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발생한 서울 압구정 한양아파트 화재.
당시 불이 시작된 곳에서 심하게 타버린 로봇청소기 충전기가 발견되고 최초 목격자도 로봇청소기 주변에서 불이 붙었다고 진술하면서 로봇청소기가 화재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소방당국의 최종 조사 결과는 달랐습니다.
로봇청소기가 아니라 인테리어 과정에서 만들어진 '벽체 공간' 안쪽의 콘센트가 화재 원인이었다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받은 화재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을 '트래킹에 의한 단락'으로 최종 판단했습니다.
트래킹이란 콘센트 등 전기설비에 습기나 먼지 같은 이물질이 쌓이면서 절연체 표면으로 전류가 흘러 불이 붙을 수 있는 현상입니다.
화재가 발생한 집은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발코니를 확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래 발코니에 있던 우수관과 전기배선 등을 가리기 위해 가벽을 설치했고, 벽 안에는 외부와 차단된 좁은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인터넷 모뎀을 연결하기 위한 콘센트도 보이지 않도록 이 공간 안쪽에 설치됐습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화재감정연구센터가 이 콘센트를 분석한 결과, 전선이 들어오는 단자와 접지 단자에서 트래킹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순간적인 고열로 단자가 녹은 흔적도 확인됐습니다.
여기에 화재 직전까지 이어진 장맛비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우수관 주변에 습기와 결로가 생기고, 밀폐된 벽체 안의 먼지와 이물질까지 더해지면서 트래킹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불이 벽 안쪽에서 시작됐다는 점입니다.
외부에서 곧바로 확인하기 어려워 화재 인지가 늦어졌고, 그 사이 불길이 커진 것으로 소방당국은 분석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로봇청소기 충전기도 분석했는데, 단자와 퓨즈, 전원선과 통신선, 모터 등에서는 화재 원인으로 볼 만한 전기적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벽체 안쪽 목재가 로봇청소기 주변보다 훨씬 심하게 탄 흔적도 확인됐습니다.
1978년 준공된 이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지만, 화재 당시 65세 경비원이 복도를 뛰어다니며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 주민들을 대피시켰고,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취재 : 김민정, 영상편집 : 서병욱, 디자인 : 양혜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자막뉴스] "중국산 로봇청소기 퇴출!" 공분…근데 "화재 원인 아니었네" 황당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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