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따님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구설로 뉴스 인물로 등장한 적이 있었습니다. 해외 주재원 파견 형식으로 미국으로 가 쌍둥이를 원정 출산했다는 의혹에 인터넷이 시끄러워지자 발끈해 네티즌 세 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었습니다. 물론 이 ‘욱’ 성질 때문에 사태만 더 키웠습니다만….
그녀는 대한항공가의 로열패밀리 재벌3세로 30대 초반 임원자리에 올랐습니다. 조상님 잘 둔 덕에 출발선 자체가 달랐던 것인데도 겸손하거나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자신은 날 때부터 뼛속부터 다르다는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나머지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는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중국의 전력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전력국제유한공사 회장인 그녀는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첫 정치 행사인 2013년 인민대표대회에 보란 듯이 핑크색 바지 정장을 입고 나타나 시 주석과 악수를 나눴습니다. 집권과 함께 부패 척결을 국정 지표로 내세운 지 얼마 안 된 시 주석으로선 원로 정객의 고명딸의 튀는 의상에 아마 질겁했을 겁니다. 같은 태자당 출신에 칭화대 동문이라 시 주석을 '오빠(시 꺼꺼)'라고 부른다며 자랑하고 다니던 이 '핑크 회장님'은 얼마 뒤 열린 보아오포럼에는 무릎 위로 한참 올라오는 6백 만 원짜리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자신의 부정 축재와 해외 재산 은닉 혐의 등을 다룬 기사가 나오고 이를 본 네티즌들이 비난을 쏟아내자, “중국인 한 사람 한 사람의 행위를 기록하는 수첩을 만들어 그들이 도덕적으로 얼마나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는 지 수치감을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며 반성은 커녕 오히려 적반하장식 반격을 하기도 했습니다. 매사 이런 식이다보니 그녀가 중국 네티즌이 뽑는 '저질 인격체 10걸'에 단골로 포함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봉지째 가져 온 '땅콩'이 그렇게 큰 문제였을까요? 센스 있게 '우산'을 꺼내들지 못한 비서가 그렇게 죽을 죄를 지었나요? 원정 출산이나 부정 축재를 꼬집는 여론에 '땅콩 부사장님'과 '핑크 회장님'은 왜 그토록 화를 냈을까요? 평생을 자기중심적 특권의식에 사로 잡혀 다른 사람들은 그저 부리면 되는 머슴쯤으로 여기다보니 "내 말이 곧 법이고 어느 누구도 감히 나에게 지적할 수 없다!"는 아집과 오만에서 벗어나지 못한 겁니다.
'땅콩 부사장'을 대신해 대한항공이 사과문을 냈습니다. 유감을 표했지만 기내 서비스 담당임원이 승무원의 잘못을 지적한 것은 응당해야 할 업무였다며 끝까지 부사장을 옹호했습니다. 이러다가는 문혁의 경험이 없는 우리나라에도 '하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올지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