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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아빠의 마지막 퇴근길 손엔 가리비…인천 일가족 사망 뒷얘기

* 대담 : SBS 모닝와이드 김용식 리포터

▷ 한수진/사회자:
지난 달 말 인천에서 일가족 3명이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처럼 또 다시 생활고를 비관한 극단적인 선택이 이어진 것인가, 많은 분들이 그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워했는데요. 나중에 보니까 부부명의로 된 아파트와 빌라가 무려 15채나 되었다는 뉴스가 이어지면서 그 속사정이 뭔지, 또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인천 현지로 가서 취재를 하고 돌아온 SBS 모닝와이드 김용식 리포터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용식 리포터 / SBS 모닝와이드:
안녕하십니까, 또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일단 어떻게 된 일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볼까요? 

▶ 김용식 리포터 / SBS 모닝와이드:
아주 간단하게 먼저 설명을 좀 드리자면 지난 달 30일입니다. 다세대 주택가인 한 빌라 3층에서 일가족 3명이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이 되었죠. 경찰 조사 결과, 타살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요, 자살로 추정이 되고 있는 그런 사건입니다.

우선 발견 당시부터 살펴보게 되면, 아이는 중학교 1학년이거든요. 담임선생님이 먼저 아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으니까 연락을 했다고 되어 있는데, 아버지의 직장 동료 분들도 함께 발견했다고 해요. 그러니까 발견된 것은 30일 입니다만, 이틀 전부터, 28일 날 귀가를 한 이후에 29일도 안 왔고 30일 날도 안 오니까, 29일 날도 집에 한 번 찾아가봤고 30일도 찾아가보니까 이거 안 되겠다 싶어서 119와 경찰을 불러서 문을 따고 들어가 보니까 이런 상황이 벌어졌던 거거든요. 당시 이런 상황으로 일가족이 숨진 것이 발견됐던 그런 사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유서가 있었어요, 현장에. 

▶ 김용식 리포터 / SBS 모닝와이드:
네, 유서가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딸이 아버지에게 남긴 유서가 발견이 됐습니다. 내용을 잠깐 살펴보면, 우선 어머니 유서에 보면, ‘마이너스 인생 살다 간다. 혹시나 우리가 살아서 발견이 된다면 그냥 두어라, 그냥 가게 두길 바란다.’, 이런 내용이 있고요. 딸의 유서를 보게 되면, ‘말 안들은 거 미안하다.’, 아버지한테 미안하다는 이야기, 또 앞으로 우리 그냥 편히 갈 수 있게 잘 사세요, 라는 그런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처음에 경찰들도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봤는데요. 

이게 언론에 알려진 것이 부검까지 끝난 상황이었습니다. 원인을 살펴보면 가스에 의한 질식사로 이미 판명이 났고요. 그 다음에 안쪽에 보면 문을 밀봉을 했고, 또 화덕 4개가 있었거든요. 그 위에 연탄 2개가 하나하나 올려져 있었고 나머지 3개에는 번개탄 6개가 2개씩 올려져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거의 자살 쪽으로 현재 추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유서를 봐도, ‘엄마랑 나랑 먼저 갔다고 슬퍼하지 마라.’, 이런 내용 있었잖아요. 그러니까 엄마와 딸이 먼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난 뒤에 남편이 뒤따라 목숨을 끊은 것 아닌가, 이렇게 보이는 거죠? 

▶ 김용식 리포터 / SBS 모닝와이드:
그렇습니다. 이게 어디 증언에서 나오냐면, 직장 동료들도 그날 저녁에 귀가 할 때 아무런 징후도 없었다고 합니다. ‘내일 보자.’, 굉장히 웃으면서. 게다가 그 날도 직장 동료 한 분이 시골에서 조개, 가리비를 한 박스 가져와서 동료들한테 다 나누어줬데요. 아버지도 그 한 봉지를 가지고, 가족들과 함께 먹겠다, 정말 그리고 기분 좋게 귀가 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나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로 봐서는, 아마도 경찰 측에서도, 집에 귀가를 했는데 딸과 부인의 모습을 보고 같이 함께 동반 자살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추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떻게 보면 남편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생각은 없었던 걸로 볼 수도 있겠네요.
 
▶ 김용식 리포터 / SBS 모닝와이드:
네, 그렇습니다.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이 남편 분의 상황이거든요, 직장 동료 분들이 다 이해를 못 하고 계세요. 

▷ 한수진/사회자:
직장에서도 아주 열심히 일하셨던 모양이에요. 

▶ 김용식 리포터 / SBS 모닝와이드:
네, 굉장히 열심히 했고, 그 다음에 뭐 조용하거나 우울하거나 이런 성격도 아니셨고 굉장히 밝았다고 합니다. 먼저 자기가 이야기를 하고 농담도 걸고, 그 날도 굉장히 웃으면서, ‘내일 보자, 고맙다.’, 조개 줘서 고맙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직장 동료들과 여러 가지 덕담도 많이 나누었고요, 이야기도 하고 이런 상태로 갔었기 때문에 전혀 자살의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고 해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알고 보니까 경제적으로는 상당히 힘든 상황이었다는 거죠? 

▶ 김용식 리포터 / SBS 모닝와이드:
네, 그렇습니다. 이게 참, 아까 처음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송파 세 모녀 사건처럼 생활고를 비관했다, 이렇게 나왔단 말이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처음엔 그런 줄 알았죠. 

