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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태환 후원사가 없는 4가지 이유

[취재파일] 박태환 후원사가 없는 4가지 이유
박태환은 한국 수영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입니다. 19살의 어린 나이에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리스트가 된 그는  척박한 한국 수영 환경에서 10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수영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을 통틀어 가장 빼어난 선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도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한국인의 신체 구조상 올림픽 수영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따낸다는 것은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박태환은 다음달 개막하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최초의 3회 연속 3관왕을 노리며 현재 훈련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수영 스타  박태환이 팬들을 안타깝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후원사 문제입니다. '마린 보이'를  오랫동안 후원해온 SK그룹은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박태환과 재계약하지 않았습니다. 그 뒤 다른 후원자가 나타나 1년에 5억원 정도의 후원을 해줬지만 이미 계약기간이 만료됐습니다. 지금은 전지훈련에 대한 아무런 지원이 없는 상황입니다. 박태환의 처지가 딱했는지 최근 미국의 유명 수영 전문가까지 나서 한국의 수영스타가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그럼 세계적인 수영 선수인 박태환이 후원사를 쉽게 찾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4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돈(MONEY)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입니다. 박태환을 제대로 후원하려면 4-5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려야 합니다. 또 해외전지훈련과 각종 대회에 출전해야 합니다.  1년에 들어가는 비용은 거의 10억원에 이릅니다. 이 정도의 비용을 최소 2-3년 가량 후원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대기업 밖에 없습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가뜩이나 허리띠를 졸라매는 현실을 감안하면 수영 선수 1명에게 거액을 선뜻 투자하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2. 메달(MEDAL) 

기업의 생리는 속된 말로 "투자한만큼 뽑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돈이 들어도 그만한 가치가 있으면 투자를 하는 게 기업입니다. 대기업이 원하는 것은 아시안게임이 아니라 올림픽 금메달입니다. 즉 박태환이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크다면 후원을 고려할 여지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수영연맹과 국내 전문가들은 대체로 박태환이 선수로서 정점을 지나 하향기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할 가능성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기업들이 후원을 주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3. 마케팅(MARKETING)

그동안 국내 스포츠스타 가운데 마케팅 효과가 가장 큰 선수로는 '피겨여왕' 김연아가 꼽혔습니다. 피겨의 특성상 TV 화면은 김연아 1명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수영은 8명이 함께 경기를 하는데다 레이스 도중 선수의 얼굴이 잘 노출되지 않습니다. 후원사의 로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로 상의를 벗고 출전하기 때문에 후원사의 로고 같은 것이 제대로 드러날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기업 이미지 제고나 광고 효과가 타 종목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4. 매니지먼트(MANAGEMENT)

가장 논란이 많은 대목으로 박태환이 '관리하기가 참 까다로운 선수'라는 것입니다. 그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때 언론사 기자들은 상당히 힘들어했습니다. 다른 선수보다 취재하기가 훨씬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를 후원했던 사람들도 사석에서 만나면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대한수영연맹과의 불편한 관계도 바로 이런 점에서 비롯됐습니다. 쉽게 말해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박태환의 수영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는 20살의 어린 청년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엄연히 '장유유서'(長幼有序)가 통하는 한국 사회에서 그의 태도는 큰 형님뻘 또는 아버지뻘인 사람들이 보기에는 '못 마땅함'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의 박태환은 과거와는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몰라보게 겸손해지고 상대를 많이 배려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머리속에 박힌 고정관념과 선입관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박태환이 2016년 리우 올림픽까지 선수 생활을 하려면 후원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비로 전지훈련 경비를 충당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후원사를 찾기 위해서는 2가지 길 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눈높이를 낮춰 다소 적은 후원 금액에도 계약을 맺던가 아니면 세계신기록이나 그에 버금하는 기량을 과시해 '역시 박태환'이라는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한국 스포츠나 본인에게나 물론 후자가 가장 바람직한 경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인천 아시안게임이 첫번째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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