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박소연은 왜 메달을 따지 못했나?

[취재파일] 박소연은 왜 메달을 따지 못했나?
한국 피겨스케이팅에서 '포스트 김연아'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박소연 선수가 처음  출전한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5위를 차지했습니다. 아직 17살로 어린데다 첫 대회에 대한 긴장감을 감안하면 무난한 성적으로 볼 수 있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쉬운 대목이 많습니다. 박소연은 지난 2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21위에 머물렀지만 한 달 뒤 벌어진 세계선수권에서는 쇼트 프로그램, 프리 스케이팅, 그리고 합계에서 모두 개인 최고점을 기록하며 9위에 올랐습니다. 이런 선전 덕분에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그랑프리 2개 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가 되며 주위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습니다. 본인도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김연아 이후 첫 메달을 따겠다는 의지를 다졌고 가능성도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박소연은 이번 대회에서 쇼트와 프리, 합계 모두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지 못하며 첫 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합계 점수인 170.43점은 지난 3월 세운 자신의 최고점에 6.18점 모자랐습니다. 이번 대회 동메달리스트인 미국 그레이시 골드의 합계 점수는 179.38점. 박소연이 개인 최고점만 경신했더라면 충분히 메달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습니다. 무엇이 모자랐을까요?
 
박소연 외신_400

1.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구사하지 못했다

박소연은 세계선수권 이후 고득점을 얻기 위해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연속 점프를 새로 연마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점프는 '피겨 여왕' 김연아의 특기로 기본점만 10.10이나 되는 기술이었기 때문입니다. 집중 연습으로 어느 정도 이 점프에 자신감이 붙을 무렵인 지난 8월초 박소연은 타이완에서 열린 아시안 트로피 대회에 출전하게 됐습니다. 실전에 이 기술을 구사할 지 고민했지만 결국 하지 않았고 이후 연습도 중단하게 됐습니다. 박소연은 이번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자신의 장기인 트리플 살코-트리플 토룹을 처음으로 프리 스케이팅에 넣어 깔끔하게 뛰었지만 이 점프의 기본점은 8.30점밖에 되지 않습니다. 
           
2. 룹 점프 약점 극복하지 못했다

저는 지난 17일 태릉에서 훈련중인 박소연 선수를 만나 여러가지를 인터뷰했습니다. "제일 자신 있는 점프가 무엇이냐"고 묻자 "살코"라는 대답이 바로 나왔습니다. 반대로 가장 약한 점프로는 룹 점프를 꼽았습니다. 러츠와 플립은 "살코와 룹의 중간쯤 된다"고 말했습니다. 박소연의 말은 그대로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살코는 완벽하게 해낸 반면 룹 점프에서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프리 스케이팅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치다 트리프 룹을 시도했는데 착지 불안으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감점까지 당했습니다.  

3. 오른쪽 발등 부상이 발목 잡았다

박소연의 컨디션은 100%가 아니었습니다. 오른쪽 발등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로 출전했습니다. 이때문에 스케이트 앞날을 얼음에 찍고 점프를 해야 하는 러츠에 상당한 부담이 있었습니다. 박소연은 쇼트 프로그램에서 트리플 러츠를 시도하다 착지 불안으로 1.6점이나 감점당했습니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룹 연속 점프를 포기한 이유중의 하나도 오른쪽 발등 부상이었습니다.      

4. 예술 점수 여전히 부족했다 

박소연은 기술 점수에 비해 유독 예술 점수가 다른 선수에 비해 떨어집니다. 프리 스케이팅 기술점수는 61.35점으로 11명의 선수 가운데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지만 예술 점수가 54.34점 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난 5월 김연아의 안무를 전담했던 데이비드 윌슨과 일찌감치 새 프로그램 안무를 완성했고 김연아로부터틈틈이 조언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실전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얼굴 표정과 연기의 스피드, 연결 동작에서 더 보완해야할 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소연은 다음달 14일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4차 대회에 참가합니다. 이 대회에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특혜 논란' 끝에 금메달을 따낸 러시아의 소트니코바가 올림픽 이후 처음 출전해 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박소연이 1차대회의 경험을 '보약'으로 삼아 4차대회에서는 첫 메달을 따기를 기대해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