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어제 오전부터 시작된 특검의 공개 검증은 오늘 새벽 0시 38분쯤 끝났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 등 국민의힘 측 참관인 10여 명은 그대로 현장에 남았습니다. 이상이 발견된 투표지를 범죄 피의자인 선관위가 가져가면 증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반출을 막아선 채 6시간 가까이 특검과 대치하던 장동혁 대표는 오전 6시 50분쯤 기자들에게 "선관위와 특검이 투표함을 경찰과 무슨 작전이라도 하듯, 야반도주하듯 들고 사라졌다.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고 주장했습니다. 특검의 검증에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올공 논란'을 끝내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12시간 49분 공개 검증…투표지·장비·CCTV 들여다봤다
검증은 크게 세 갈래로 진행됐습니다.
첫째, 투표용지 자체를 확인했습니다. 서울시장과 송파구청장, 서울시의원과 송파구의원, 교육감 선거 등의 투표함에서 외부 봉인지와 밀봉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이어 40개 계수 테이블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지를 한 장씩 넘기면서 인쇄 상태와 기표 흔적, 용지의 이상 여부를 육안으로 살핀 뒤 계수기로 수량을 확인했습니다. 이상이 의심되는 투표지는 별도로 분류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이 지원한 디지털 현미경, 적외선 분광기 등을 활용해 인쇄와 위·변조 가능성을 추가로 살폈습니다. 필요한 경우 감정기록부에 내용을 남기고 참관인과 특검 관계자가 서명했습니다.
둘째, 투·개표 장비를 확인했습니다. 투표지분류기와 심사계수기 등 관련 장비를 점검해 오류나 해킹 가능성이 있는지 살폈습니다. 장비를 이용해 실제 투표지를 분류하고 집계하는 과정에서 수량 차이나 비정상적인 작동이 있었는지도 확인 대상이었습니다. 다만 실제 해킹이 있었는지, 오류가 확인됐는지에 관한 특검의 최종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셋째, 경기장 CCTV를 들여다봤습니다. 투표지가 장기간 보관되는 동안 외부인이 무단 침입했는지, 투표함에 접근하거나 손을 댄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특검은 전날(27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CCTV를 토대로 최근 촬영 영상에 외부 침입자가 등장하는지도 점검했습니다. 이번 검증은 선거 관리 과정에 범죄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수사 절차이고, 법원이 선거 무효 소송 등에 따른 재검표가 아니기에 선거 결과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420여 개 상자 가운데 13개, 특검이 따로 가져가
이태한 특검은 검증 종료 직후 "검증 과정에서 참관인들의 이의제기를 존중해 특정 투표지 박스 전체를 임의제출 받은 것을 비롯해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투표지 상당수를 선별하였고 추후 정밀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항을 섣불리 단정하거나 반대로 충분한 확인 없이 의혹을 배척하는 일도 없게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민의힘은 공개 검증에서 새로운 부정선거 정황이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에 "봉인지를 수정하거나 재가공한 보관함, 색상이 다르거나 좌우 여백이 좁은 투표지, 투표관리관의 날인이 빠졌거나 색상이 다른 투표지도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나아가 검증을 마친 투표함 400여 개를 선관위로 이송한 것을 "범죄 피의자에게 증거물을 돌려준 것"이라며 추가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민주당에선 당 소속 국회 행안위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반박했습니다.
김영진 행안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 후보들이 압도적으로 이긴 송파구에서 부정선거를 했다는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검증 이후에도 성립되지 않는 여러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또다시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있다"며 장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양부남 의원은 "꺼져가는 부정선거 음모론의 불씨를 다시 살리고자 하는 정치적 책략"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올공'은 떠나보내고 수사의 시간…잠자는 법안 깨워야
그렇다면 정치권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6·3 지방선거 이후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선관위 개혁 관련 법안은 60건이 넘습니다. 민주당은 중앙선관위원장 상임화와 감사위원회 설치, 국회의 감시 강화 등을 담은 선관위 개혁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도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의 100% 수준으로 인쇄하고, 사전투표제를 폐지하는 한편 현장 수개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발의된 법안들을 추적해보면 상임위원회 접수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전체회의나 법안소위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게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사전투표 폐지처럼 이견이 큰 사안도 있습니다. 그러나 의견 차이가 있다고 해서 모든 선거 관리 개혁을 미뤄둘 이유는 없습니다. 중앙선관위원장 상근화나 외부 감사 체계 도입처럼 여야가 필요성을 인정하는 부분부터 논의할 수도 있습니다. 허송세월하기에는 내년 재보궐선거가 당장 다섯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할 일을 하지 않고서 다시 제도 탓을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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