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마을 주민 등 시민들이 소방대원들의 진화 작업을 바라보고 있다.
"죽겠지요…죽겠어요. "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불이 12시간 50분 만에 꺼진 오늘(28일) 마을 입구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70대 여성 A 씨가 눈물지었습니다.
오늘 오전 7시쯤 찾은 구룡마을은 마을 초입 한참 전부터 저릿한 탄내가 바람에 밀려왔습니다.
소방헬기가 여전히 잔불 정리에 분주한 가운데 땀에 젖은 소방관과 경찰관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줄지어 선 경찰차와 소방차를 지나 마을 입구로 들어가니 곳곳에서 망연자실한 주민들의 탄식이 매캐한 공간을 채웠습니다.
밤새 뚝 떨어진 기온과 집을 잃었다는 상실감이 겹치며 몸을 떨기도 했습니다.
주민 A 씨는 이번 화재로 40년 넘게 장사해온 판자촌 주변 가게와 자동차를 한꺼번에 잃었습니다.
요새 기름값이 비싸 버스를 타고 외출했다는 A 씨는 지인에게 약을 가져다주러 갔다가 화재 소식을 들었습니다.
구룡마을에서 이주하는 대가로 받은 2천300만 원도 이미 전부 써버렸습니다.
가게 수리와 올해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는 데 들어간 돈이었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은 A 씨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연신 눈물을 훔쳤습니다.
하소연 섞인 목소리로 화재 진압 과정을 따져 묻는 주민도 있었습니다.
마을 입구에서 애타는 표정으로 담배만 태우던 70대 남성 B 씨는 "불이 이 동네 전체를 태운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근 개포중학교 강당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습니다.
초점 없는 눈으로 컵라면을 먹던 어르신에게 손자가 다가와 "그거 먹지 말고 다른 거 먹으라"며 걱정하자, 어르신은 "알아서 하겠다"고 힘없는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어제 대피소로 들어왔다는 60대 남성 C 씨는 "어떻게 매번 이런 (화재가)…"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매번 불을 제대로 안 끄려 하는 건지 항상 크게 불이 난다"며 "(이번에는) 불이 너무 크게 났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어 "대피소는 조금 온기가 있어 낫다"고 말하며 손을 비볐습니다.
구룡마을은 1970∼1980년대 강남 개발 과정에서 철거민 등이 모여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입니다.
2016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뒤 SH가 사업시행자를 맡아 재개발을 추진해왔습니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구룡마을 일대에는 총 3천739세대 규모의 주거단지가 들어섭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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