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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이야기] 선수들에게 부담이란 무엇일까

[땀, 이야기] 선수들에게 부담이란 무엇일까
부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떠한 의무나 책임을 짐'.
부담감은 어떠한 의무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느낌을 뜻합니다.

어젯밤, 우리는 그 부담의 무게에 힘겨웠음을
토로한 두 남자의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지난 도하 대회를 시작으로 3연패 달성에 성공한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

주장 정진선은 경기 직후 믹스트존에서
눈물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울음과 함께 터져나온 그의 첫 마디는
"맏형으로서 부담이 심했습니다."
정진선 눈물1
대표팀의 맏형이자 에이스인 그는
단체전에서 가장 중요한 9번 주자로
경기에 나섰습니다.
후배들의 선전으로 리드를 안고 올라갔지만
일본의 공세에 밀려 고전했습니다.

"한 점 차 까지 쫓겼을 때에는 죽고 싶었고,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개인전에서 동갑내기 후배 박경두를 이기고
금메달을 목에 건 미안함,
이제 꽃피우기 시작한 스무살 후배가
더욱 운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만 한다는
복잡한 심정은 그에게 큰 부담이었을 겁니다.

같은 시간, 차디찬 물살을 갈랐던
박태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유형 400m 결승전에서 3위로 터치패드를 찍고
물밖으로 올라온 그는 취재기자 앞에 서자
연신 멋쩍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래도 잘했다고 해주시지만...
그럴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 같아요."


아마도 박태환은 이 자리에서 3연패
성공에 대한 감격의 소감을, 
국민의 성원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계속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힘에 부친다"
박태환
경기 전 마이클 볼 코치는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했습니다.

"박태환이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많은 부담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메이저국제대회, 자신의 이름을 건 경기장,
마치 부메랑처럼 돌아와 이제는 자신의 발목을
잡는 꼴이 된 화려한 과거 성적.
산전수전 다 겪은 국가대표 10년차 베테랑에게도
이 모든 상황은 부담이 되어
그의 어깨에 차곡차곡 쌓여만 갔습니다.

지난밤 두 남자의 눈물과 멋쩍은 미소를 보며
과연 이들에게 부담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특정 분야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
그 국가대표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지고,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

하지만 '의무와 책임'이 곧 '좋은 성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건 아닐겁니다.
국가대표라는 위치가 주는 부담과 압박감이
좋은 성적을 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그 역시 전부는 아닙니다.

이 날을 위해 선수가 흘린
땀과 눈물의 가치를 잊지 않고
성적을 떠나 모두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우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글 구성 : 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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