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건물 두 곳에서 연달아 방화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A 씨가 서울 수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연쇄 방화를 저지른 70대 A 씨의 운동기구 디자인 두 건이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브라질 등 해외에서도 본인 명의로 등록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A 씨는 불을 지른 두 건물에 입주한 특허법인 측이 사기를 쳤다고 주장했지만, 국내외 등록공보에는 A 씨가 디자인을 만든 사람과 권리를 가진 사람으로 기재돼 있었습니다.
특허법인은 통상적인 대리인 업무를 맡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허청 등록디자인공보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근력운동기구, 2020년 운동기구 디자인을 각각 특허청에 등록했습니다.
두 공보 모두 디자인을 만든 사람을 뜻하는 창작자와 권리를 가진 사람인 디자인권자 항목에 A 씨의 이름이 기재됐습니다.
2019년 등록된 근력운동기구는 같은 해 4월 17일 신청돼 8월 23일 등록됐습니다.
대리인은 화재를 겪은 신명빌딩 3층에 입주한 특허법인 B사의 변리사가 맡았습니다.
도면에는 양쪽 받침대가 원통형 봉을 지탱하는 형태의 기구가 담겼습니다.
사용자가 봉 위에 올라서 두 팔을 벌리고 균형을 잡거나 몸을 회전하는 모습도 제시됐습니다.
기구에 대해서는 원통형 봉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선 상태에서 좌측 또는 우측으로 360도 회전하면서 신체의 작은 근육을 자극해 근력을 향상하는 운동기구라고 설명했습니다.
2020년 등록된 운동기구는 같은 해 2월 12일 신청돼 12월 4일 등록됐습니다.
대리인은 또 다른 화재 피해 건물 한양빌딩 4층에 입주한 특허법인 C사였습니다.
두 디자인은 해외에서도 A 씨 명의로 등록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미국 특허상표청 공보를 확인해보니 근력운동기구에 해당하는 디자인은 2021년 7월 20일, 운동기구 디자인은 2022년 2월 8일 각각 등록됐습니다.
브라질 산업재산권청 공보에도 두 디자인이 각각 2020년 1월 14일과 8월 25일 등록된 것으로 나옵니다.
해외 공보에 기재된 출원인과 창작자 정보, 한국 출원번호 등을 대조한 결과 국내에 등록된 두 디자인과 같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의 국제디자인 등록 기록에는 두 디자인 모두 유럽연합과 일본, 캐나다에서 보호를 인정받은 이력이 남아 있습니다.
디자인 등록은 제품의 모양과 외형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입니다.
작동 원리나 제조 방법 등 기술적 발명을 보호하는 특허, 상품명이나 로고 등 상품의 출처를 구별하는 표시를 보호하는 상표와는 다릅니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디자인을 등록하는 것과 실제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특허나 디자인권을 갖고 있다고 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두 디자인의 국내 등록은 특허법인 측이 A 씨를 대신해 절차를 진행했으며, 권리는 A 씨에게 부여됐습니다.
그런데도 A 씨는 두 업체가 자신을 속였다고 주장하며 2022년에도 이들 사무실을 찾아가 직원들을 위협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찰은 이번 범행이 해외 상표 등록증 발급 문제를 둘러싼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 씨는 해외 상표 등록을 의뢰한 뒤 온라인 등록증만 발급된다는 안내를 받았으나, 종이 등록증을 요구하며 변리사가 자신의 상표를 훔쳤다고 의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는 자신의 집에 종이 등록증을 걸어놓는 등 집착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A 씨는 어제 오전 11시 54분쯤 신명빌딩 3층과 낮 12시 1분쯤 한양빌딩 4층에 잇따라 불을 질러 10여 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범행 후 도주했다가 같은 날 오후 동묘앞역 인근에서 긴급체포됐습니다.
경찰서로 압송되던 A 씨는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에게 특허 법무법인에서 사기 쳐서고 답하고, 피해자들에게 앞으로 사기 치지 말라고 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범행을 대체로 시인했습니다.
경찰은 오늘 중 A 씨를 상대로 현주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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