정을 앞서는 명백한 불법 선행 교육입니다.
 
적발되면 교사는 징계를 받고 학교는 재정 지원 중단 같은 불이익을 받게 되는데도 학교가 선행 교육을 강행하는 것은 이른바 현실론입니다.

[교사 : 수능시험이 11월인데 평가 모의고사는 9월에 끝나요. 그러면 적어도 6월에는 (고3 진도를) 끝내야 하거든요. 그래야 7~8월에 (마지막) 정리를 하죠.]  

학교에서 선행 교육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학생들이 사교육으로 이탈한다는 겁니다.

[교사 : 보충 때 복습한다고 하면 애들이 (공부) 안 해요. 다 아는데 굳이 와서 들을 필요 없다는 거죠. (학교에서) 복습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서 아예 애들이 (보충학습) 선택을 안 하면 학원은 더 신 나겠죠.]  

결국, 규제법에 눌려 학기 중 선행 학습을 억제해오던 학교도 방학이 되자 학생과 학부모가 원한다는 이유를 들어 선행 학습을 하고 있는 겁니다.

사교육에서 선행 학습을 하니 어쩔 수 없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사교육 상황은 어떨까요? 

겨울방학을 맞아 학원가는 선행학습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선행학습 규제법' 때문에 방과후학교 대신 학원을 찾는 이른바 '풍선효과'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학원에선 선행 학습을 하지 않으면 다른 학생에 뒤처질 수 있다며 불안 심리를 자극합니다.

[학원 관계자 : 지금 저희 학원에 (초등학교) 5학년 같은 경우는 수1, 수2까지 다 끝났거든요. 빠른 학생들은 그래요.]

[초등학생 학부모 : (학원) 두 번째 시간에 이차방정식이 나왔대요. 그게 중학교 2학년 과정이거든요. 그런데 저희 애만 모르고 다른 애들은 거의 다 알더라고요.]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도 선행 학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 제 친구는 지금 6학년인데 (수학은) 고3까지 끝 내고 KMO(올림피아드) 준비하고 있어요.]  

방학을 맞아 선행학습을 위해 서울 유명 학원으로 상경하는 이른바 '원정 선행'도 예전보다 늘었습니다.

[초등학생 학부모 : (저는) 인천이고 해서 테스트만 보려고 갔었는데 원장님이 아니 인천인데 뭐가 머냐며, 강릉에서도 오고 지방에서도 오는데 그러셔서 (다니게 됐다.)]

[초등학생 학부모 : 광주에서 비행기 타고 온다고도 하고요. (버스) 대절 해서 오고 비행기 타고도 오고…]  

선행교육 규제법에 따라 학원들은 선행학습을 한다는 광고를 하지 못하게 됐지만, 학원 상당수는  6년에서 7년씩 과정을 앞당겨 가르치고 있다며 전단지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김승현/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 : 학교는 규제하고 학원을 풀어주다 보니까, 선행학습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학원으로 더욱 몰리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선행 학습을 줄이겠다고 법까지 제정했지만, 학생들은 이곳저곳 학원을 전전하며 선행 학습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이용한, 영상편집 : 김진원·이승열, VJ : 이준영·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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