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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독일도 냉장고 온도 50도로…마트 해킹 유럽 11개국으로 확산

영국·독일도 냉장고 온도 50도로…마트 해킹 유럽 11개국으로 확산
▲ 냉장고 온도 해킹으로 비어버린 스톡홀름 오덴가탄에 위치한 ICA 바로넨 매장 진열대

지난달 프랑스 슈퍼마켓에서 냉장고 온도를 50도로 조작하는 해킹 사태가 유럽 11개국으로 확산하며 혼란과 불안을 키우고 있습니다.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등의 슈퍼마켓 냉동 시스템도 사이버 공격을 받으면서 각국 업체들이 서둘러 보안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피해 차단에 나서고 있습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지금까지 최소 11개국에서 슈퍼마켓 체인 등의 냉장고 해킹 사건이 보고됐습니다.

전날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스웨덴, 에스토니아, 아일랜드에서 사이버 공격으로 냉장고와 냉동고 온도가 치솟은 사례가 보고된 데 이어 유사 사례가 서유럽과 남유럽 등지로도 확산한 것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전역에서 약 20개 슈퍼마켓 매장이 해킹 피해를 봤습니다.

시칠리아에서 '쿱'(Coop)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업체 대표는 300개 매장 중 4곳이 해킹을 당했으며 "모든 상품을 폐기해야 해 피해액이 수천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습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아직은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보안 시스템이 구형인 매장만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에서는 소규모 육가공 업체들이 공격 대상이 됐습니다.

영국 독립 육류 공급업체는 회원사 중 두 곳의 냉동고가 녹기 시작했고, 다른 한 곳에서는 냉장 설비의 온도가 급격히 치솟는 현장이 발생했다고 BBC에 전했습니다.

독일에서는 4곳, 루마니아에서는 6곳의 슈퍼마켓 매장이 피해를 봤습니다.

냉장고 해킹 사태는 지난달 중순 프랑스에서 먼저 시작됐습니다.

여러 업체의 슈퍼마켓 냉장고 온도를 50도로 올리는 사이버 공격이 발생해 700여 개 점포가 무더기로 피해를 봤는데 이후 보름 만에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스웨덴 등 유럽 각국으로 유사사례가 확산했습니다.

가장 피해가 컸던 곳은 벨기에로 1일 밤부터 2일 새벽 사이 수십 개 슈퍼마켓 체인 매장의 냉장고 설비가 고장 나 현지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피해가 이처럼 확산하자 유럽 각국의 슈퍼마켓 업체들은 보안 시스템 강화에 나섰습니다.

표적이 된 시스템들이 구형으로 확인된 만큼 취약한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추가 피해를 막으려는 조치입니다.

특히 냉장 설비를 원격으로 조정하기 위해 인터넷에 연결해 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보안 패치가 제때 업그레이드돼있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때문에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댄포스는 고객들에게 냉장고 제어 상태를 확인하고 보안 패치를 업그레이드하기 전에는 인터넷 연결을 차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유럽의 슈퍼마켓이 대부분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매장마다 시스템이 제각각인 점도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유럽연합(EU)는 이번 사태를 식품 공급망을 교란하려는 고의적인 시도로 규정하고 공동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토마스 레그니에 EU 대변인은 "이번 사태는 단발성이 아니며 공동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각국과 공동 대응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구식 기술을 겨냥한 해킹 공격이 앞으로 더 빈번해질 수 있다며 이번 사태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영국 국립사이버안보센터(NCSC)의 리처드 혼은 "수많은 취약점이 존재한다"며 이번 사건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인공지능(AI) 발달로 해커들의 능력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구형 기술의 취약점을 찾아내 악용하는 일이 갈수록 빈번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AI가 새로운 공격 방법을 찾은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방치돼온 보안 취약점이 상상할 수 없는 규모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공격 주체와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루마니아 국가사이버보안국(DNSC) 댄 침페안 국장은 AFP에 이번 공격이 "다소 아마추어적인 수준으로 보인다"며 "국가 차원의 행위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은 의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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