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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구토에도 "못 멈추겠어요"…10대들 사이 유행

<앵커>

약국에서 흔히 살 수 있는 감기약이나 진통제를 한꺼번에 많이 먹는 행위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놀이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환각 증상을 노리고 호기심에 시작했다가 약물 중독으로 이어지는 청소년들도 늘고 있는데요.

그 실태를 제희원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17살 A 양은 중학생이던 3년 전 처음 약물에 손을 댔습니다.

우울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랠 방법을 찾다 SNS를 통해 감기약이나 수면제를 한꺼번에 많이 복용하는 오버도스, 이른바 '오디 파티'를 알게 됐습니다.

[A 양/약물중독 경험 청소년 : 맨 처음에는 다섯 알에서 시작한 것 같아요. 약이 센 거를 추천해 달라든지, 부작용 별로 없는 걸 추천해 달라든지….]

환각과 구토에 시달리면서도 불안한 밤이면 다시 약을 찾았습니다.

[A 양/약물중독 경험 청소년 : (지금은) 10알에서 20알 정도 먹고 있습니다. 어지럽거나 환각을 본다던가 환청을 듣는다던가 몸 망가져요.] 

SNS에는 환각 효과가 강한 감기약 조합을 추천해 달라는 글부터 약효 지속 시간을 공유하는 10대들의 후기가 가득합니다.

단골 약국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약을 대량으로 알아서 챙겨준다는 후기도 있습니다.

문제는 술이나 담배와 달리 일반의약품은 구매자의 나이를 확인할 의무가 없다는 겁니다.

[B 약국 : (10개 살 수 있을까요?) 20개요? (10개요.) 1만7천 원. 조금만 기다리세요.]

오히려 더 많은 양이 든 제품을 권하는 약국도 있습니다.

[C 약국 : 다섯 개씩 드릴까요? 12개짜리 양 많은 것도 있습니다. 이게 좀 더 저렴해요.]

저희 취재진이 약국 5군데를 돌면서 종합감기약과 수면유도제를 한꺼번에 사봤습니다.

불과 30분 만에 이렇게나 많이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복약 목적을 묻거나 오남용 위험을 안내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최근 일반의약품을 더 싸게 많이 파는 창고형 약국까지 늘어나면서 문턱은 더 낮아졌습니다.

[류정희/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 아주 전문화된 형태로 10알, 20알, 30알, 40알 약물을 사용했을 때 어떤 몸에 변화가 있는지 아무렇지 않게 공유되고. 가장 손쉽게 손을 대는 일반의약품에서 정말로 마약성 물질까지 배우게 되는….]

전체 의약품 중독 환자 가운데 10대 환자는 4년 새 40% 가까이 늘었고, 지난 한 해 동안 의약품 오남용으로 응급실을 찾은 청소년은 3천 명에 달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배문산, 영상편집 : 김윤성, 디자인 : 서승현)

===

<앵커>

그럼, 이 내용 취재한 제희원 기자와 이야기 더 나눠보겠습니다.

Q. 청소년 약물 과다 복용, 얼마나 심각?

[제희원 기자 : 앞서 의약품 오남용으로 병원까지 찾는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통계를 전해드렸지만,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례는 훨씬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SNS를 통해서 일종의 놀이 문화처럼 서로의 후기를 공유하는 한 커뮤니티에 가입된 사람만 5,000명 정도였습니다. 특히 남학생보다 여학생 비중이 4배 정도 더 높았고요, 또 지난해 응급실을 찾은 청소년 중 400여 명은 14살이 안 된 청소년으로 오디, 오버도스를 처음 접하는 나이대도 점점 어려지는 추세입니다.]

Q. 청소년 약물 대량 구매, 어떻게 규제?

[제희원 기자 : 청소년들이 찾는 약은 주변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종합 감기약이나 진통제 같은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약들도 다량을 계속 복용하면 뇌에 손상이 생길 수가 있고, 경련이나 섬망, 의식 장애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고요. 또 약물 남용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자살 시도 위험이 4배 넘게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Q. 청소년 약물 오남용, 필요한 대책은?

[제희원 기자 : 취재 중에 만난 한 중독 청소년의 어머니는 약을 팔지 말아달라고 동네 약국 수십 군데를 돌면서 딸의 사진을 나눠주기도 했지만, 딸이 약을 다시 구매하는 걸 막을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문제가 있었던 일본에서는 청소년에게 문제가 되는 일반 의약품들을 1통만 팔도록 법을 바꿨고요, 우리도 청소년에게는 적정 사용량을 넘는 일반 의약품 판매를 금지하고 약사 복약 지도를 의무화하자는 법안이 지난 6월에 발의됐지만 넉 달째 국회에 머물러 있습니다.]

(영상편집 : 김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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