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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드기 '우글'…화장실보다 더러운 극장 의자

<앵커>

얼마 전 지하철 헝겊 의자에 진드기가 사는 심각한 위생상태, 전해드린 적이 있죠. 그렇다면 대기업이 운영하는 영화관은 어떨까요? 좀 나은가 봤더니 해도 좀 너무하다 싶을 만큼 더러웠습니다.

김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화려한 복도에 깔끔한 매표소, 잘 정돈된 의자까지, 사람들 대부분은 그래서 영화관하면 이런 생각합니다.

[깨끗해요. 더러운 것도 없고, 저는 개인적으로 깨끗하다는 느낌 많이 받았습니다.]

관객이 없는 심야 시간대에 들어가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늘 어두컴컴해서 잘 안 보이던 의자에 조명을 비춰봤더니, 좌석 부분은 찌든 때로 거무튀튀하게 변했고, 팔걸이도 시커멓게 때가 끼었습니다.

등받이엔 머리카락이 잔뜩 붙어 있고, 물티슈로 닦아봤더니 때가 묻어나옵니다.

음료수 꽂는 곳은 음식물 찌꺼기가 덕지덕지 붙어 있습니다.

의자 하나 털어봤는데, 밀폐된 곳이다 보니 극장 안이 먼지로 가득 찹니다.

이번엔 현미경 카메라로 찍어봤습니다.

붉은색 천 조직 아래에 비듬처럼 생긴 흰색 이물질이 가득합니다.

아예 때가 천 조직을 뒤덮어 눌어붙은 곳도 있습니다.

전문가와 함께 살펴봤습니다.

[신민식/청소업체 대표 : 더럽네요. 사람이 떨어뜨린 각질도 있을 거고 또 진드기 사체가 있을 거고.]

사람 각질과 음식물 찌꺼기, 미세 먼지 범벅입니다.

[(각질은) 다들 진드기가 좋아하는…아 아까 거기.]

뭔가를 발견합니다.

[이게 이제 진드기 사체 또는 살아 있는 진드기 표본입니다.]

진드기 검출 키트를 가지고 서울 시내 영화관 6곳을 조사해 봤습니다.

[지금 '진드기'에 선이 그어져서 진드기가 있다는 걸로 판명이 되는데요. 이 정도 두께면 진드기가 아주 많이(100마리 이상)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의자를 툭툭 건드렸을 뿐인데 희뿌연 먼지가 안개처럼 뿜어져 나옵니다.

영화를 보면서 음식물을 먹으면 이 먼지는 호흡기는 물론 입으로도 들어갑니다.

청소기를 돌려보자 입자가 가느다란 미세 먼지가 잔뜩 빨려 들어오는데, 확대해보니 부서진 진드기 사체와 배설물도 섞여 있습니다.

조사한 극장 6곳 모두 진드기가 나왔습니다.

[전지현/고려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 : (진드기가) 피부에 닿느냐 안 닿느냐가 중요하기 보다는, 결국 흡입하는 것이 (알레르기 원인으로) 되어 있어요. 진드기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은 단지 아토피 피부염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전체적인 증상에 다 관여하기 때문에요.]

세균 오염도 검사에서도 극장 의자는 서울역 공중화장실보다 더 더러웠습니다.

관객들 몸에서 떨어져 나오는 각질은 진드기에게 좋은 영양공급원이 됩니다.

온도도 연중 22도에서 23도로 맞춰져 있고, 햇볕마저 들지 않으니 진드기가 살기엔 그야말로 최적입니다.

이런데도,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 3곳은 의자 청소를 1년에 2번 정도만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대형 영화관 관계자 : (의자) 살균 세척은 반년에 한 번씩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겠습니다.]

팔걸이에 팔을 살짝 댔다가 떼자 팔에 붙어 나오는 미세 먼지들.

옷에는 더 많이 묻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옷을 세탁하는 게 좋습니다.

(영상취재 : 정상보·김태훈, 영상편집 : 설민환·박정삼,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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