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열린 UEFA 네이션스리그 아일랜드와 이스라엘의 축구 경기에서 이스라엘과 아일랜드 선수들이 서 있다.
오늘(28일, 한국시간) 논란 속에 열린 아일랜드와 이스라엘의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경기가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고 영국 BBC 등이 보도했습니다.
오늘 헝가리 데브레첸의 너지에르데이 경기장의 아일랜드 선수들은 이스라엘 국가가 나올 때 고개를 숙였습니다.
A매치에선 국가 연주 뒤 양 팀 선수들이 악수하는 게 관례이지만 이날은 볼 수 없었습니다.
양 팀 주장의 페넌트 교환도 없었습니다.
지난 2월 진행된 조 추첨에서 두 나라가 B3조에 함께 편성된 뒤 논란은 끊이질 않았습니다.
아일랜드는 유럽에서 친 팔레스타인 정서가 강한 나라로 꼽힙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이유로 아일랜드 선수단에 기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팔레스타인을 위한 아일랜드 스포츠'라는 단체가 주도하는 '경기 중단'(Stop The Game) 캠페인도 힘을 얻었습니다.
양 팀 간 긴장은 경기 일주일 전 이스라엘축구협회(IFA)가 헤이미르 할그림손(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대표팀 감독을 두고 "무지하고 위선적이고 어리석다"고 비판하면서 절정으로 치달았습니다.
앞서 할그림손 감독이 "우리는 집단학살과 함께 뛰는 게 아니라 집단학살에 맞서 뛰는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한 반응이었습니다.
기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아일랜드 선수단은 경기 전날 데브레첸의 숙소에서 장시간 회의를 한 끝에 예정대로 출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골키퍼 개빈 바주누는 대표팀을 떠났습니다.
그는 이스라엘과의 두 차례 조별리그 경기에 참가하는 게 "옳지 않다고 느낀다"고 현지 언론에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아일랜드 선수들은 검은색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섰습니다.
아일랜드축구협회(FAI)의 데이비드 쿠렐 사무총장은 "가자지구 분쟁에서 희생된 모든 생명을 기리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일랜드의 3-0 승리에 쐐기를 박는 골을 터뜨린 잭 모일런은 완장과 유니폼의 FAI 엠블럼에 차례로 입 맞추는 세리머니를 했습니다.
아일랜드 선수들이 경기 전 워밍업을 위해 그라운드에 등장했을 때는 소수의 이스라엘 팬이 야유를 보냈습니다.
할그림손 감독은 "감독 생활 중 가장 힘든 한 주였고, 선수 대부분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선수단엔 우리가 잘 돌봐야 할 어린 선수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경기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가진 선수가 많다는 걸 알고 있고, 그들 모두를 보호하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이스라엘이 대규모 군사 작전으로 맞대응하면서 3년째 전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7만3천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산합니다.
아일랜드에서 친 팔레스타인 정서가 강한 배경에는 피지배 역사가 자리합니다.
오래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아일랜드는 팔레스타인의 처지를 자신들의 과거 경험에 빗대어 보는 시각이 강하며, 특히 지금도 영국령으로 남아있는 북아일랜드의 아일랜드 민족주의 진영에서 이런 동질감은 두드러집니다.
이스라엘은 집단학살과 전쟁범죄 자행 사실을 거듭 부인하며, 가자지구에서의 군사작전이 자위권 차원에서 정당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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