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도 '방산수출 세계 빅4 진입'을 공언하는 바람에 K-방산은 무적인 줄 알았습니다. "K-방산이 세계 무기 시장을 휩쓸고 있다", "K-방산의 적수가 없다", "한국 무기 놓친 뒤 후회하고 있다"는 K-방산 국뽕 논객들의 혹세무민에 취해 도끼 자루 썩는 줄 몰랐습니다. 그동안 K-방산 시총은 1/3 토막 났습니다.
유럽과 일본 방산의 발흥으로 K-방산의 가성비 경쟁력은 빠르게 퇴색하고 있습니다. 경쟁 우위가 확실한 K-방산의 무기는 없다시피 합니다. 변방 몇 나라에서 멈춘 K-방산의 시장 확장력도 걱정입니다. 이상은 K-방산 공통의 난제이고, 회사별로도 특수한 과제들이 산적했습니다. 각성해서 해결하지 않으면 K-방산 주가는 1/3 토막에서 또 반 토막 나기 십상입니다.
뿌리 깊은 낙하산의 KAI
항공과 거리가 먼 낙하산이 정치권력의 후원으로 KAI 대표이사에 앉고, 낙하산 대표이사는 정치에 진 빚을 갚기 위해 민원성 낙하산들을 받아 KAI 이곳저곳에 꽂습니다. 낙하산의 정통성과 전문성 결여를 가장 잘 아는 측은 노조입니다. 낙하산은 노조의 비위를 맞춰 손을 잡습니다. 자연스럽게 KAI 임직원들의 임금과 복지는 업계 최고 수준이 됐습니다. 그래서 KAI는 방산업체들 중 상품의 인건비 비중이 가장 높기로 유명합니다.
수출입은행 지분 26%의 공기업적 성격으로 인해 두툼한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니까 KAI 임직원들은 낙하산 체제의 현상유지를 선호합니다. 껍데기만 국산인 전투기를 만들고, 수출해도 손해만 나지만 K-방산 국뽕이 여론의 눈을 가려줍니다. 사회주의 국영 공업소를 닮았습니다.
이대로 가면 KAI는 무조건 고사합니다. KAI의 살 길은 오직 민영화뿐입니다. 대학에서 방산학을 가르치는 한 교수는 "KAI는 사훈을 민영화로 내걸고 자발적 민영화에 뛰어드느냐, 외부 세력에 의한 강제적 민영화를 당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신흥 낙하산의 LIG D&A
공군 예비역 LIG D&A 취업의 돌파구를 연 것은 김성일 제29대 공군참모총장으로 알려졌습니다. LIG넥스원에서 사외이사로 일했고, 퇴사 후에도 예비역 공군 장교들을 위한 LIG넥스원 등용문의 문지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신익현 현 대표이사도 예비역 공군 준장입니다. 2017년 전문위원으로 LIG넥스원에 입사해 7년 만에 대표이사에 올랐습니다.
이밖에도 공군 출신들이 많습니다.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된 LIG D&A의 두 임원도 공군 출신이라고 합니다. 그들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방사청 공무원도 공군 출신입니다. LIG D&A-방사청의 사상 최대 방산비리는 '공군 퇴역들의 사건'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입니다.
국회 보좌관 출신들도 LIG D&A에 둥지를 틀고 세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대개가 구본상 회장의 오너십과 가까운 국민의힘 보좌관 출신들입니다. 전통적으로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출신들도 LIG D&A에 많이 취업합니다.
LIG D&A의 한 임원은 "LIG D&A에 청춘을 바친 진짜 LIG D&A맨보다 공군과 보좌관 낙하산들이 독수리처럼 날아와 자리를 낚아채는 것을 보며 자괴감을 느끼는 직원들이 많다", "열심히 일해 임원이 되겠다는 꿈이 실현되는 회사가 돼야 LIG D&A는 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은 우수 인재가 중책을 맡는 선순환이 LIG D&A에 정착되길 바랍니다.
나란히 52주 최저가 찍은 한화에어로와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출 주력은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이고, 현대로템의 수출 주력은 K2 전차입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내년과 후년도 달리 내놓을 상품이 없습니다. 자주포, 전차, 다연장로켓은 어지간한 동유럽 국가들도 개발할 수 있습니다. 또 무인기 공격에 취약합니다. 전망이 안 좋은 무기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엔진 개발을, 현대로템은 차기 전차 개발을 각각 미래 먹거리로 밀고 있습니다. 회사의 개별적 의지와 자체 자금으로 수행할 수 있는 개발이 아닙니다. 정부가 큰 돈 들여 도와줘야 가능한 일인데 정부가 그렇게 결심할지 미지수입니다.
K-방산의 현안적 키워드를 정리하면 세계 무기 시장과 안보 환경의 급변과 K-방산 주자들의 정체 또는 도태입니다. K-방산이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방산 빅4의 52주 최저가 근접이 결정적 증거입니다. 업체들이 혼신의 자구 노력을 경주해 도약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주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특히 방사청,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등 방산 유관 기관과 단체는 K-방산 체질 개선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당장 고민해야 합니다. 주가 거품이 완전히 꺼져서 국민들의 반감을 일으키기 전에 선제적으로 K-방산의 경쟁력을 바로 세울 방법을 강구해서 실천해야 합니다. 그때까지는 '방산수출 세계 빅4'나 '방사청의 국가방위자원사업처 승격' 같은 무지개 빛깔 정치 풍선은 저만치 밀어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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