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에 따르면 피지의 1인당 GDP는 5,252달러입니다. 그런데 CIA 월드 팩트북에는 1인당 GDP가 2013년 8,300달러, 2014년 8,700달러, 2015년 9,000달러(추정)로 나와 있습니다. 세계 139위라는 설명도 부연돼 있습니다. 참고로 CIA 자료로는 한국이 2015년 현재 36,500달러, 48위, 북한은 1,800달러, 210위로 기록돼 있습니다. CIA 자료는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해 우리가 아는 1인당 GDP 보다 조금 과대평가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1인당 GDP 9,000달러 국가라면 원조를 해 줄 수 없는 국가로 분류됩니다. 굳이 우리 코이카 사무소가 진출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현지에서 의문을 느낀 점이 있습니다. 초등학교나 유치원을 가보면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일단 외교부 자료를 토대로 보면 명목 소득으로 피지는 우리의 1988년, 89년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코이카의 사업도 우선 기초적인 보건 사업 쪽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피지 사람들이 특히 결핵과 당뇨병에 많이 걸린다고 합니다. 저소득층은 자신이 결핵에 걸린 줄도 모르고 지내다가 주변 사람들까지 감염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이카가 20년 전 지어준 북부의 라키라키 지역 병원에도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에서 나온 한국인 활동가가 상주하며 결핵 퇴치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워낙 오지가 많은 지역이라 주민들이 여러 차례 병원을 찾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해 한 번에 결핵 진단부터 투약까지 원스톱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코이카 본부에서 파견된 보건전문가인 오충헌 박사는 “결핵이 피지에서 인구 10만명 당 연간 68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는 큰 위협을 주는 질병”이라면서 코이카와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가 기술과 결핵 검사 장비, 실험실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피지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는 생생한 예가 있습니다. 피지는 올해 2월 사상 최악의 사이클론 피해를 입었습니다. 피지 관측 사상 최악의 사이클론으로 평가되는 윈스턴이 남태평양을 강타했습니다. 44명이 숨졌고, 전 국민의 40%인 35만 명이 심각한 피해를 당했습니다. 직접적인 피해액만 14억 달러로 추산됐습니다. 워낙 엄청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는 후유증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특히 피해가 심했던 동부 지역에서는 복구할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사이클론에 교사가 파괴된 초등학교에서는 호주의 AusAID와 유니세프가 제공한 천막에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집이 날아간 일부 주민들은 중국이 지원한 천막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길가에는 당시 뿌리째 뽑힌 거목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숲 전체가 초토화된 지역도 군데군데 보였습니다. 사이클론 피해 반년이 지났지만 완전 복구까지는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