▶ 김용식 리포터 / SBS 모닝와이드:
기초수급생활보장을 받는 대상자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이렇게 많았습니다. 그런데 속사정이 좀 다르더라고요. 우선 그 집들이 전부다 경매를 통해서 받았던 집들이에요. 그런데 거기서 더욱더 문제가 되는 것이 집집 한 채마다 대출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저도 한 번 그래서 등기부등본 한 부를 뽑아봤는데 거의 85% 이상이에요.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하시면 돼요. 만약 1억 원짜리 집이 있다고 하면 거의 한 8,500만 원, 9,000만 원 까지 대출이 되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1억에 경매를 받았는데, 한 8,000만 원은 빌려서, 8,500만 원은 빌려서 다 한 거라고 하고요. 

▶ 김용식 리포터 / SBS 모닝와이드:
이게 알고 보니까 경매를 할 경우에는 이렇게 적은 돈으로 가능하더라고요. 뭐냐면 일반 은행에서, 시중은행에서 빌려주는 건 아니고 제2금융권, 그러니까 지방에 있는 제2금융권에서는 거의 한 85% 이상까지도 당시에 빌려주었다고 해요. 대부분 집들이 비싼 건 아니고 5,000~6,000만 원 짜리였는데 거의 한 500만 원~1,000만 원 가지고 이 경매를 받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떻게 해서든 돈을 빌려서라도 싸게 집을 좀 많이 경매를 받아서 그 다음에 집값이 오르면 팔면 이게 돈이 되겠거니 하고 한 걸 거예요. 

▶ 김용식 리포터 / SBS 모닝와이드:
이 분이 2007년도부터 이 경매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당시 2007년도, 2008년도 오르고 경매시장이 좀 좋았을 때거든요. 그런데 스타트가 잘못되었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거의 꼭지점이었다, 2008년 이후로부터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거든요. 이 분도 처음에는 조금 수익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수익을 통해서 하다보니까, ‘어 이게 경매가 괜찮구나,’, 라고 해서 경매 공부도 열심히 하셨고 경매에 대한 지식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냥 뭐 단순히 묻지마 투자를 하신 건 아니고요. 사업 쪽으로 진행하셨고 그런데 시기적으로 안 좋았다는 거예요. 2008년부터 계속해서 집 근처에 있는 매물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서울에 있는 매물도 많고요. 하나씩 싸게 나오는 것들을 경매로 매입을 했고, 그런데 문제는 이게 다시 환금성을 갖추려면 되팔아야 하는데 집값이 점점 떨어지고, 게다가 대출받은 금액보다도 집값이 떨어져 버렸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더 떨어졌다는 거예요. 경매가보다 더 떨어졌다는 거예요. 

▶ 김용식 리포터 / SBS 모닝와이드:
그러니까 이게 어떤 현상이 벌어지냐면, 어떤 분들은, 15채를 미리 처분했으면 되지 않느냐, 라고 하지만 대출률 85% 이상 받았으니까, 그것보다 집값이 떨어지니까 내가 집을 팔 때 오히려 돈을 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예요. 

▷ 한수진/사회자:
그야말로 흔히 말하자면, 토해내는 그런 상황인 거네요. 

▶ 김용식 리포터 / SBS 모닝와이드:
그렇죠, 그 분들이 그렇게 표현을 합니다. 어떤 한 분은, ‘이 집을 팔 때 오히려 토해내야 된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다. 게다가 집 거래도 안 되고.. 

▷ 한수진/사회자:
거래가 안 되니까, 기본적으로 사려는 사람들도 없었고. 좀 밑지고라도 팔고는 싶었을 텐데 그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죠. 워낙 지금까지 경기가 없었으니까 말이죠. 그러다보니까 어떤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거군요. 

▶ 김용식 리포터 / SBS 모닝와이드:
그렇습니다. 이분들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아니었고, 어찌 보면 본인도 직장동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해요. 자신이 ‘하우스 푸어’다, 현재로서는 집은 많은데 요즘 대출 이자 때문에 힘들다, 이런 이야기를 좀 했었다고 합니다.

본인도 어떻게든 이 상황을 꾸려보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2년 전부터 지금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1년 전부터 정직원이 되어서 월급을 200만 원 정도, 210만 원 정도 받았는데, 이 일을 한 이유가 바로 이자를 메우기 위해서 일을 했던 것으로 추정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 이전에는 경매로만 순전히 생계를 이어가셨다가요. 

▶ 김용식 리포터 / SBS 모닝와이드:
최근에는 부인 되시는 분도 9월 달까지 일을 하시다가 그만두게 된 상황이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생활비라든가, 이자 부담이 굉장히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겠죠, 15채나 되고 대부분이 그렇게 대출이었다는데 얼마나 그 압박감에 시달렸겠어요. 뭐 어떻게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고요. 사실 지금 15채 까진 아니더라도 하우스 푸어, 1~2채 가지고 계신 분들도 힘들어하는 분들 많잖아요. 

▶ 김용식 리포터 / SBS 모닝와이드:
맞습니다,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게 이 부분이에요. 이게 특별한 일이 아니다, 라는 거죠, 앞으로 계속 일어날 수 있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분이 발견된 집도 실은 본인이 원래 살고 있던 집이 아니고요. 경매로 얻었던 집인데 이게 안 팔리고 안 팔리고 처리가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들어간 집이에요.

직장 동료들에게도, ‘이게 도저히 할 수 없으니까, 경매로 받은 집에 내가 들어가 살 수밖에 없다.’, 라고 하는데,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무리하게 대출받아서 산 분들이 2010년도 초반에 굉장히 많거든요. 이 당시에 원금을 상환하면서 받은 게 아니라 거치 기간을 둡니다. 이자만 내는 기간이 3~5년까지 두는데 이게 끝나는 시점이 도래한다, 이거죠. 그러다보면 지금 이와 같은 사태가 또 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이 이렇게 경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인천 일가족 사망 사고를 취재한 SBS 모닝와이드 김용식 리포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생활고 겪던 일가족 3명 숨진 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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