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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브리핑] 대학 입학만큼 힘들어…유치원에 가나다 군 도입

<앵커>

요즘 유치원에 아이 들여보내기가 대학 입시만큼이나 어렵다고 합니다. 과연 이래서 되겠는가 논란이 많아지자 서울시 교육청이 특별한 대책을 내놨다고 합니다. 사회부 김아영 기자에게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 기자 어서 오십시오. (네, 안녕하세요.) 김 기자도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잖아요, 그렇게 어려워요? (정말 어렵습니다. 전 내년에 보낼 거라서 보고 있는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서울시가 대책을 내놨다고 하는데 대책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네, 대책을 좀 말씀드리려면 유치원 입학이랑 관련해서 이미 여러 차례 보도가 된 바 있는데, 유치원 추첨제를 좀 짚고 넘어가야 될 것 같습니다.

한 공간에 모여서 공을 뽑는다든지 해서 원생을 선발하는 제도인데요, 지난해 보도부터 한 번 보시죠.

지난해 12월에 했었던 건데요, 추첨 현장 모습입니다.

올해도 추첨하는 것 자체는 같은데요, 지난해까지는 지원횟수에 제한이 없다 보니까 한 사람이 열 곳에 지원한 경우도 있었고요, 추첨을 해서 합격자 통보를 하면 다른 곳에 붙었다고 하면서 빠져나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합니다.
 
또 무조건 많이 내면 되는 거냐, 이런 식의 문제 제기도 있었고 하는데요, 현장에서 혼란이 상당했기 때문에 그 혼란을 줄여보려고 지원횟수를 제한한다는 게 새 대책의 골자입니다.

<앵커>

결과적으로는 보내고 싶은 데에 잘못 보내게 되니까 여러 군데 지원하는 그런 거겠죠. 그런데 구체적으로 이 횟수를 어떻게 제한하겠다는 겁니까?

<기자>

네, 이게 참, 유치한 입학이 대학 입시도 아니고 이렇게 해야 되나 이런 생각드실 수 있습니다.

유치원 모집 과정에 가, 나, 다군을 도입을 한 건데요, 각 군별로 한 번씩만 지원을 하라는 겁니다. 화면 보시죠.

가군에 속하는 유치원은 12월 10일 날 추첨을 하게 됩니다.

나군은 12월 12일, 다군은 12월 15일에 일괄적으로 추첨을 한다는 건데요, 이게 사실 추첨 날짜로 설명을 드리니까 더 복잡하게 느껴지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요지는 공립, 사립 할 것 없이 아이 한 명당 한 번씩 가군 한 번, 나군 한 번, 다군 한 번, 총 세 번 지원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거거든요, "특정 군에 있는 유치원에 중복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 교육청은 이렇게 밝히고 있는데요, 이것만 지키면 혼란을 상당수 해소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앵커>

그런데 얘기만 듣고 보면 그럴듯한데 실제로 뚜껑을 열어 봤더니 결과는 교육청이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로 나왔다고요? 수험생들 불만이 크다면서요?

<기자>

불만이 굉장합니다. 사실 제가 아이 엄마로 취재하면서 화가 많이 났었습니다.

혼란을 해소하겠다고 도입한 제도가 혼란을 도리어 키우고, 불만을 양산하는 모습인데요, 모집 일정을 확인하고 이런 생각이 드셨다고 하는데, 어머님 인터뷰 들어보시죠.

[정 모 씨/유치원 입학 대상 아동 엄마 : 더 헷갈리고 화가 난다는 거죠. 유치원을 보내지 말라는 의미밖에 없는 것 같아요.]

왜 그런가 하면요, 사흘 전에 서울시 교육지원청을 통해서 모집 일정이 공개가 됐습니다.

황당한 것은 유치원 대부분이 가군에 쏠려 있었다는 거거든요, 집 주변에 통학 할 수 있는 유치원이 다섯 곳, 여덟 곳이면 다 가군 이런 식입니다.

여기만 이런 게 아니었는데요, 어제 서울 시내 전체 모집일정을 저희가 분석을 해봤는데 다 비슷비슷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결과적으로 사실 세 번의 응시기회를 준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세 번 기회가 안 되고 거의 가군에 가서 유치원을 들여보내야 되는 이런 건데 왜 이렇게 또 다 가군으로 몰려갔을까요?

<기자>

알고 봤더니 배분 방식이 "유치원 원장님이 선택을 하십시오. 가군 나군 다군." 이렇게 진행이 됐던 거고요, 유치원 입장에서는 추첨을 빨리할수록 편하기 때문에 일정이 빠른 가군에 집중이 됐던 겁니다.

쏠림 현상이 어느 정도로 심한지는 표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북부 지역인데요, 가군에 80%가 몰렸습니다. 나군이 20%, 다군은 한 곳도 없습니다.

다른 지역도 비슷합니다. 보시면 동부에는 다군이 딱 한 곳이고요, 강서 지역에는 한 곳도 없습니다.

상당수 지역에서 이렇게 비슷한데 지원 기회 한 번은 허공에 날아가는 셈인 겁니다.

그럼 중복 지원을 어쩔 수 없이 해야되는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 중복 지원을 해도 되냐고 문의를 했더니 일부 유치원에서는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거다. 이렇게 안내했습니다.

<앵커>

이상하네요, 결과적으로 이렇게 가군으로 가느냐 다군으로 가느냐 이건 유치원들이 자율적으로 본인들이 결정을 해서 신청을 하는 이런 건데, 그렇다면 중복 지원을 말씀하셨는데 중복 지원해도 상관없다면 중복 지원을 걸러낼 수 있는 어떤 시스템이 없는 겁니까?

<기자>

네, 그게 또 좀 황당합니다.

중복지원을 막겠다고는 했는데 정작 중복 지원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은 마땅하지가 않은 겁니다.

교육 당국의 말만 믿고 따랐다가 우리 아이만 유치원에 못 가는 게 아니냐, 우리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건데요, 어머님 인터뷰 보시겠습니다.

[이 모 씨/유치원 입학 대상 아동 엄마 : 어린이집 지원 안 하고 유치원으로 몰려 버리니까 경쟁률은 더 높아지고… 한 군데만 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여기서 더 큰 문제는 교육청 지침을 따를 수 없다면서 개별적으로 일정을 진행하는 유치원들도 상당하다는 겁니다.

취재 중에 확인한 유치원은 "우리는 12월 5일에 가, 나, 다군 안 합니다. 12월 5일에 진행합니다."라고 안내를 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되면 가, 나, 다군은 가, 나, 다군 대로 챙기고 교육일정 안 따지는 곳은 또 따로 챙겨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되는 거죠.

<앵커>

좀 속된 말로 표현하면 엉망진창이군요, 이런 문제점을 교육 당국에서는 예측을 못 한 거에요?

<기자>

사실은 예측을 했어도 문제고, 예측을 못 했어도 문제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예상을 못 한 거 같습니다.

취재 내내 준비 과정이 허술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의 말 들어보시죠.

[ㅇㅇ교육지원청 직원 : 저희도 나름대로 노력을 했지만, 좀 실패한 면이 있어요. 시행착오라고 볼 수 있고 처음 시행하는 거니까요.]

가,나,다군을 도입을 하면 유치원끼리 잘 조율할 거라고 예상을 했는데, 우선 그게 안 됐다는 거고요, 교육 당국에서 추후에 이걸 조정하려고 했지만, 강제력이 없어서 방안이 마땅치 않았다는 겁니다.

항의가 이렇게 빗발치니까 서울시 교육청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데요, 어제(26일) 저희가 찾아갔는데 부랴부랴 대안을 마련하느라 계속 릴레이 회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조만간 다른 안이 나오지 않을까 싶긴 한데요, 불과 며칠 만에 개선안을 내놓을 만큼 미완성인 걸 왜 굳이 이렇게 발표를 했는지 의문입니다.

<앵커>

이런 것들이 저출산 대책하고도 사실 관련이 있고요, 또 당장 내년 봄에 유치원 보내고 직장생활 해야 되는 맞벌이 부부 같은 경우에 상당이 지금 혼란스럽고, 또 걱정스럽고 이런 상황이겠군요, 좋은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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